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 등 다양한 후속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박상현 대표이사 사장이 21일 오후 서울 더 플라자호텔에서 열린 두산 기자간담회에서 사업구조 재편의 목적과 시너지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두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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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그룹은 두산에너빌리티 자회사인 두산밥캣을 두산로보틱스 자회사로 두는 방안의 지배구조 개편안을 전날 취소했다. 분할합병을 위해 오는 12일 예정했던 에너빌리티, 밥캣, 로보틱스의 임시 주주총회도 모두 철회되면서 반년 간 공들인 지배구조 개편이 백지로 돌아갔다.
두산그룹은 앞서 지난 7월 사업 시너지 극대화와 미래 경쟁력 제고를 위해 클린에너지, 스마트 머신, 반도체·첨단소재를 3대축으로 하는 사업 구조 개편을 발표한 바 있다.
사업 구조 개편의 핵심은 두산에너빌리티와 두산밥캣, 두산로보틱스간 분할 합병이었다. 에너빌리티를 사업회사와 밥캣 지분을 보유한 신설법인으로 인적분할한 뒤 신설법인 지분을 로보틱스에 넘기면서 발생하는 재무적 효과로 두산에너빌리티의 신사업 투자를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두산그룹의 이러한 사업재편 계획은 오는 12일 주총을 코앞에 두고 좌초됐다. 누구도 예상치 못했던 '비상계엄' 사태로 대표 원전주인 에너빌리티 주가가 급락한 것이 가장 큰 이유였다. 에너빌리티 지분 6.85%를 보유한 국민연금공단이 '주가'를 조건으로 사실상 기권 의사를 내비쳤다. 이에 두산에너빌리티 역시 더는 버티지 못하고 자진철회를 발표했다.
◆신사업 원전, 투자금 확보 어렵고 정책도 흔들려
문제는 원전 사업에 투자될 예정이었던 투자금과 정책의 연속성이다.
에너빌리티는 분할합병으로 밥캣 관련 차입금 7177억원, 미지급비용 66억원 등 총 7243억원의 부채를 로보틱스에 넘기고, 비영업용 자산 처분을 통한 4813억원의 현금 확보 등 총 1조2000억원 가량의 재무적 효과를 예상했었다. 합병이 무산되면서 해당 자금을 확보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는 매년 150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을 지출하고 있어 비용 절감이 핵심 과제다.
국가의 정책 방향과 외교력이 필수적인 원전 수주의 연속성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대형 원전은 체코 2기와 후속 2기, 아랍에미리트(UAE) 2~4기, 폴란드 또는 사우디아라비아 2기, 스웨덴이나 네덜란드 등 북유럽 국가 2기 등 총 10기의 수주 가능성이 있는 시장이다.
본계약을 앞둔 체코 원전 2기 사업에도 영향이 불가피하다. 3월 본계약을 앞둔 체코 신규 원전 수주는 지난 7월 한국수력원자력과 함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체코 두코바니 신규 원전 2기(24조원)로 최종 수주를 앞두고 이같은 상황이 벌어져 그룹도 상황을 신중하게 지켜보고 있다. 다만 이날 현지 체코 언론에선 "한국 상황이 장기적으로 프로젝트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지 않는다"며 우려를 일축시켰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추가 투자자금을 확보할 수 있는 방안으로는 비핵심자산 매각, 회사채 발행 등 다양한 관측이 나온다.
다만 두산은 동일한 방법의 재추진은 어려워 보인다며 신중하게 다음 스텝을 논의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두산 에너빌리티를 하나의 사업에 집중하게 하고 비핵심 투자 자산을 분리하는 분할에 대한 장점은 시장에서 인정 받은 만큼 다른 방향의 지배구조 개편 재추진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있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회사 분할합병 관련 상황은 대외여건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철회) 결정은 진행됐지만 바로 향후 일정을 논의하기엔 이른 감이 있다"고 말했다.
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는 "4차 주주서한을 홈페이지에 게시하고 추가 투자자금 확보 방안과 이를 통한 성장 가속화를 어떻게 달성할 것인지 신중한 검토를 통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겠다"고 밝혔다.
beans@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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