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엄 발표를 믿을 수 없어서 밤새 TV를 봤습니다. 말도 안 되는 갈등과 대립 등 작품이 품은 이야기를 현실과 연관지어도 무리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오징어 게임’을 보는 일이 이 세상을 바라보는 것과 딱히 동떨어지지 않는 일이란 생각을 했습니다.”
황동혁 감독은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아트홀에서 열린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오징어 게임2’ 제작발표회에 참석해 이같이 말했다. 한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면서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기획의도를 밝혔다. ‘오징어 게임2’는 26일 전 세계 공개된다.
마리안 리(Marian Lee)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와 김민영 아시아 태평양 지역(인도 제외) 콘텐츠 VP가 9일 서울 중구 동대문 DDP 아트홀에서 열린 '오징어게임2' 제작발표회를 찾았다. 사진 넷플릭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시즌1 이후 3년의 공백이 있었지만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대한 세계적인 관심은 여전히 뜨겁다. 시즌1은 누적 시청 시간 22억 시간을 돌파하며 여전히 넷플릭스 역대 최고 인기작 자리를 지키고 있고, 시즌2 예고편은 넷플릭스 역대 예고편 중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날 간담회에는 한국을 비롯해 미국·멕시코·영국·브라질·일본·호주·태국 등 22개국 160여 명의 외신 기자단과 인플루언서들이 참석해 열띤 취재 열기를 보여줬다.
한국계 미국인인 마리안 리 넷플릭스 최고마케팅책임자(CMO)는 “문화현상이 된 '오징어 게임' 시리즈에 견줄 수 있는 작품은 거의 없다. 한국 뿌리와 깊이 연결된 사람으로서 한국이 문화의 중심에 서 있다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낀다”고 밝혔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민영 넷플릭스 아태지역 콘텐트 부문 VP(Vice President)는 “넷플릭스 회원 80% 이상이 한국 작품을 시청한다. 넷플릭스 일원인 동시에 한국인으로서 문화적 도약을 목도하고 있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낀다”며 한국 작품의 인기를 전했다.
9일 오전 서울 중구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에는 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시즌2' 체험존이 마련됐다. 기자간담회장에는 '오징어 게임'에 등장하는 소녀 로봇 '영희'가 설치됐다. 사진 연합뉴스사진 황지영기자,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오징어 게임' 시즌2는 복수를 다짐하고 다시 돌아와 게임에 참가하는 '기훈 (이정재)과 그를 맞이하는 '프론트맨'(이병헌)의 치열한 대결, 그리고 다시 시작되는 진짜 게임을 담은 이야기다. 사진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코인으로 돈 잃은 젊은 세대
황 감독에 따르면 시즌2는 시즌1보다 인물의 관계성이 좀 더 복잡하게 얽혔고, 게임 참가자들의 나이가 젊어졌다. 대표적인 캐릭터는 코인 투자 유튜버 명기(임시완)의 잘못된 투자 정보에 속아 거액을 잃은 준희(조유리)와 은퇴한 래퍼 타노스(최승현) 등이다. 다시 게임에 참여한 성기훈(이정재)을 중심으로 시즌1에서 경마장을 같이 다녔던 절친 정배(이서환)와 정배의 해병대 후배 대호(강하늘)가 뭉친다.
'오징어 게임' 시리즈의 황동혁 감독은 ″작품 안에서의 분열과 서로 적대시하는 인간들을 보면서 현실과 닮았음을 느낄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 주변과 우리가 사는 세상을 돌아볼 수 있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사진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황 감독은 “코로나 이전에 시즌1 대본을 쓸 때는 사회적 실패를 겪은 나이 많은 사람이 큰 빚을 질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코로나 이후 전 세계적으로 계층 이동 간 사다리가 막히면서, 젊은 세대가 노동으로 돈을 벌기보다 주식이나 코인 등 일확천금을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 커진 걸 느꼈다. 그런 젊은 세대의 문제를 담아내고 싶어서 젊은 참가자들을 대거 기용했다”고 부연했다.
프론트맨 역의 이병헌은 “시즌2에선 우리가 게임을 통해 어떤 결과가 있을지 알기에 충격은 덜 할 수 있다. 그러나 2편에서 늘어난 등장인물만큼이나 더 많은 스토리와 드라마가 보편적 정서를 보여줄 것이다. 이것이 시즌2를 이끌어가는 힘”이라고 말했다.
'오징어게임2' 연출한 황동혁 감독은 ″이런 시국에 '오징어게임'이 공개되는 것도 이 작품의 운명이다. 작품을 보시면 말도 안되는 갈등과 분열 같은 현실을 연결시킬 수 있는 장면들을 발견하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사진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현실과 맞닿은 작품 속 갈등과 분열
시즌1에서 “우린 깐부잖아”라는 한국적 정서로 글로벌 시청자들의 공감을 이끌었던 황 감독은 시즌2에서도 한국 정서를 기반으로 게임을 설계했다. 그는 “1970~80년대 한국 감성과 그때 했던 놀이들을 만날 수 있다. ‘옛날에 우리가 했던 놀이가 이렇게 바뀔 수도 있구나’ 하는 놀라움도 느낄 것”이라고 귀띔했다.
지금의 한국 상황과 비슷한 지점도 있다. 시즌2의 확장된 OX 투표 시스템이 불러온 게임 내 분열과 대립은 어수선한 나라 상황을 대변할 것으로 보인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황 감독은 "얼마 전 미국 대선도 있었고, 요즘 투표에 관한 이야기가 많지 않나. 나 또한 계엄 발표부터 탄핵 투표까지 생중계로 봤다.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일로 온 국민이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거리로 나서는 상황"이라며 "공포와 불안, 우울감을 갖고 연말을 보내야 한다는 것에 화가 난다. 자진 하야, 탄핵 등 어떤 방식으로든 책임을 질 분이 책임을 지고 축복할 수 있는 연말을 국민에게 돌려주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시즌2를 기대하는 시청자들에겐 “중요한 건 재미다. 재미있게 본 다음에 생각해 볼 거리가 있고 이야깃거리가 남는 작품을 만들고자 했다. 메시지를 잘 따라오셔서 시즌3를 얼른 보고 싶어하셨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황지영 기자 hwang.jeeyoung@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