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정부가 대신 나서 이통사와 망 도매대가 협상"
비상 계엄령 선포·해제 사태로 현안 논의 미뤄질 가능성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2일 국회 과방위 법안심사소위에서 '도매대가 협상 사전규제' 도입을 주장했다. 이날 서울의 통신사 대리점에 알뜰폰 유심 판매 안내문이 게시돼 있다. 2024.12.2/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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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민재 기자 = 정부가 '도매대가 협상 사전 규제' 카드를 다시금 꺼내 들었다. 알뜰폰 업계 보호 정책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8일 국회에 따르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달 2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정보통신방송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도매대가 협상 사전규제' 재도입을 주장했다.
도매대가 사전규제는 협상력이 약한 알뜰폰 사업자 대신 정부가 이통사와 도매대가를 정하는 제도다.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 3사의 통신망을 사용하는 대가로 요금을 지불한다. 이를 망 도매대가라고 부른다.
사전규제는 2010년 알뜰폰 시장이 생겨났을 때 도입됐다. 알뜰폰 사업자와 이통사 간 협상을 공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다.
당시 사전규제는 3년 일몰 조건부로 도입됐다. 다만 중소 알뜰폰 업자를 보호하고 도매대가를 인하할 필요성이 제기되며 사전규제는 일몰되지 않고 유지돼 왔다.
결국 지난해 말 전기통신사업법이 개정되며 사전규제는 일몰됐다. 내년부터 협상 방식은 사후 규제로 전환된다. 법 개정 당시 과기정통부는 사전규제 유지 입장을 고수했다.
사후 규제로 바뀌면 정부는 협상에 개입하지 않는다. 알뜰폰 사업자가 이통사와 직접 협상하면 그 결과를 사후에 규제한다.
협상 결과를 정부에 보고하면 과기정통부는 이를 반려할 수 있다. 하지만 '불공정 거래 조건'이 발견된 경우 등에만 반려할 수 있어 도매대가 인하 효과가 미미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철저한 '을'인 알뜰폰 사업자는 이통사가 가격을 올리겠다고 하면 대응할 방법이 없다"며 "알뜰폰 사업자는 거대 이통사와 직접 협상에서 요금제를 내릴 수 있는 힘이 없다"고 했다.
이런 우려에 과기정통부는 2일 국회 과방위 법안소위에서 사전규제를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대기업 시장 점유율 제한'으로 중소 알뜰폰 업계를 지원하는 데엔 한계가 있으니 사전 규제로 협상력을 더하자는 취지다. 법안소위는 같은 날 대기업의 알뜰폰 시장 점유율 제한을 골자로 하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논의했다.
과기정통부 관계자는 "중소 알뜰폰 사업자들은 시장 점유율 제한보다 사전규제 필요성에 관해 이야기를 많이 한다"며 "시장 자율 원칙을 먼저 고려해야 하지만, 이통사와 알뜰폰 업계 간의 체급 차이와 정보 비대칭 등을 봤을 때 정부 개입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당초 사전규제는 알뜰폰 업계의 경쟁을 막는다는 이유로 폐지됐다.
21대 국회 과방위 소속으로 알뜰폰 도매대가 사전규제 폐지 법안을 발의한 윤영찬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시 "소비자 선택권을 보장하고 알뜰폰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자율 시장 환경에서 경쟁력과 차별성을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알뜰폰 업계는 시장 논리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고 말한다.
알뜰폰 업계 관계자는 "이통사와 직접 협상이 공정하다는 말은 중소 하청업체와 거대 건설사가 공사 대금을 자율 협상하는 게 공정하다는 말과 똑같다"며 "(사후 규제는) 진정한 공정과 거리가 있다"고 했다.
minja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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