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안화력발전소 노동자들이 지난 3월30일 ‘석탄발전소의 정의로운 전환’을 촉구하는 조형물을 들고 태안 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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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발전5사들이 석탄화력발전소 폐쇄 대책 등을 논의하기 위한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 회의에 착수했다. 당장 내년 말부터 태안화력발전 1, 2호기를 시작으로 전국 석탄발전소가 줄줄이 폐쇄될 예정인 가운데, 정작 노동자들은 자신의 미래를 결정할 회의에서 배제돼 ‘정의로운 전환책’ 마련 과정에서 갈등이 불거질 조짐이다.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와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발전5사, 보령·당진·하동 등 발전소가 있는 지자체는 10일 서울 종로구 석탄회관에서 첫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 회의를 열어 내년 1분기까지 석탄발전소 전환 방향을 담은 로드맵을 만들기로 의견을 모았다. 해당 로드맵에는 석탄발전소 인프라를 재활용하기 위한 방안과 석탄발전소 폐쇄 시 지역경제·일자리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한 대책이 담길 예정이다.
국가 중장기 전력 운영계획을 담은 제10차,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르면 당장 내년 말 태안 1, 2호기를 시작으로 오는 2036년까지 전국 석탄화력발전소 58기 가운데 28기가 단계적으로 폐쇄된다. 하청과 재하청으로 얽힌 발전산업 고용구조 때문에 발전소 폐쇄는 수천명의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 채 직장을 잃는 사태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조사 결과 현재까지 폐쇄된 10여기 석탄발전소의 정규직 노동자 740여명은 전환배치를 통해 일자리를 유지했지만, 협력사 노동자 840여명 중 10% 이상은 일자리를 잃었다. 아직까진 운영 중인 다른 석탄발전소들이 많아서 해고자 규모가 크지 않았지만, 앞으로 석탄발전소 수가 줄수록 비정규직 해고자 수는 큰 폭으로 늘 수 있다.
최남호 산업통상자원부 2차관(맨 앞줄 왼쪽에서 세번째)이 첫 석탄발전 전환 협의체 회의 주재한 뒤 기관별 주요 정책 추진현황 등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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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탄발전소 노동자의 일자리 대책 등을 논의하는 이번 첫 협의체 회의를 두고,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산하 발전비정규직노조는 “노동자들을 배제한 깜깜이 회의”라고 비판했다. 양대노총 발전비정규직노동자들이 모인 ‘발전비정규직대표자회의’의 이태성 간사는 “탄소감축이란 시대적 과제를 위해 석탄발전소 폐쇄에 동의한 노동자들은 석탄발전소 전환 과정에 직접 참여해 재배치와 재교육 관련 의견을 내게 해달라는 요구를 지속해서 해왔다”며 “당사자를 배제하고 정부와 지자체 등이 경제적 논리를 우선으로 세운 전환계획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고 지적했다.
‘석탄을 넘어서' 등 기후환경단체들은 ‘보여주기식 협의’를 넘어 유럽연합(EU) 주요국가처럼 ‘정의로운 전환’을 기조로 관련 법 제정과 기금 설립 등이 먼저 추진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정의로운 전환이란 탄소중립 과정에서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입을 수 있는 대상을 보호하고,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담을 사회가 분담하는 정책 방향을 말한다.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20년 초 확정된 ‘유럽 그린딜’의 이행을 위해 ‘정의로운 전환 메커니즘’을 만들고, 2030년까지 화석연료 산업 의존도가 높은 지역들에 총 1천억유로(약150조원)를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지원을 받기 위해선 국가나 지방정부가 일방적으로 수립하는 계획이 아니라 모든 이해당사자가 참여해 작성한 정의로운 전환 계획서를 승인받아야 한다. 독일의 경우 2020년 ‘석탄지역 구조강화법’ 등을 만들어 석탄 광산 및 발전소가 폐쇄되는 지역에 신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2038년까지 400억유로를 지원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국내에선 이수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7월 산업전환에 따른 고용안정 지원책 등을 담은 ‘정의로운 전환 3법’을 대표 발의했지만 국회 논의가 멈춘 상태다.
옥기원 기자 o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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