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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월클뉴스] 한국 봤지? 계엄은 현실이야...'K-법' 따라 고치자는 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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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한국 계엄 사태에 법 개정 논의 불붙어

38년간 계엄통치를 겪은 대만에서 계엄법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의 계엄 사태를 거울삼아 "더 촘촘하게 법안을 개정해야 한다"는 야당과 "지금 법으로도 충분하다"는 여당의 싸움이 치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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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집권여당인 민주진보당(민진당) 라이칭더 총통이 지난 6일 공항에서 연설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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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움은 12월 3일 한국에서 벌어진 계엄 사태에서 시작됐습니다. 다음날 새벽, 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 산하 한 소셜미디어 계정에 관련 소식이 올라왔습니다. 게시물엔 "한국 국회를 친북 세력이 장악한 상황에서 윤 대통령이 긴급히 계엄령을 선포했다"고 적으면서 "대만 입법원(의회)도 야당이 국방 예산을 삭감하고 위헌적으로 권한을 늘렸으며, 대법관을 마비시켰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받아들이기에 따라 계엄이 '그럴만하다', 더 나아가 '그럴 수 있다'는 의미로도 볼만합니다. 곧바로 "대만도 계엄 해도 된다는 뜻이냐"며 네티즌들의 비난이 쏟아졌고, 민진당은 게시글을 서둘러 삭제했습니다. 그래도 논란이 가라앉지 않자 7일 라이칭더 총통까지 나서 "(대만의) 계엄령은 역사적 실수이며 우리는 그 실수를 결코 반복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야당은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며 현재 대만 계엄령의 개정을 요구했습니다. 현재 대만 계엄법에 따르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할 경우, 1개월 이내에 입법원(국회)에서 비준, 즉 승인을 받아야 합니다. 대만 제1야당인 국민당의 쉬위전 입법위원(국회의원)은 "최소 1개월, 휴회 기간일 경우까지 고려하면 3개월의 공백기가 생긴다"면서 "한국은 6시간의 계엄령으로 끝났지만, 우리는 한 달이라는 권한 남용의 시간을 허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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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지시간 9일 대만 제1야당 국민당의 쉬위전 입법위원(국회의원)이 계엄법 개정안과 관련한 인터뷰를 하는 모습. (출처=대만 자유시보 화면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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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이 마련한 개정안은 대만의 국회가 계엄령을 '56시간' 안에 비준하지 않으면 무효입니다. 대통령은 계엄을 선언한 뒤 24시간 안에 국회에 보고하고, 국회에선 8시간 안에 회의를 소집, 24시간 이내에 계엄령 선포를 승인해야 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제2야당인 민중당의 일부 의원도 "한국을 거울삼아 허점이 드러난 계엄법을 고쳐야 한다"고 동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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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집권 여당인 민진당이 현지시간 9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출처=대만 epoch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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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당은 야당이 한국의 상황을 끌고 와 정치적인 기회로 삼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현지시간 9일 민진당은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당의 계엄법 개정안은 함정"이라고 받아쳤습니다. 민진당 차이이위 의원은 "기존 계엄법 제12조에 국회가 언제든지 회의를 소집해 계엄 해제를 의결하고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 선포를 요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법의 허점이랄 게 없는데 "집권 여당을 공격하기 위한 정치적 술책"이라는 겁니다.

대만의 계엄령을 확인해 봤습니다. 대만 계엄령 12조는 '총통에게 계엄 해제를 요청하는 입법원의 결의안이 통과되면 즉시 계엄을 해제하고, 계엄 해제일로부터 종전의 상태를 회복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또 상위법인 헌법 39조엔 '총통은 국회의 승인 또는 비준을 받아 이 법에 따라 계엄을 선포한다. 국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할 때는 대통령에게 계엄 해제를 요청한 것을 의결할 수 있다'고 나와 있습니다.

국민당은 한국의 계엄법과 헌법에 나와 있는 것처럼 '대통령은 지체 없이 국회에 통고'하고, '국회가 재적의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계엄의 해제를 요구한 때에는 대통령은 이를 해제하여야 한다'는 명확한 규정이 없다는 데 문제를 제기하고 있습니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났을 때 바로 막을 수 있는 장치를 더 촘촘하고, 명확하게 만들어야 한다는 거죠. 10일 열린 사법원장 후보자 청문회에선 후보자가 “한국의 시스템에 적극적으로 동의하며 계엄법을 개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답변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세계적으로 가장 긴 시간 계엄을 경험한 대만조차 상상하지 못했던 '만약'이 현실이 된 상황. 그 만약의 상황을 막은 'K-법'에 쏠리는 관심이 썩 반갑지만은 않습니다.



김혜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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