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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이슈 미술의 세계

고흐 '자화상' 클림트 '포플러 나무'가 왔다... 세밑 달구는 거장 명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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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연시 '블록버스터 명화전' 잇따라
해외 미술관 축소판...대표작은 부족
한국일보

빈센트 반 고흐의 '자화상'. 서울센터뮤지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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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인상파 화가 '빈센트 반 고흐', 바로크 미술의 창시자 '카라바조', 표현주의 아이콘 '구스타프 클림트'... 긴 설명이 필요 없는 서양 미술사의 거장을 다룬 전시가 동시에 열리고 있다. 연말연시와 겨울방학 특수를 노린 블록버스터급 전시들이다. 유럽 미술관을 축소해 놓은 듯한 전시장에서 굵직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는 드문 기회지만, 거장전의 명성에 비해 대표작이 부족해 아쉽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 고흐, 마지막 10년을 되짚다

한국일보

빈센트 반 고흐의 '착한 사마리아인'. 서울센터뮤지엄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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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는 '불멸의 화가 반 고흐' 전이 열리고 있다. 빈센트 반 고흐(1853~1890)가 화가로 살았던 10년을 시기별로 펼친 회고전으로, 첫 유화 작품을 완성한 네덜란드 시기(1881~1885)부터 인상파의 영향을 받아 화풍을 발전시킨 파리 시기(1886~1888)를 거쳐, 가장 창조적인 시기를 보낸 아를 시기(1888~1889), 깊은 정신적 고통에서 창작을 이어간 생레미 시기(1889~1890), 생의 마지막을 보낸 오베르 쉬르 우아즈 시기(1890)로 구분했다.

전시장을 채운 작품은 네덜란드 반 고흐 미술관에 이어 고흐 작품의 최대 소장처로 알려진 네덜란드 오테를로의 크뢸러 뮐러 미술관의 소장품. 고흐가 10년 동안 남긴 900여 점의 회화 가운데 '감자 먹는 사람들'(1885), '자화상'(1887), '씨 뿌리는 사람'(1888), '젊은 여인의 초상'(1890) 등 유화 39점을 포함해 판화, 드로잉 등 76점이 나왔다. 특히 '민중을 이끄는 자유의 여신'을 그린 프랑스 미술사의 대가 외젠 들라크루아의 작품을 모사한 '착한 사마리아인'은 고흐의 최고가 작품 중 하나다.

천재작가 카라바조가 보여주는 시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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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도마뱀에게 물린 소년'. 액츠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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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흐전 전시장의 바로 위층에서는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1571~1610)를 조명하는 '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 전시가 열린다. 전시에는 카라바조가 생전 남긴 작품 100여 점 가운데 10점이 나왔다. 카라바조의 화풍을 계승했던 후예, 일명 '카라바제스키(caravaggeschi)'의 작품 47점도 함께 볼 수 있다.

카라바조는 빛과 어둠의 대비, 사실적이고 극적인 묘사로 바로크 회화의 포문을 연 거장이지만 다빈치나 미켈란젤로 등에 가려 국내에서 상대적으로 덜 알려졌다. 당시로서는 파격적으로 일반인의 삶을 화폭에 담고, 핀 조명을 받은 듯한 명암 대비를 묘사한 '테네브리즘' 기법을 선도적으로 사용해 각광받았다. 이번 전시에서 카라바조 사조의 스타일을 두루 살필 수 있다. 특히 해외 반출이 엄격하게 제한되는 우피치 미술관 소장품인 '의심하는 성 토마스', '그리스도의 체포', '이 뽑는 사람', '골리앗의 머리를 들고 있는 다윗' 등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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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라바조의 '이 뽑는 사람'. 액츠매니지먼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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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림트부터 에곤 실레까지, 비엔나의 문화 전성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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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포스터. 포스터 그림은 에곤 실레의 '꽈리 열매가 있는 자화상'.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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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선 '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전시가 한창이다. 오스트리아 빈의 레오폴트 미술관의 소장품으로 구성한 전시. '빈 분리파'를 창립한 구스타프 클림트(1862~1918)를 비롯해 회화, 공예, 디자인 분야에서 만능으로 활약한 콜로만 모저(1868~1918), 건축과 디자인 분야에서 두각을 드러낸 요제프 호프만(1870~1956), 당시 빈에서 가장 독창적인 영역을 개척한 에곤 실레(1890~1918)를 소개한다.

전시는 19세기 말 보수적인 빈 미술가협회의 분리(독립)를 꿈꾼 클림트를 새롭게 조명한다. 과거 전통에서 벗어나 혁신을 일으키고자 했던 예술가들의 모임인 '빈 분리파'에서 클림트는 예술가들의 구심점이 돼 변화의 바람을 일으켰다. 20세기 초 빈에서 활동한 실레는 클림트의 표현주의를 계승해 공포와 불안에 떠는 인간의 육체를 다룬 화가다. 레오폴트 미술관 창립자인 루돌프 레오폴트의 컬렉션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220점의 실레의 작품을 소장한 것으로 유명한데 이번 전시에선 46점이 소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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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스타프 클림트의 '큰 포플러 나무'.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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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문난 잔치...'실망' 없이 즐기려면


세 전시는 유럽 유수 미술관이 소장한 원화 작품을 빌려와 재현하는 방식이다. 유럽으로 미술 투어를 하지 않고도 거장의 명화를 감상할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지만 특정 미술관을 그대로 옮겨왔다는 홍보 문구나 화가의 명성에 비해 대표작이 부족하다는 점은 한계다. 고흐전에는 크뢸러 뮐러 미술관이 소장한 '밤의 카페테라스' , '사이프러스' 등 고흐의 대표작이 빠져있고, 카라바조 전시도 전시작 57점 중 카라바조의 작품은 10점에 불과하다. 화가의 일대기를 살피기에는 손색이 없지만 진면목을 보기에 다소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전시는 내년 3월 3일(비엔나 1900, 꿈꾸는 예술가들), 15일(불멸의 화가 반 고흐), 27일(빛의 거장: 카라바조 & 바로크의 얼굴들)까지.

손효숙 기자 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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