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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6 (목)

환율 1500원대 오나…美BoA "탄핵 부결로 불확실성 더 오래 갈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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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일러스트=김지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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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 탄핵을 둘러싼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화 가치가 추가로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00원대 환율이 고착화하는 걸 넘어서, 최악의 경우 1500원대 환율 시대가 올 수 있다는 불안감마저 제기된다.

8일 서울외환시장에 따르면 지난 한 주간 달러당 원화값은 24.5원 급락(환율은 상승)했다. 지난 1월 15∼19일 25.5원 하락한 이후 약 11개월 만에 가장 큰 폭이다. 12ㆍ3 비상계엄 선포 당일에는 달러당 원화값이 야간거래에서 1442원까지 떨어졌는데 이는 2022년 10월 이후 2년여 만에 최저치다.

문제는 윤 대통령 탄핵안 부결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커졌다는 점이다. 미국 대형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의 아다르쉬 신하 아시아 금리 및 외환 전략 공동 책임자는 7일(현지 시간) 블룸버그에 “윤 대통령의 탄핵소추안 표결 불발로 9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화 가치가 급락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경기가 좋지 않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탄핵 실패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 오래 지속될 것이기 때문”이라면서다. 그는 “정치 불안뿐만 아니라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도 원화에 하방 압력을 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 이후 강달러 흐름이 이어지는 가운데 계엄 사태ㆍ탄핵 정국 소용돌이가 겹치면서 ‘원화 디스카운트’ 현상은 심화했다. 원화는 지난 한 주간 주요국 통화 중 가장 큰 폭의 하락률을 기록했다. 지난주 원화가 달러 대비 1.86% 평가 절하한 반면 유로화(+0.03%), 엔화(+0.10%), 파운드화(+0.26%), 대만달러(+0.51%) 등은 달러 대비 강세를 나타냈다. 위안화(-0.36%), 호주달러(-1.32%) 등은 달러 대비 약세였지만, 원화보다는 절하 폭이 크지 않았다. 투자은행 바클레이즈는 "원화가 아시아에서 '트럼프 관세'에 가장 취약한 통화 중 하나"라고 짚으면서 "정치 경제적 불확실성은 한국으로 향하는 외국인 자금 흐름에 영향을 줘 결과적으로 원화에도 부담을 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중앙일보

김주원 기자



정치 불안이 조기에 해소되지 않는 한 내년 1분기까지 1400원대 고환율이 이어질 거란 관측이 나온다. 서정훈 하나은행 수석 연구위원은 8일 통화에서 "탄핵 정국이 잘 마무리된다는 전제하에 1400원대 초반을 예상했는데 탄핵안 부결 등으로 사태가 장기화하면 1450원까지 내다봐야 할 것 같다"며 "내년 1분기까지는 쉽지 않은 파고들을 넘으면서 환율이 계속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변동성도 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도 “탄핵안 부결로 정국 불안정성이 심화하면서 외국인의 추가적인 자금 이탈을 부추겨 원화 가치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당분간 1400원대 흐름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고 당국 개입 노력 등으로 상단은 1450원 정도를 예상한다”고 말했다.

지속적인 원화가치 하락은 수입 물가를 부추겨 고물가→고금리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 식량자급률이 낮아 식품 원재료 등을 많이 수입하기 때문에 밀가루ㆍ치즈 등 각종 식품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 밥상 물가도 뛸 수 있다. 소비가 위축되면 내수 부진은 더 깊어지게 된다. 또 철강ㆍ반도체ㆍ석유화학ㆍ운송 등 업종과 기업에 자금 조달과 수익성에 문제가 생기면 이들에 대출해준 금융사들도 건전성이 악화할 수 있다.

금융권 일각에선 1500원대 환율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트럼프 당선 자체만으로도 1500원대 환율을 염두에 둬야 한다는 의견이 드물지만 존재했다”며 “시장 불안을 조성할 수 있어 조심스럽지만, 내수가 채 회복되지도 않은 데다 대외신인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1500원대 환율 가능성이 더 커진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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