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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23 (월)

이슈 불법촬영 등 젠더 폭력

몰카 찍어놓고 "여친 곧 출산"…재범률 64%에도 선처 받는 범죄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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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습기자 법정취재기]

머니투데이

몰카_삽화 /사진=이지혜



"부끄럽지 않은 아빠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지난달 1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이날 검찰은 성관계 영상을 불법촬영한 혐의로 기소된 30대 남성 강모씨에게 징역 1년6개월을 선고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최후변론을 하던 강씨는 "여자친구가 곧 출산 예정"이라고 말하며 고개를 떨궜다.

같은 달 26일 강씨에게 내려진 1심 판결은 징역 1년2개월에 집행유예 3년이었다. 재판부는 판결을 선고하며 "피고인이 초범인 점을 고려했다"고 했다. 해당 사건에서 강씨는 피해자 신원이 확인 안됐다는 이유로 피해자 합의를 이루지 못했다.

불법촬영 범죄가 지속해서 발생하고 있지만 처벌 수준은 죄질의 심각성에 비해 미흡한 실정이다. 불법촬영 범죄자가 재판에 넘겨져도 강씨처럼 집행유예나 벌금형을 선고받는 경우가 대다수다.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약 3년 동안 1심에서 유죄판결이 나온 불법촬영 사건 중 절반 이상인 61.2%(308건)가 집행유예로 마무리됐다. 벌금형이 23.9%(120건)로 뒤를 이었고 징역형은 14.9%(75건)에 그쳤다. 그러는 사이 불법촬영 사건 건수는 2020년 4881건에서 2022년 5876건으로 약 20.4% 증가했다.

성폭력처벌법 제14조는 카메라 등 장치를 이용해 타인의 신체를 촬영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하지만 대법원 양형기준에 따르면 영리목적 반포가 아닌 단순 촬영에 대한 기본 양형구간은 징역 8개월에서 2년이다. 검찰은 이같은 양형기준 내에서 구형하고 재판부가 그보다 낮은 형량을 선고하기 때문에 징역형이 나오기 어려운 구조다. 한국여성변호사회 소속 서혜진 변호사는 "(불법촬영 범죄에 대한) 최대 법정형은 징역 7년인 데 비해 양형구간은 최대 2년으로 지나치게 낮다"며 "모든 디지털 성범죄가 촬영에서 시작되는 만큼 양형기준이 강화돼야 한다"고 말했다.

강씨 사례처럼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은 경우 더 낮은 형량이 선고되기도 한다. 불법촬영은 피해자의 엄벌 탄원으로 가중처벌되는 경우가 많지만 피해자가 특정 안되면 탄원을 받을 일도 없기 때문이다.

법무부가 발간한 '2023 성범죄백서'에 따르면 불법촬영 범죄자의 재범 비율은 64.1%에 달한다. 전체 성범죄 중 가장 높은 수치로 불법촬영 범죄자 10명 중 6명은 다시 범죄를 저지르는 셈이다. 강씨를 포함한 수많은 불법촬영 범죄자들이 동종전과가 없다는 이유로 선처를 받지만 오히려 초범에 대한 강력 처벌을 통해 재범을 방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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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수 기자 lhs17@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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