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분기 무수익여신 잔액 4조2773억원…전년 동기 대비 7000억 증가
NH농협 전년比 62.3% 폭증…인뱅 3사 무수익여신 잔액 5100억원
서울 시내의 시중은행 ATM기기 모습. 2023.6.13/뉴스1 ⓒ News1 김민지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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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김현 기자 = 올해 3분기까지 이자조차 받지 못하는 악성채무인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이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은 당기순이익과 맞먹는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무수익여신 등 부실채권의 증가는 은행의 건전성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9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경영공시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9월말 기준 5대 시중은행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4조2773억원인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3조5769억원) 대비 7004억원(19.6%) 급증한 수치다.
이는 올해 6월말 기준 무수익여신(3조7946억원)이 전년 동기(3조2473억원) 대비 16.9%(5473억원) 늘어났던 것보다 증가폭이 더 커진 결과다.
총여신 증가폭과 비교하면 무수익여신의 증가폭이 더 두드러진다. 올해 3분기까지 5대 시중은행의 총여신은 1759조1847억원으로, 전년 동기(1631조3898억원) 대비 7.8%(127조7949억원) 늘어났다.
악성채무인 무수익여신은 이자조차 상환하지 못하는 이른바 '깡통대출'로 불린다. 3개월 이상 연체되거나 채권재조정, 법정관리 등으로 이자수입이 아예 없는 여신을 말한다.
은행별로 보면 NH농협은행이 1조1005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전년 동기(6782억원) 대비 62.3%(4223억원)나 폭증했고, 직전 분기(6월말 기준 8481억원)와 비교해서도 29.8%(2524억원) 늘어난 수치다.
뒤이어 KB국민은행(9625억원)과 하나은행(9289억원), 신한은행(7145억원), 우리은행(5709억원) 순이었다.
국민은행은 전년 동기(7735억원) 대비 24.4%(1890억원) 증가했고, 하나은행도 전년 동기(7748억원) 대비 19.9%(1541억원)가 늘었다.
반면 신한은행은 전년 동기(7049억원) 대비 1.4%(96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고, 우리은행은 전년 동기(6455억원) 대비 11.6%(746억원) 감소했다.
무수익여신이 크게 늘어난 농협은행은 전체 여신 중 무수익여신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년 동기 대비 0.13%포인트(p) 늘어난 0.36%였다.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0.03%p 증가한 0.24%, 0.27%을 기록했다.
이와 달리 신한은행은 무수익여신 비율이 전년 동기 대비 0.02%p 하락한 0.20%, 우리은행은 0.04%p나 낮아진 0.17%에 머물렀다.
5대 은행 무수익여신의 증가는 기업대출이 많이 늘어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5대 은행의 3분기까지 총여신 중 기업대출 잔액은 1016조5736억원으로, 전년 동기(937조7724억원) 대비 8.4%(78조8012억원) 늘어나 총여신 증가폭(7.8%)을 웃돌았다.
기업대출과 함께 무수익여신도 증가…농협, '기업 무수익여신' 1년전보다 74%↑
문제는 기업대출의 증가와 함께 무수익여신이 함께 늘어나고 있다는 점이다.
5대 은행의 올해 9월말 기준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은 3조597억원으로, 1년 전(2조4621억원)보다 24.3%(5976억원)나 증가했다.
무수익여신이 크게 증가한 농협의 경우 올 9월말 기준 '기업에서 발생한 무수익여신 잔액'이 8469억원으로 1년 전(4867억원)보다 74.0%(3602억원)나 폭증했다.
국민은행도 3분기까지 기업 무수익여신 잔액이 6899억원으로 전년 동기(4869억원) 대비 41.7%(2030억원)가, 하나은행 역시 무수익여신 잔액이 5992억원으로 1년 전(5109억원)보다 17.3%(883억원) 늘었다.
