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인도 법인은 지난 6일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DRHP)를 내며 현지 증시 상장을 위한 첫 걸음을 뗐다. 업계에서는 LG전자가 기존 지분의 15%를 공개 매각하는 구주 매출 방식으로 IPO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룸버그는 LG전자 인도법인의 기업가치를 130억달러(약18조원)로 보고 최대 18억 달러(약 2조6000억원)를 조달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심사가 계획대로 진행되면 내년 상반기 중 상장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인도 이코노믹타임스는 “생명보험공사, 현대자동차, 페이티엠, 콜인디아에 이어 인도 주식 시장에서 5번째로 큰 IPO가 될 가능성이 있다”라고 전했다.
인도 LG전자 매장을 방문한 고객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사진 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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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도인가
LG전자의 인도 법인 IPO 추진은 인도 시장의 성장세를 배경으로 한다. 김경훈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 인도남아시아팀장은 “인도의 GDP(국내총생산)는 빠르면 내년에 일본을 제치고 세계 4위로 올라설 것”이라며 “충분한 가처분 소득을 가진 중산층이 빠르게 늘면서 기본적인 식료품 이외 가전 등 소비도 본격적으로 증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특히 핵가족화와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로 가사 부담을 줄여주는 세탁기와 전자레인지 등 효율적인 가전 중심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게 LG전자 설명이다. 인도는 14억명의 인구 대국이지만 가전제품 보급률이 선진국 대비 한참 낮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인도의 냉장고 보급률은 38%, 세탁기는 17%, 에어컨은 8%에 그친다. 가전 시장에서 인도는 기회의 땅인 셈이다. 시장조사업체 스태티스타에 따르면 2024~2029년 인도 가전 제품 시장의 연평균 성장률(CAGR)은 7.35%로 전망된다.
LG전자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를 겪으며 건강과 위생에 대한 인식이 전과 달리 높아졌지만 생활 가전 등 내구 소비재 보급률이 낮아 인도의 가전시장 성장 잠재력이 크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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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서도 “가전은 LG”
LG전자는 1997년 자회사를 설립한 이후 인도에서 철저하게 현지화 전략을 취하며 ‘가전은 LG’라는 이미지를 굳혀 왔다. 인도 사람들의 취향에 맞는 제품 개발을 위해 현지에 R&D(연구개발) 센터를 세웠다. 빛으로 음식을 익히는 광파 전자레인지부터 정수 성능을 높인 정수기, 전력 공급이 끊겨도 오래 쓸 수 있는 냉장고 등이 그렇게 나왔다. R&D부터 생산, 판매, 수리까지 현지 완결형 사업 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전략에 힘입어 인도법인 매출은 2021년 2조6255억원에서 올 3분기에만 3조 733억원으로 늘었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인도 가전 시장에서 LG전자는 지난해 에어컨(시장 점유율 31%)과 OLED TV(64.2%)에서 부문별 1위를 차지했다.
LG전자는 급성장하는 인도 시장에 대응하고,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키우기 위해 현재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2026년 말 가동 목표로 세 번째 공장도 건설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최고경영자(CEO)가 지난해 6월 인도를 찾아 뉴델리 판매법인과 노이다에 위치한 가전 생산라인 및 R&D센터 등을 방문해 에어컨, 세탁기 등 가전 생산라인을 점검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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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는 LG전자의 B2B(기업간 거래), 구독 사업의 주 무대이기도 하다. LG전자는 인도에 B2B 고객이 제품과 솔루션을 직접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쇼룸인 ‘비지니스 이노베이션 센터’(BIC)를 5곳 두고 있다. 당초 프리미엄 가전 소비자 대상으로 일부 매장에서 시범적으로 하던 구독 사업도 최근 유통망 전반에 적용하는 것으로 확대했다.
지난해 10월 현대차 인도법인의 상장과 LG전자의 상장 준비에 이어 CJ대한통운도 인도 증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 최근 미국의 대중 제재로 인도가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주목 받고 있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스탠더드앤푸어스(S&P) 글로벌마켓 인텔리전스 따르면 올 들어 인도 증시에 최소 298개 기업이 상장, 지난해의 두 배 이상인 166억 5000만 달러(약 23조 9000억원)를 조달했다.
황수연 기자 ppangsh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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