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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정보사 ○○○ 알아요, 몰라요”…극비 군사기밀 쏟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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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선관위 서버를 촬영한 군인들의 사진을 들고 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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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의 계엄 선포 이후 국회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계엄군이 투입된 경위 등을 파악하는 과정에서 군 기밀 노출 등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 군 수뇌부가 제 입으로 작전 기밀 사항 등을 앞다퉈 공개하면서 북한이 이를 역으로 대남 공세에 활용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10일 국회 국방위원회에서 박선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계엄 당일 ‘20명 체포조’ 의혹 등을 질문하며 최소 5명의 정보 요원의 실명을 공개했다. 특정 요원의 실명을 대며 “○○○ 알아요, 몰라요?”라고 묻는 식이었다. 이에 문상호 정보사령관은 “사령부 저희 인원”이라며 이들이 정보사 요원임을 시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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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 국회 정보위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이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의 3일 통화내역 화면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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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사는 대북·해외 비밀공작에 특화된 기관으로 요원 관련 정보는 극비다. 신분을 감추고 첩보 활동을 하는 만큼 한 사람의 신원만 특정돼도 한국 측 다른 요원들과 이들의 해외 정보원까지 줄줄이 위험해질 수 있다. 이날 국방위에서 “정보 요원은 중요한 자산인데 이름을 대면 큰일 난다. 저희가 쌓아온 굉장한 자산들이 한번에 날아가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이진우 수도방위사령관)는 탄식이 나온 이유다.

질의와 답변이 오가는 과정에서 유사시 군 지휘부의 통신 체계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이뤄지면서 기밀 송수신망의 작동 기제가 일부 노출되기도 했다.

4일 새벽 윤석열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등이 모였던 합참 지하 3층의 전투통제실의 구조를 박안수 육군참모총장(계엄사령관)이 자진해서 묘사하는 일도 있었다. 박 총장은 손짓을 동원해 “합참에 가보면 한층 높은 (지하) 3층에 전투통제실이 있다”며 “회의실은 지휘·회의할 수 있는 공간으로 필요시 화상도 할 수 있고”라고 설명했다.

“총장이 중요한 전투 시설에 대한 개념을 이야기하고 있다. 답변을 끊어야 한다”(김선호 국방부 차관)는 목소리가 다급히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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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제707특수임무단장이 10일 국회 국방위에서 비상계엄 사태 당시 국회 진입 작전을 소상히 설명했다.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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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상계엄 국면에서 북한 지휘부 제거에 투입될 특수 장비와 부대 관련 세부 사항이 전부 노출된 셈”이라며 “북한이 한국의 무장 수준과 지휘 체계가 작동하는 원리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현태 707특수임무단장은 지난 9일 기자회견에서 계엄 당시 국회 진입에 대해 ‘비살상 무기를 사용한 무력 진압 작전’이라며 훈련명을 공개했다. 이어 “테이저, 공포탄, 방패, 케이블타이를 이용했다”며 부대원들의 무장 장비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이런 가운데 국가정보원은 윤석열 대통령의 북한에 대한 비공개 발언을 그대로 전하기도 했다. 홍장원 전 국정원 1차장은 7일 KBS 인터뷰에서 윤 대통령이 북한의 위협과 관련해 “다 때려죽여, 핵폭탄을 쏘거나 말거나”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전쟁 준비에 총매진하자”(김정은 국무위원장, 지난달 15일)고 위협하는 북한이 충분히 대남 도발의 빌미로 삼을 수도 있는 발언이다. 무엇보다 이는 일방의 주장이라 진위도 명확지 않다.

이외에도 홍 전 1차장은 국회 정보위원회 간사인 김병기 민주당 의원을 통해 ‘대통령님’과 ‘[무선보안] 1000번’이라고 명시된 비화폰의 수·발신 통화 내용까지 언론에 공개했다. 비화폰은 도·감청이 불가능한 보안 전화기로, 기밀 등을 다루는 고위 당국자들만 사용한다. 이를 자의로 공개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이유정·박현주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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