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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9 (목)

[뉴스속 인물]시리아 53년 독재 끝낸 반군 수장 '알줄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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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알카에다 추종한 이슬람 극단주의자

온건 노선과 시리아 해방 명분의 HTS 수장

터번과 군복 벗고 이미지 변신도 꾀해

시리아 반군이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무려 53년간 집권한 알아사드 가문의 독재 정치가 막을 내렸다. 시리아 반군을 주도한 하야트 타흐리르 알 샴(HTS·시리아해방기구)의 수장 아부 무하마드 알줄라니(42·Abu Mohammad al-Julani)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알줄라니는 1982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수도 리야드에서 시리아인 가정에서 태어났다. 본명은 아흐메드 후세인 알샤라다. 아버지는 리야드에서 석유 산업 종사자로 일했고, 어머니는 지리 교사로 알려졌다. 아버지는 1960년대 시리아에서 아랍 민족주의 학생 운동가 출신이었다. 알 아사드 정권의 탄압을 피해 이라크로 건너간 뒤 바그다드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이후 사우디아라비아로 망명해 결혼하고 알줄라니를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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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공영방송 PBS에 출연한 알줄라니 [사진출처=유튜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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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8일(현지시간) 알줄라니에 대한 일대기를 쓴 시리아 연구자 후삼 자즈마티(Hussam Jazmati)의 말을 인용해 "어릴 적 알줄라니는 내성적이었다. 두꺼운 안경을 쓰고 주목받기를 피하면서 열심히 공부하지만, 눈에 띄지 않았다고 그의 친구들은 회고했다"라고 보도했다.

알줄라니 가족은 1989년 시리아로 이주했다. 10대 시절, 그의 인생을 바꾼 두 가지 중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2000년 제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투쟁)와 2001년 미국 9·11 테러였다. 그는 곧 이슬람 근본주의와 아랍 민족주의 혁명론에 빠졌다. 다마스쿠스대학교 미디어학과에서 공부하다가 2003년 이라크로 건너간 뒤 테러 조직 알카에다에 입단했다. 2006년 미군에 체포돼 5년간 수감됐다.

2011년 발발한 시리아 내전은 알줄라니에겐 새로운 기회였다.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인 알누스라 전선(ANF)을 설립한 뒤 이슬람 국가(IS)와 동맹을 맺고 세력을 키웠다. 총사령관인 알줄라니의 리더십 아래 알누스라는 시리아에서 가장 강력한 조직으로 부상했다. 미국 정부는 2012년 12월 알누스라 전선을 공식 테러 조직으로 지정했고, 이듬해 5월에는 알줄라니를 테러리스트 명단에 올린 뒤 1000만달러(140억원)의 현상금을 내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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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상금이 걸린 알줄라니 수배지 [사진출처=미 국방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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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줄라니는 2016년 알카에다와 관계를 끊는다. 이후 알누스라 전선을 자브하트 파테 알샴(JFS)으로 개명했다. 다음 해 2월 시리아 북서부 이들리브(Idlib)주를 거점으로 다른 무장 단체들을 규합해 HTS를 결성했다. 알줄라니는 이슬람주의와 민족주의를 결합한 온건 노선과 아사드 독재정권으로부터 시리아를 해방하겠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IS와 친(親)알카에다 세력을 이들리브주에서 몰아낸 뒤 주민에게 치안과 복지를 제공하는 등 사실상 지방 정부 기능을 수행했다.

알줄라니는 대중적 입지를 다지는 한편 '위험 분자' 낙인을 지우고 국제사회에서 인정받기 위해 노력했다. 군복과 터번을 벗고 민간복 차림의 모습을 노출하기도 했다. 그는 지난해 2월 미국 공영방송 PBS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들리브 지역은 유럽이나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공간이 아니다. 외국인 지하디스트(이슬람 성전주의자)들의 활동 무대는 더더욱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2020년 시리아 내전이 휴전에 들어간 뒤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던 HTS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지난해 10월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터지자 알아사드 정권을 상대로 진군했다. 알아사드 정권에 대한 이란과 러시아의 지원이 약화한 틈을 노린 것이다. HTS는 수도 다마스쿠스로 무혈입성에 성공했고, 알아사드 대통령이 러시아로 망명하면서 53년간의 독재가, 13년간의 내전이 마침내 종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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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웨덴 스톡홀름시티역 광장에서 모여 기뻐하는 시리아인들 [사진출처=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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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는 이번 시리아 내전 종식을 두고 환영의 뜻을 밝혔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8일(현지시간) "우리는 모든 시리아 단체와 협력해 아사드 정권으로부터 독립적이고 주권적인 시리아로의 전환을 확립할 것"이라고 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모든 소수자를 보호하는 시리아 국가 재건을 위해 유럽이 적극적으로 나서겠다고 약속했다.

최호경 기자 hocanc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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