반면 우리은행은 9월말 기준 무수익여신 잔액이 3889억원으로, 전년 동기(4302억원) 대비 9.6%(413억원) 감소했고, 신한은행도 잔액이 5348억원으로 1년 전(5474억원)보다 2.3%(126억원) 줄어들었다.
시중은행 무수익여신 증가는 지난 11월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 '미국 우선주의'를 앞세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 등으로 중소기업 등에서 한계 및 부실기업이 늘어난 데 따른 것이라는 게 은행권의 설명이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개인사업자와 영세·중소기업 취급 비중이 높은데, 여전히 고금리에 경기까지 좋지 않다 보니 부실이 많이 발생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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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전문은행들도 무수익여신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올해 9월말 기준 인터넷전문은행 3사(카카오·케이·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5100억원으로, 전년 동기(4508억원) 대비 13.1%(592억원) 늘어났다. 3분기까지 무수익여신 잔액은 같은 기간 인뱅 3사(카카오 3556억원·케이 1224억원·토스 345억원)의 당기순이익 합계(5125억원)와 맞먹는 수치다.
다만, 지난 6월말 기준 잔액(5378억원)과 비교하면 5.2%(278억원) 감소했다.
은행별로 보면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 증가폭이 컸다. 9월말 기준 케이뱅크의 무수익여신 잔액은 2072억원으로, 전년 동기(1604억원) 대비 29.2%(468억원) 늘어 3사 중 가장 많았다.
같은 기간 카카오뱅크는 1494억원에서 1874억원으로 25.4%(380억원) 증가했다. 반면 토스뱅크는 1410억원에서 1154억원으로 18.2%(256억원) 감소했다.
직전인 2분기말과 비교하면 케이뱅크(2027억원→2072억원)만 증가했고, 카카오뱅크(1986억원→1874억원)와 토스뱅크(1365억원→1154억원) 모두 줄어들었다.
인뱅 무수익여신 증가,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에 따라 불가피
인터넷은행의 무수익여신 증가는 가계대출 중심 구조에서 중·저신용자 대출 공급 확대에 따른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9월말 기준 인뱅 3사의 총여신 잔액(73조7799억원) 중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94.2%(69조5105억원)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인뱅 3사는 3분기에 모두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0% 이상을 달성하며 설립취지인 '포용금융'을 실천했다. 은행연합회가 공시한 '인터넷전문은행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비중'에 따르면 올해 3분기(3개월 평균 잔액 기준) 비중은 카카오뱅크 32.3%, 케이뱅크 34.5%, 토스뱅크 33.8%였다.
그러다 보니 가계대출에서 자연스럽게 무수익여신이 늘고 있는 셈이다. 9월말 기준 가계대출 부문에서 인뱅 3사의 무수익여신은 4524억원으로, 전체 무수익여신의 88.7%를 차지하고 있다.
은행별로 가계대출 부문 무수익여신 잔액을 보면 케이뱅크가 전년 대비 388억원(1572억원→1960억원), 카카오뱅크도 294억원(1483억원→1777억원)이 각각 늘었다.
반면 토스뱅크는 308억원(1095억원→787억원)이 감소했다. 토스뱅크의 무수익여신 감소는 부실채권을 적극적으로 정리하면서 자산건전성을 관리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토스뱅크는 3분기까지 장부에서 제거(상각)한 대출채권(2482억원)과 시장에 매각 및 환매한 대출채권(1094억원)이 3576억원으로, 카카오뱅크(상각 1264억원, 매각·환매 33억원 등 1297억원)와 케이뱅크(상각 1376억원, 매각·환매 119억원 등 1495억원)에 비해 2배 이상 많았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포용금융 실천을 위해 중·저신용자 대출과 개인사업자 대출을 늘리고 있는데, 경기 상황 등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무수익여신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며 "다만 인뱅들이 담보대출 등 안전 자산을 늘려가고 있고, 대손충당금도 많이 적립해 무수익여신이 늘어나는 데 대한 대비를 충분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gayunlov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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