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종근 특전사령관이 10일 오전 국회 국방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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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3 비상계엄’ 사태 당시 윤석열 대통령이 국회 장악 임무를 맡은 곽종근 육군특수전사령관(중장)에게 직접 전화해 “문을 부수고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고 지시했다고 곽 사령관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밝혔다. 계엄군이 확보하려 한 장소에는 국회와 선거관리위원회뿐 아니라 민주당사도 포함됐고, 체포 명단에 오른 인사는 기존에 알려진 10명이 아니라 14명이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곽 사령관은 “대통령이 비화폰으로 직접 전화했다”며 “‘의결정족수가 아직 안 채워진 것 같다. 문을 부수고 들어가 안에 있는 인원을 끄집어내라’고 했다”고 밝혔다. 여기서 ‘인원’은 본회의장에 입장한 국회의원을 뜻한다.
해당 지시는 윤 대통령과 곽 사령관의 두 번째 통화에서 이뤄졌다. 곽 사령관은 지난 6일 김병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유튜브에 출연해 대통령으로부터 "‘707(특임단)이 어디쯤 이동하고 있느냐’는 (전화를) 한 번 받았다"고 말했는데, 추가로 또 통화를 했다는 것이다.
곽 사령관은 윤 대통령과 통화가 “4일 0시 30분에서 40분 사이 이뤄진 것으로 기억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을 의결하기 위한 정족수인 국회 재적 과반(151명) 의원들이 본회의장에 출석한 시간은 0시 40분쯤이었다. 지시에서 의결 정족수를 언급한 점으로 미뤄 윤 대통령은 TV 등을 통해 정족수에 가까워지는 본회의장 상황을 알게 된 뒤 급하게 전화를 걸었을 가능성이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선포한 가운데 지난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에 대한 표결이 진행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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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사당 내부로 진입한 김현태 707 특임단장(대령)도 곽 사령관으로부터 전화로 “‘(본회의장 출석 의원이) 150명을 넘으면 안 된다, 들어갈 수 있냐’는 지시를 받았다”며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의 지시로 인식하고 위험하다고 현 상황을 얘기했다”고 말했다.
4일 오전 1시 1분 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은 가결됐다. 곽 사령관은 사실상 의원을 끄집어내라는 명령에 불복종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그는 “그 지시사항을 듣고 이것을 어떻게 해야 할지 현장 지휘관들과 공포탄 사용이나 전기 차단 여부를 논의했다. 현장 지휘관들이 ‘그건 안 된다’고 했고, 저도 그게 옳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또 “지시사항을 이행해서 들어가게 되더라도 작전 병력들이 범법자가 되는 문제가 있었고, 강제로 깨고 들어갔을 때 너무 많은 인원들이 다칠 것이라고 생각해 차마 그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했다”고 진입 중지 이유를 설명했다.
곽 사령관은 또 계엄보다 이틀 앞선 지난 1일 국회와 선관위 3곳, 민주당사, 여론조사꽃 등 6개 장소를 확보하라는 지시를 김 전 장관으로부터 받았다고 말했다. 계엄 당일 TV를 보고 계엄 사실을 알게 됐지만 해당 지시가 떨어질 때 계엄을 추정했다는 것이다. 민주당사도 계엄군의 확보 목표였다는 진술이 나온 건 처음이다. 곽 사령관은 ‘확보’가 무슨 뜻이냐는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의 질문에 “건물 출입구를 확보해 인원이 나오거나 들어가지 못하도록 하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방위원회의 긴급 현안질의에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등 군 관계자들이 출석해 자리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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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비화폰으로 6개 장소 확보 지시를 받았다는 곽 사령관은 “비상계엄이 아니고 전방 상황이 생길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었다”고 돌아봤다. 북한의 도발 등과 관련한 상황을 생각했다는 취지다.
또 지시를 받기 전에는 계엄이란 사태를 인지하지 못했지만 “(김 전 장관과)중요시설, 반국가세력 등(이 언급되는) 내용의 대화를 하면서 조금씩 알게 됐다”며 “(김 전 장관에게)이야기를 들었을 때는 설마 그렇게 하리라고 생각을 안 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예하 여단장들이 미리 알면 문제가 될까봐 차마 관련 지시를 공유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계엄군의 신병 확보 대상이었던 14명의 명단이 드러나기도 했다. 김대우 방첩사 수사단장(해군 준장)은 ‘여인형 방첩사령관이 김 전 장관으로부터 직접 지시받았다고 하면서 정치인 14명 체포를 지시했느냐’는 조국 조국혁신당 의원의 질의에 “네”라고 답했다.
이는 지난 6일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이 여 사령관에게 들었다고 주장한 10명보다 많은 숫자다. 홍 전 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직후 "싹 다 잡아들여 정리하라"는 명령을 받았고, 여 사령관으로부터는 구체적인 체포 대상 명단도 전달받았다고 진술했다.
당시 홍 전 차장이 밝힌 명단은 우원식 국회의장,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박찬대 원내대표·김민석 수석최고위원·정청래 법제사법위원장,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 유튜버 김어준씨, 김명수 전 대법원장, 권순일 전 대법관 등이었다.
