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정부는 '합법성'
트럼프 인수위는 '지속가능성' 관심
한덕수(왼쪽) 국무총리와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8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에서 국정 수습 방안 관련 공동 담화문을 발표하고 있다. 홍인기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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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여당이 내놓은 이른바 '한덕수-한동훈 공동 국정운영 체제'는 생소하다. 국정 2인자인 총리와 여당 대표의 기묘한 동거다. 미국 시각에서는 더 그렇다. 의구심을 제기하는 건 조 바이든 현 정부만이 아니다. 취임 한 달 남짓 남은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의 정권 인수위원회 측에서도 우리 측에 물어온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트럼프 인수위 측에서는 '한-한 체제'가 헌법에 부합하는지 여부보다는 '지속 가능한지'에 더 관심을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10일 한미관계에 정통한 복수의 외교소식통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와 한-한 체제 발표 전후로 트럼프 인수위 측은 워싱턴 소재 싱크탱크 여러 곳과 접촉해 한국의 정치상황에 대해 문의했다. 현재 주미한국대사관이 트럼프 인수위와 소통을 유지하고 있지만, 한-한 체제와 같은 구체적 사안에 대한 논의와는 거리가 멀었다. 외교부 당국자는 "외교부 차원에서 소통은 차질 없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바이든 행정부가 한-한 체제의 '합법성 여부'를 중심으로 문의했다면, 트럼프 인수위의 초점은 한-한 체제의 '지속 가능성 여부'에 맞춰진 것으로 전해졌다. 미 로비업체 관계자는 "비상계엄 직전 트럼프 본인과 인수위 인사들의 발언을 보면 생각한 것보다 한미 안보협력과 관련한 발언 수위가 세지 않다"며 "바이든 행정부뿐만 아니라 트럼프 행정부 입장에서도 계엄 전까지의 한국은 굉장히 좋은 파트너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관계가 좋았는데 갑자기 한국의 급변하는 정치상황에 대해 물어온 건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로 인해 트럼프 인수위의 한미외교 구상도 어그러졌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한미관계 연구기관의 임원은 "결국 한-한 체제가 한국 대중의 지지를 업고 국정운영을 할 수 있느냐가 관심인 것 같다"며 "섣불리 대화에 나섰다가 정권교체로 변화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지난 2016년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한 이후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이 합법적으로 대행체제를 운영했음에도 중요 외교협의에서 한국을 제외했다는 이른바 '코리아 패싱' 논란이 불거졌다. 당장 한-한 체제를 두고 야권에서 헌법 위반이라는 비판을 쏟아내고 있는 만큼, 현 정국이 길어지면 한미 정상외교뿐 아니라 새 행정부와의 정책협의에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한국 외교의 최종 정책결정권자'를 묻는 질문에 "정부의 국정운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틀 내에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권한 행사의 주체로 윤 대통령을 명시적으로 언급하지 않았지만, 당연히 윤 대통령에게 권한이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문재연 기자 munja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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