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관리 관련 7개 시민단체 회원들이 11일 서울 서대문구 경찰청 앞에서 ‘국군방첩사령부 친위쿠테타 관련 기록물 무단폐기 고발 및 12.3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 보존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권도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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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기록원이 12·3 비상계엄 관련 정부 기록물이 폐기되고 있다는 의혹에 현장 점검을 나서기로 했다. 기록관리 단체들은 방첩사를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에 고발하는 한편, 공공기록물 관리를 총괄하는 국가기록원이 즉시 기록 폐기금지 조치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국가기록원은 12·3 비상계엄 자료 폐기 의혹과 관련해 이번주 중 현장점검 계획을 세우고 점검에 나설 계획이라고 11일 밝혔다. 점검 대상 기관은 국방부와 경찰청, 국군방첩사령부, 국가정보원, 행정안전부 등 15곳이다.
국가기록원 관계자는 “기관별로 기록관리 전문요원이 있어서 이들의 협조를 받아 문서 목록을 대조하고, 생산관리가 잘 되고 있는지 전반적인 부분을 조사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공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중앙기록물관리기관(국가기록원 등)의 장이 공공기관 기록물의 관리 상태를 정기 또는 수시로 점검해야 하며, 필요한 경우 시정 조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또 기록물을 심사나 심의를 거치지 않고 임의 폐기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했다.
다만 점검 대상에 국가기록원의 상급 기관인 행안부와 대통령실이 포함돼 있어 실효성이 있을지 벌써부터 우려가 나온다. 기록관리 단체들은 점검 역시 미온적 조치에 불과하다면서 ‘긴급폐기금지 조치’ 등 보다 구속력 있는 행동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날 정보공개센터, 한국기록관리학회, 한국기록학회 등 7개 시민사회 및 기록관리단체로 구성된 기록관리단체협의회는 국가수사본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기록원에 긴급 폐기 금지 조치를 촉구했다. 기록물 보호·관리 의무 위반 혐의로 국군방첩사를 고발하고, 기록 파기 의혹의 즉각 수사도 요구했다.
김유승 정보공개센터 대표(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현재 국가기록원의 위상으로 대통령실 점검을 제대로 할 수 있을 지 의문이다. 실효성이 없는 점검보다 폐기금지조치가 더 시급하다”고 말했다.
공공기록물관리법은 27조3에서 국가적으로 중대한 사안으로서 조사기관 또는 수사기관의 요청이 있거나, 국민의 권익 보호를 위해 긴급히 필요한 경우 국가기록원이 기록물 폐기 금지를 결정하고, 해당 공공기관 등에 통보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폐기 금지 통보를 받은 기록물을 폐기할 경우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이 조항은 2014년 세월호 참사와 2016~17년 박근혜 대통령 탄핵 당시 여러 기록들이 폐기·멸실되는 걸 보면서 재발 방지를 위해 2019년 12월 제정됐다. 이영남 한국기록학회 회장은 “만에 하나라도 이런 일(무단폐기)이 생기면 법적 근거를 갖고 행동하라고 만든 규정이다”면서 “국가기록원이 움직이지 않으면 정부 어느 곳에서도 사전에 막을 수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가기록원은 긴급폐기금지는 최소 보존기간(1년)을 지나 폐기가 가능해진 문서를 대상으로 취하는 조치로, 비상계엄 관련 기록물은 대상이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유승 대표는 “법령과 시행령 어디에도 폐기금지조치 대상의 보존연한을 따지는 내용은 없다”면서 “공공기관이 법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고 문서를 무단으로 폐기한다면 나서서 그 기관을 고발해야 하는데 먼 산 불구경하듯 보고 있다면 국가기록원이 자기 책임을 회피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대통령실은 12·3 비상계엄 선포를 위해 열린 국무회의 관련 자료를 행안부에 제출하면서 발언요지가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통령기록물 관리를 책임지는 대통령기록관이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영남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기록관은 대통령 기록물을 안전하게 이관하고 관리해야 할 책임을 진 국가기관이다. 정상적이라면 퇴임 1년 전부터 이관 협의를 해야 하는데, (탄핵으로 궐위될) 바로 지금이 그 시기이다. 시급히 권한을 행사하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오전 현직 기록물 관리 전문요원과 관련 공직자 등 130여명은 익명으로 국가기록원 본원이 있는 대전 정부청사 앞에 근조화환 40여개를 보냈다. 화환에는 “방조도 범죄다” “기록인으로서 사명을 이행하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주영재 기자 jy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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