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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3 (금)

한림원 "작품 속 한강, 부드러운 목소리로 잔인함과 상실 말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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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손 노벨문학상위 위원, 노벨문학상 시상식 연설서 발언

'작별하지 않는다' 언급…"결국 모든 것은 지식·진실 추구"

"작품 속 인물, 상처받고 취약하지만 충분한 힘 가진 존재"

뉴시스

[스톡홀름=AP/뉴시스]한림원 소속으로 노벨문학상 선정에 참여한 엘렌 맛손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놓고 기억의 조각을 맞추며 지식과 진실을 추구한다고 평가했다. 사진은 한강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소재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은 모습.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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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 이명동 기자 = 한림원 소속으로 노벨문학상 선정에 참여한 엘렌 맛손 노벨문학상위원회 위원은 한강의 작품 세계를 놓고 기억의 조각을 맞추며 지식과 진실을 추구한다고 평가했다.

맛손 위원은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소재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 문학 부문 시상 연설에서 "작가의 목소리는 매혹적일 만큼 부드럽지만 차마 형용할 수 없는 잔인함과 회복될 수 없는 상실을 말한다"고 해설했다.

그는 한강의 작품 세계를 흰색과 붉은색 두 가지 색이 만나는 것으로 풀이하며 "학살로 쌓인 시쳇더미에서 피가 흐르고 짙어지다가 이내 호소가 되며 그리 답할 수도 없고 외면할 수도 없는 질문으로 변한다"고 설명했다.

눈(雪)을 나타내는 흰색은 화자와 세상 사이에 보호막을 형성하는 동시에 슬픔과 죽음을 상징한다. 붉은색은 생명을 상징하지만 고통, 피, 칼로 깊게 베인 상처를 의미한다.

맛손 위원은 "2021년 작(作) '작별하지 않는다'에서 눈은 산 자와 죽은 자가 만날 수 있는 공간을 생성한다. 중간에 떠다니는 자는 어디에 속하는지 아직 결정하지 않은 자"라며 "소설 속 화자는 기억의 조각 맞추면서 시간의 층위를 미끄러지듯 통과하고 죽은 자의 그림자와 소통하고 이들의 지식을 배운다"고 말했다.

이어 "왜냐하면 결국 모든 것은 지식과 진실을 추구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설령 그 과정이 견디기 어렵다고 해도 말이다"라며 "이 소설은 내내 눈보라 속에서 전개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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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홀름=AP/뉴시스]소설가 한강(왼쪽)이 10일(현지시각)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소재 콘서트홀에서 열린 노벨상 시상식에서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으로부터 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고 있다. 2024.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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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절묘하게 구현된 한 환상에서 소설 속 친구는 육체가 머나먼 병상에 갇혀있음에도 불구하고 책장에서 자료집이 담긴 상자를 꺼내 역사의 모자이크 한 조각을 더해줄 수 있는 문서를 찾아낸다. 꿈은 현실로 넘쳐흐르고 과거는 현재로 이어진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경계가 녹아 사라지는 이러한 변화는 한강 작품에서 나타나는 공통적인 특징"이라며 "사람들은 이리저리 움직이며 더듬이를 뻗어 양방향을 가리키며 신호를 포착하고 또 해석하려 한다. 인물은 때때로 본인이 보고 목격하는 것으로 인해 좌절하기도 하고 그럴 때는 매번 마음의 평화가 무너진다"고 풀이했다.

또 "한강의 작품 세계에서 사람들은 상처받고 취약하고 어떤 면에서는 약하지만 그래도 충분한 힘을 가졌다"면서 "꼭 필요한 힘을 가졌기 때문에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자료를 하나 더 요청하고 살아남은 목격자를 한 명 더 만날 수 있는 것이다. 빛이 희미해지면 죽은 자의 그림자는 벽 위를 계속 맴돈다. 아무것도 사라지지 않으며 그 무엇도 끝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한강은 이날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 소재 콘서트홀에서 아시아 여성 최초로 노벨문학상 메달과 증서를 받았다. 칼 구스타프 16세 스웨덴 국왕이 이를 수여했다.

노벨위원회는 한강의 문학상 선정 이유를 두고 "역사적 트라우마를 배경으로 해 인간 연약함 탐구한 작가를 선정했다"고 설명했다.

시상식을 마친 한강은 만찬에 참석한 뒤 소감을 발표할 예정이다. 만찬에는 국왕, 수상자, 노벨재단과 한림원 주요 인사, 언론 관계자 등 1300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12일에는 노벨문학상 수상자의 밤 행사도 앞두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ddingdong@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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