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며 ‘3%대 정기예금’도 사라질 위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18개 은행(산업은행 제외)의 33개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연 2.91%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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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대사업자 김 모(74) 씨는 최근 고민이 많다. 금리가 4%대인 1년짜리 정기예금 만기가 끝나가는데 목돈을 넣어둘 곳이 마땅치 않아서다. 정국 혼란으로 한국 주식시장은 불안하고, 예금에 묻어두기엔 이자가 적다. 김 씨는 “시중은행 2~3곳을 알아보니 우대금리 포함해 3.2%를 제시했다”며 “요즘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할 수 있는 곳은 예금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한국은행이 지난달 기준금리를 인하한 후, 은행권이 줄줄이 수신(예ㆍ적금)금리를 낮추고 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전날부터 거치식 예금금리를 최대 0.25%포인트 내렸다. 1년 만기 퍼스트정기예금 금리는 기존 연 2.7%에서 연 2.45%로 낮아졌다.
시중은행 중엔 NH농협은행이 이달 초 정기예금 금리를 세 차례 낮췄다. 인하 폭은 총 0.2%포인트다. BNK경남은행은 지난 6일 예ㆍ적금 10종의 금리를 0.15~0.5%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인터넷은행도 발 빠르게 예금금리를 낮췄다. 케이뱅크는 이달 초 정기예금 금리는 최대 0.2%포인트, 정기적금은 최대 0.3%포인트 내렸다.
은행들이 앞다퉈 수신금리 인하에 나서며 ‘3%대 정기예금’도 사라질 위기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18개 은행(산업은행 제외)의 33개 정기예금 상품의 1년 만기 평균 금리는 연 2.91%다. 여기에 스마트뱅킹 가입, 관리비 이체 등의 각종 우대금리를 끌어모아야 연 3.2%(평균)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를 수신금리에 반영하지 않은 일부 시중은행도 최근 인하를 검토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달 기준금리 인하 후 시장금리가 빠르게 하락해 수신금리 인하를 검토하고 있다”며 “시중은행 1~2곳이 수신금리를 낮추기 시작하면 낮출 확률은 높아진다”고 말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
최근 은행이 적극적으로 예ㆍ적금 금리를 낮춘 것은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면서다. 한국은행이 10월에 이어 지난달 2회 연속 기준금리 ‘깜짝 인하’를 택하면서 시장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예금금리 기준이 되는 1년 만기 금융채(은행채ㆍAAA) 금리는 지난 9일 연 2.991%로 한 달 사이 0.24%포인트 하락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준거 금리로 활용되는 5년 만기 금융채 금리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11월 초 연 3.2%대에서 거래됐던 금융채 5년물 금리는 이달 9일 연 2.889%까지 밀려났다. 올해 초(연 3.851%)와 비교하면 약 1%포인트 하락한 셈이다. 상당수 대출자가 기준금리 인하를 체감하기 어렵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정근영 디자이너 |
눈에 띄게 하락한 시장금리와 달리 대출금리의 하락 폭이 크지 않아서다. 4대 시중은행(KB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은행)에 따르면 10일 기준 고정형(혼합형) 주담대 금리(평균)는 연 3.78~4.85%다. 2회 연속 기준금리 인하로 하단 금리가 3% 중반대로 하락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대출규제가 쏟아지기 직전인 6월(연 3.07~4.33%)과 비교하면 최대 0.71%포인트 높다. 시장금리 하락 폭이 대출금리에 제대로 반영되지 못한 것도 당국의 대출관리 압박에 은행권이 연말까지 대출 문을 좁혀놨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상당수 시중은행은 7월부터 넉 달 동안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1%포인트 이상 끌어올려 놨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연초에 (금융당국에) 제시한 가계대출 목표치를 맞추기 위해 신규대출을 줄이는 방식으로 대출 총량을 관리하고 있다”며 “규제가 풀리지 않는 한 가산금리를 정상화하긴 어려울 수 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기준금리 인하에도 예금과 대출의 금리 격차(예대금리차)가 당분간 크게 벌어질 것으로 전망한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국민ㆍ신한ㆍ하나ㆍ우리ㆍNH농협)에서 신규 가계대출의 예대금리차는 10월 기준 평균 1.04%포인트다. 지난 7월(0.43%포인트) 이후 석달 만에 2배 이상 뛰었다.
염지현 기자 yjh@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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