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영국·스웨덴·오스트리아 등 잇단 결정
[코펜하겐=AP/뉴시스] 8일(현지시각) 덴마크 코펜하겐의 시청 광장에서 시리아 반군 깃발을 든 집회 참가자들이 시리아 정부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09.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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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내전이 13년 만에 반군의 승리로 끝난 가운데 유럽 각국이 시리아 출신 난민의 망명 심사 절차를 잇따라 중단하고 있다. 바샤르 알 아사드 독재 정권이 무너지자 시리아로의 귀국을 희망하는 피란민이 많은 데다 유럽 전역에서 우파 정당들이 부활하면서 이민 제한 정책이 힘을 받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9일(현지시간) AP통신·AFP통신·로이터통신·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은 이날 시리아의 상황이 어떻게 전개될 지 예측하기 어려워 시리아 피란민에 대한 망명 심사를 보류하기로 했다.
낸시 페저 독일 내무장관은 "시리아의 정치적 상황에 대해 정확한 평가가 나올 때까지 망명 심사를 처리하지 않겠다"며 "이번 결정이 이미 허가된 망명 자격에는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고 밝혔다. 현재 독일 연방이민난민청에 계류 중인 시리아인 망명 신청은 4만7270건이다.
독일은 앙겔라 메르켈 총리 재임 당시인 2015~2016년 100만명 이상 망명 신청자 입국을 허용하면서 유럽 국가에서 시리아 난민이 가장 많은 국가로 이번 조치로 큰 파장이 예상된다. 독일 거주 시리아 국적자 약 97만명 중 78만명이 망명 자격을 얻었거나 신청한 상태다.
영국도 시리아 난민 망명 절차를 중단했다. 영국 내무부는 "시리아 현지 상황을 점검하는 동안 시리아 출신 망명 희망자들의 심사를 일시 보류했다"고 밝혔다. 2014년 3월부터 2021년 2월까지 7년간 영국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은 2만319명이다. 독일 다음으로 시리아 난민(11만명)을 많이 받은 오스트리아는 모든 시리아인의 망명 신청을 중단한 데 이어 이미 망명이 허가된 사례도 재검토하기로 했다.
이탈리아·노르웨이·덴마크·스웨덴·그리스 등 다른 유럽 국가들도 망명 절차를 잠정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시리아의 정세가 불안한 만큼 대부분 국가가 시리아 난민을 즉시 추방하지 않기로 했다. 프랑스도 조만간 비슷한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다마스쿠스=AP/뉴시스] 9일(현지시각) 시리아 다마스쿠스에서 시민들이 거리에 버려진 시리아 정부군 전차에 올라가 바샤르 알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축하하고 있다. 2024.12.1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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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 난민 상당수가 아사드 독재 정권의 탄압을 피하려던 수니파 주민인 만큼 반군의 승리 소식에 대거 귀향길에 오를 것으로 보인다. 유럽 각국에서 대규모 이민 정책에 반대하는 우파 정당들이 득세한 것도 이번 난민 심사 중단 조치에 영향을 미쳤다. 독일 보수 야당인 기독민주당의 옌스 슈판 원내부대표는 "시리아 피란민들에게 정착 비용으로 1000유로(약 150만원)씩 나눠주고 시리아행 전세기를 띄우자"고 제안했다.
다만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유럽연합(EU)은 시리아를 폭압 통치해온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환영하면서도 당장 난민 귀환 조건이 갖춰지지는 않았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쳤다. 데이비드 래미 영국 외무장관도 "많은 시리아인들이 고국으로 돌아가기 시작한 건 긍정적인 신호지만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며 "위험한 불법 이주 경로를 통해 유럽 대륙과 영국으로 유입되는 사람들이 다시 증가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봤다.
송지유 기자 cli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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