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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英가디언 “K팝 나라로만 알았는데…韓 다른면 실시간 목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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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

영국 일간지 가디언의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가해진 충격이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 제하 기사. [가디언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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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천예선 기자] “K팝의 긍정적인 분위기에 익숙해 있던 전 세계 관중들은 거의 알려지지 않았던 한국의 다른 면을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6일(현지시간) “K팝과 독재자들: 민주주의에 가해진 충격이 한국의 양면을 드러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계엄사태에 대해 “한국인들은 국가의 평판을 손상시키지 않은채 혼란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생각하고 있다”며 이같이 전했다.

이 매체는 “한국이 최근 소프트파워 패권 세계경쟁에서 최근 몇년간 확실한 승자였다”면서 “보이밴드 열풍인 방탄소년단(BTS)을 필두로 한 한류는 잘 알려지지 않은 나라를 ‘문화적 거물’로 변모시켰다”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전 세계에서 또 다른 한류 열풍의 주역인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공개를 둘러싼 기대가 커지고 있던 불과 며칠 전, 난데없이 벌어진 계엄 사태로 ‘현실판 디스토피아(反이상향)’가 여기에 불쑥 끼어들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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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사무처는 지난 4일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이후 국회에 투입된 계엄군의 폐쇄회로TV(CCTV)영상을 공개했다. 사진은 해당 영상 캡처. [국회사무처 제공=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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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특히 수십 년 만에 한국에서 계엄이 선포된 이번 사태가 군사 독재체제의 한국을 경험하지 못한 국내외 젊은 세대들에게 충격을 가져다줬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한류 열기와 최근의 혼란상 간의 가장 충격적인 대비는 화요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 밖에서 의원들이 담벼락을 기어 올라가고, 군용 헬기가 머리 위를 날아다니는 와중에 자신들의 대통령이 중단시킨 민주주의를 되찾기 위해 무장 군인들에 맞서는 현장에서 분명하게 드러났다”며 전했다.

“경제·문화 급속성장에도 뿌리 깊은 권위주의 사회 전반에 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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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와 이화여대 등 20여개 대학 학생들이 참여한 ‘대학생 시국대회’가 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열리고 있다.[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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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그간 한류 열기에 가려져 주목받지 못하던 한국의 군사 독재 등 ‘어두운 면’을 조명했다.

이 매체는 이번 계엄 선포는 분명 충격적인 일이었지만 한국이 사실 군사 독재에서 벗어나 민주화를 이룬 기간은 그리 길지 않다는 점을 짚었다.

가디언은 한국이 30년 가까이 이어진 군사 독재에서 벗어났다는 것을 국제 사회에 공표한 것은 불과 1988년 서울 올림픽 때부터였다면서 그전까지 한국의 지도자들은 반정부 시위를 탄압하기 위해 군인들과 계엄 선포를 이용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민주화 이후 한국이 일궈낸 눈부신 경제, 문화적 성장에도 불구하고 사회 곳곳에 남은 권위주의적 문화의 잔재는 이번 계엄 선포 사태에도 여실히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가디언은 한국의 “급격한 경제, 문화적 성취에도 불구하고 이 나라는 여전히 제도들 깊이 뿌리내린 권위주의적 경향과 씨름하고 있다”면서 “이러한 것들은 종종 전통적인 위계 구조와 네트워크들에 의해 방조되고 더 커지는데, 이는 이번 계엄 사태에서 윤 대통령의 고등학교 연줄이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는 의혹에서도 드러난다”고 지적했다.

“국가 문화적 평판 손상”… “회복력 증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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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담화 규탄 의원총회를 하고 있다. 임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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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디언은 이번 일을 두고 한국 내에서는 그간 쌓아 올린 국가적 위상과 이미지가 훼손됐다는 비판과 함께 이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한국 민주주의의 힘을 보여줬다는 평가도 동시에 나온다고 했다.

한 서울 시민은 가디언에 “우리 평판이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면서 “특히 올해 한강 작가가 노벨 문학상을 타고 우리의 평화로운 글로벌 이미지로 이러한 평판을 높이 쌓아왔다. 이 모든 것들이 한순간에 무너졌다”고 말했다.

다른 시민은 이번 일이 “한국의 이미지를 훼손한다기보다는 이 일이 아직 남아있는 우리의 비민주적인 요소들을 종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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