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적으론 권한 중단됐으나 실질적으론 군 통수권 등 갖고 있어
美·英 매체 의문 제기…"외교관 및 분석가들 당혹스럽게 만들어"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국회 탄핵안 표결일인 7일 오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 대통령의 대국민 비상계엄 관련 담화를 시청하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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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조소영 노민호 정윤영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이른바 '권한이 있지만 권한이 없는' 상태로 대통령직에 앉아 있는 것을 두고 외신들이 '누가 한국을 이끌고 있나'라는 질문을 쏟아내고 있다.
지난 3일 밤 계엄령 사태를 일으켰다가 국회의 제지로 6시간여 만인 4일 계엄을 해제한 윤 대통령은 정치적으로는 사실상 모든 권한이 중단된 '식물 대통령'에 가깝다.
그러나 7일 진행된 국회에서의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 추진이 불발되면서 윤 대통령은 여전히 헌법·법률상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외교는 물론 군 통수권의 최종 결정권을 갖고 있다.
윤 대통령이 7일 대국민 담화를 통해 본인의 임기를 포함한 정국 안정 방안을 국민의힘과 정부에 일임했으나 전문가들은 대통령 고유 권한을 타인에게 위임하는 것은 위헌이라는 데 무게를 싣고 있다.
10일(현지시간) 영국 경제신문 파이낸셜 타임스(FT)는 '누가 책임자인지 아무도 모른다 : 한국 대통령, 집권 유지'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계엄령 실패 후 윤 대통령은 출국금지 조치를 받았고 내란죄 피의자로 수사를 받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러나 그는 여전히 재임 중이며 누가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지 궁금해하는 분석가와 외교관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FT는 그러면서 "본지가 한국을 누가 운영하고 있는지 대통령 대변인에게 물었을 때 그는 '그 질문에 대한 공식적인 답변은 없다'고 말했다"고 덧붙였다.
미국의 국제 문제 싱크탱크 '시카고 국제 문제 협의회' 소속 한국 정치 전문가 칼 프리드호프는 FT에 "군 책임자가 누구인지 아무도 모르고, 대통령실조차도 누가 국가를 책임지고 있는지 말할 수 없다는 것은 질서 있는 전환과는 정반대"라고 꼬집었다.
김선호 국방부 장관 직무대행(차관)은 지난 9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법적으로 군 통수권이 아직 윤 대통령에게 있다면서도 추가로 계엄 선포가 있을 땐 지시를 따르지 않겠다고 말했다.
이는 윤 대통령의 대통령 권한이 '있지만 없는 상태'의 대표적 사례로 볼 수 있다.
외교부 또한 마찬가지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10일 한국 외교의 최종 정책 결정권자는 누구인지에 대한 질문을 받고 "외교 분야를 포함한 정부의 국정 운영은 헌법과 법률이 정한 틀 내에서 진행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진행될 것"이라고 했다.
이 대변인은 법적으로 대통령에게 외교적 최고 권한이 있음을 시사하면서도 '대통령'이라는 즉답은 피했다.
미국 일간신문 로스앤젤레스 타임스(LA 타임스) 또한 '한국의 가장 큰 의문 : 누가 나라를 운영하고 있는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이 같은 모순적 상황을 언급했다.
LA 타임스는 "윤 대통령이 계엄을 선포한 후 그의 해임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확산되면서 이 질문은 국가적 수수께끼가 됐다"며 "법조계와 정치권에서는 당 대표나 총리가 대통령 직무를 인수할 수 있는 법적 근거가 없다고 지적하고 있다"고 전했다.
매체는 이 문장의 '당 대표나 총리'에 '둘 다 공개적으로 선출된 공무원이 아니다'라는 설명을 달아놓기도 했다.
LA 타임스는 이와 함께 "누가 지금 군대를 통제하고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있다"며 "당 대표(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는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이 더 이상 지휘관이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다면 누가 지휘관이 될 것인지에 대해서는 밝히기를 거부했다"고 전했다.
7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더불어민주당 대표 회의실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 생중계가 화면에 나오고 있다. 2024.12.7/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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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경제 전문 통신사인 블룸버그 통신은 '한국 대통령의 타이밍이 끔찍하다'는 칼럼으로 일련의 문제를 지적했다.
아시아 정치를 다루는 칼럼니스트 카리스마 바스와니는 "윤 대통령의 계엄령 선포는 경제가 압박을 받고 있고 북한 지도자 김정은이 핵무기 야망을 더욱 키우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의 민주주의 회복력을 시험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일은 이미 더딘 수출과 성장률 하락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한국의) 무역 의존형 경제에 큰 타격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현재 미국이 가장 원치 않는 것은 한국의 리더십 공백"이라며 한국 국방부가 윤 대통령이 군 통수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확인했으나 북한과 러시아의 관계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 속 한국은 골칫거리가 됐다고 설명했다.
바스와니는 그러면서 미 싱크탱크 '카네기 국제평화재단' 소속 이정민 선임 연구원의 말을 빌려 "(현재 한국은) 잘 운영되는 국가의 이미지와는 거리가 멀다"고 했다.
바스와니는 한국의 여야 모두를 향해 "각 당은 이 기회를 정치적 이득을 취하는 데 이용하기보다는 국가가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협력해야 한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처럼 시위가 확대돼 국가 기관이 마비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우선 과제 중 하나는 어려운 정치적 교착 상태가 해소될 때까지 국가 안보 문제가 안정적으로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라며 "새로운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와 협력하는 동시에 일본과 구축한 우호 관계를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라고 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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