윤석열 대통령이 계엄령을 선포한 다음 날인 지난 4일 국회에서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한이 통과된 뒤 출동했던 군병력이 철수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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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국방위에서 민주당 안규백 의원은 알려진 10명 외에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김민웅 촛불행동 대표, 조해주 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상임위원,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 등이 명단에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김 단장은 “대략 맞는 것 같고, 14명으로만 확실히 기억하고 있다”며 “방첩사를 압수수색한 검찰에 명단을 제출했으니 그 내용을 확인하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계엄과 관련한 임무는 지휘부 소수만 공유했을 뿐 현장 지휘관이나 대원 등은 정확한 작전 목표나 목적도 알지 못한 채 대기를 지시받은 사실도 드러났다.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이 영문도 모르는 군인들을 위험한 상황으로 내몰며 내란 혐의의 공범으로 동원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방첩사는 여 사령관 지시로 계엄 선포 이틀 전 주요 간부들에게 대기 명령을 하달했다. 여 사령관의 직무 정지에 따라 사령관 직무대리를 맡은 이경민 참모장(육군 소장)은 ‘지난 1일 여 사령관이 북한 도발 임박을 빌미로 대령급 실장들에게 통신상으로 지시 대기를 내렸느냐’는 질의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계엄 선포 당일인 3일 오전에는 “‘북한 오물·쓰레기 풍선 상황이 심각하다. 각 처·실장들은 음주를 자제하고 통신축선 상 대기를 철저히 하도록 하라’는 지시를 여 사령관으로부터 받았다”고도 했다.
문상호 정보사령관(육군 소장)은 “김 전 장관으로부터 비상계엄 선포 전 과천 정부청사 인근에서 대기하라는 지시를 받았다”고 밝혔다. 문 사령관은 “(계엄 선포) 당일 오전 10~11시에 지시를 받았다”며 “첫 지시는 해당 주에 야간에 임무를 부여할 수 있으니 1개 팀 정도를 편성해 대기하라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당시만 해도 목적지는 알 수 없었다고 그는 말했다. 과천 정부청사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인접해 있다.
정보사 소속 영관급 장교 10명으로 팀을 꾸린 문 사령관은 당일 오후 5시쯤에는 “오늘 야간에 임무를 줄 수 있다”는 지시를 받았다고 말했다. “과천 정부청사 인근에서 오후 9시쯤 대기할 수 있도록 하라”는 명령과 함께였다.
문 사령관은 "선관위에 가서 전산실 위치를 확인하고 거기를 지키고 있다가 다른 팀이 오면 인계해 주라는 임무를 받았다"고 말했다. 문 사령관의 증언으로 윤 대통령의 계엄 발표가 끝난 지 불과 5분 만인 10시 33분에 군인들이 선관위에 진입할 수 있었던 이유가 드러난 것이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지난 3일 계엄령 선포 당시 선거관리위원회에 투입된 계엄군이 선관위 시스템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담긴 내부 CCTV를 6일 공개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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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사령관은 선관위 내부 폐쇄회로(CC)TV에 찍힌 군인들이 정보사 소속이었다는 사실도 시인했다. 앞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가 공개한 CCTV에는 이들이 휴대전화 카메라로 선관위 서버를 촬영하는 장면이 포착됐다. 문 사령관은 "제가 (사진을) 찍어서 보내라고 지시했고, (촬영한 사진은) 제가 받았다"고 말했다.
정보사 장교들은 신속히 선관위를 장악한 뒤 방첩사에 서버실을 인계하려 했던 것으로 보인다.
정성우 방첩사 1처장(육군 준장 진)은 “중앙선관위 등 4개소 현장 위치에서 ‘의명 상황변화 시 서버실 출입통제’ 등 서버실 확보 후 대기 지시가 있었다”며 “수사관 5명, (IT) 기술을 아는 기술지원팀 10명, 안전지원팀 10명 등 25명씩 4개 팀을 편성했다”고 말했다. 선관위 서버를 복사하고 복사가 안 되면 서버를 통째로 들고 나오라는 여 사령관의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서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정 처장은 또 “포고령 2번 항목인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 선동을 금한다 등 위반 가능성에 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은 선관위에 계엄군을 투입한 건 부정선거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라고 설명했지만, 현장 투입 인원에는 포고령에 따른 합법적 지시인 양 사실상 속인 셈이다.
계엄사령관에 임명됐던 박안수 육군참모총장이 당일 오후 김 전 장관과 독대한 사실이 새로 확인되기도 했다. 박 총장은 이날 국방위에서 “지난 3일 오후 4시쯤 현안 토의를 위해 김 전 장관과 둘이 만났다”고 말했다.
정치인 수감 시설로 수방사 B1 벙커를 활용할 계획도 군 관계자 발언을 통해 처음 공개됐다. 김 수사단장은 “구금시설 관련된 지시와 체포와 관련된 지시는 여 사령관으로부터 직접 받았다”며 “처음에 지시받기로는 B1 벙커 안에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이 있는지 확인하라고 했다”며 “실장을 통해서 수방사에 가서 B1 벙커를 확인하라는 것이었다”고 말했다.
김 전 장관의 보안 (업무)폰이 아직 국방부에 보관돼있다는 얘기도 나왔다. 김선호 국방부 차관(장관 직무대행)은 ‘전 장관 보안폰이 압수수색 목록에 있었냐’는 부승찬 민주당 의원 질의에 “경찰이 왔을 때 목록에 없었다”며 “보관되는 곳에 보관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이어 ‘군 검찰이 보안폰 움직이던 서버를 압수할 용의가 있냐’는 물음에 “(검찰) 특별수사본부에서 하지 않으면 군 검찰단장이 (압수를) 하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김 전 장관에게 계엄 작전에 반대를 건의했다고도 했다. 그는 “국회에 병력이 투입될 때 안 된다고 말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그렇게 하지 못한 건 책임져야 할 부분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근평·이유정·심석용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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