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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저출산 해소’를 국가적 과제로 설정한 가운데 결혼·출생 장려를 위한 각종 정책이 쏟아지고 있다. 혼인율과 출생률을 올리는 데에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부채 급증이나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 등이 단기간에 급증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10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달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에서 해제된 서울 서초 서리풀지구에 지어지는 2만 가구 중 55%(1만1000가구)는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2인 ‘미리 내 집’으로 공급될 예정이다.
미리 내 집은 신혼부부에게 시세보다 저렴한 가격에 도심 지역 아파트를 장기로 빌려주는 사업이다. 신혼부부 입주 시 10년까지 살 수 있고, 자녀를 한 명 이상 출산하면 20년까지 늘어난다. 두 자녀 이상 출산 시 20년 후 시세의 80∼90% 수준으로 분양받을 수 있다.
주거 환경이 양호하고 도심 접근성이 높아 청년층과 신혼부부가 선호하는 역세권 브랜드 아파트 중심으로 공급되는 것이 특징이다. 1호 미리 내 집은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재건축)으로 7월 총 300가구의 입주자 모집이 진행됐다. 이달에도 강남구 ‘메이플자이’(195가구), 성동구 청계 SK VIEW(106가구) 등 400가구 이상이 공급을 앞두고 있다.
부동산 가격은 출생률을 결정짓는 주된 원인 중 하나다. 국토연구원이 2009~2022년 전국 출생률을 분석했더니 주택 매매가와 전셋값이 1% 오를 때마다 다음 해 출생률은 0.00203명과 0.00247명씩 떨어졌다. 첫째 아이 출산을 결정하는 요인의 30.4%가 ‘주택 매매·전세가’였으며, 이는 둘째(28.7%)와 셋째(27.5%) 때도 가장 큰 변수로 작용했다.
하지만 통계청의 ‘2023년 신혼부부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는 97만4000쌍으로 전년 대비 5.6%(5만8000쌍) 줄었다. 2015년 관련 통계 작성 이래 최저치다. 100만 쌍을 밑도는 것도 처음이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는 2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만9200명(7.7%) 감소했다. 10년 전인 2013년(43만7000명)의 절반 수준이다.
정부 또한 이 같은 문제를 인지, 출생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각종 주거 대책을 내놨다. 1월 2년 이내에 출산·입양한 가구를 대상으로 최저 1%대의 주택 구입·전세자금을 빌려주는 ‘신생아 특례대출’이 최초로 시행됐다.
내년부터는 부부 합산 연 소득이 2억5000만 원으로 늘어나며 대출 가능 문턱이 더 낮아진다. 결혼을 통해 청약 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소득요건과 무주택 기준, 당첨 이력 등도 폐지하거나 완화했다.
지자체들도 결혼과 출산을 선택하는 청년층을 위한 각종 정책 마련에 뛰어들었다. 부산시는 신혼부부가 아이를 낳는 경우 임대료 없이 평생 살 수 있는 임대주택을 지원하기로 했다. 전북도는 18∼39세 청년과 신혼부부(혼인신고일 기준 7년 이내)를 대상으로 한 ‘반값 주택’ 공급 계획을 밝혔다. 월 임대료는 28만 원이고 자녀를 출산하면 임대료가 면제된다.
인천시는 ‘i+집드림’ 사업을 통해 일명 ‘천원주택’을 공급한다. 신혼부부라면 일 임대료 1000원으로 매입·전세임대 주택에 거주할 수 있다. 최초 2년, 최대 6년까지 살 수 있고 자녀 수에 따라 주택 면적이 달라진다.
출생률을 높이기 위해 주택 공급을 늘리는 방향의 정책을 선택한 점은 긍정적이나, 부동산 시장 변화 또한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올 1~9월 집행된 디딤돌대출은 22조2507억 원으로 지난해 연간 집행액(13조8835억 원)을 넘어섰다.
디딤돌대출 잔액은 지난해 말부터 늘었다. 결혼 장려를 위해 신혼부부의 연소득 기준을 확대하고 새 유형으로 신생아 특례대출을 추가해서다.
이에 가계부채는 폭등했고, 정부는 결국 이달 2일 신규 대출신청분부터 수도권 아파트를 대상으로 한 디딤돌대출 가능 금액을 최대 5500만 원 줄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출생률 제고를 위해 시행한 정책모기지였지만 유의미한 수치 변화가 일어나기도 전에 부작용이 나타난 셈이다.
황인도 한국은행 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집값 여건 개선 시 출생률이 산술적으로 올라가는 것은 사실”이라며 “그러나 도시인구집중도나 육아 휴직 등 관련 정책처럼 단기간에 변화되기 어려운 변수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투데이/정영희 기자 (chulsoofriend@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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