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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2 (목)

[아주초대석]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대외신인도 하락, 예측가능한 정치 일정 제시 시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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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민주화 동시 성공한 한국의 모토 이번에 무너져 안타까워

민주주의 체제 하 안정적인 리스크 해소의 모습 해외에 보여줘야

환율 쇼크,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안정화도 빨리 올 수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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캡션에 주요 "멘트" 한 줄 부탁드립니다~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인터뷰[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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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 비상계엄 여파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증대되면서 내년 우리 경제는 어느 때보다 힘든 한 해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내년 경제 성장률이 1%대로 점쳐진 상황에서 탄핵 정국마저 길어질 경우 내수 침체와 함께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11일 아주경제와 만난 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은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일으켰다는 게 한국의 IR(기업활동) 모토였는데 두 가지 큰 축 중에 하나가 생각보다 취약하다는 게 드러난 셈"이라며 "해외에서의 신뢰가 상실된 것이 매우 안타까웠다"고 토로했다.

이 원장은 "법적인 테두리 안에서 시장이 예측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일정을 제시하는 게 시급하다"며 "탄핵이든, 하야든, 무엇을 하든 간에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하겠다라는 것을 보여주고 해외 투자자들이 투자 계획을 세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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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재 국제금융센터 원장. [사진=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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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이 원장과 일문일답.

-비상계엄 후폭풍이 나라 경제 전반에 부담이 되고 있다. 대외신인도가 흔들리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해외 투자자들에게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정치적 일정을 제시하는 게 관건이다. 내년 트럼프 집권 이후에 세계 경제가 크게 요동칠 가능성이 있는데 정치적 상황 장기화로 이에 대응이 늦어지면 향후 한국 경제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 단기적 리스크의 핵심은 정치적 상황이므로 민주주의 체제 하에 안정적으로 리스크를 해소할 수 있다는 확신을 해외에 보여줘야 한다. 정부에서도 해외 기관 투자자들과 신용평가사를 대상으로 국내 상황에 대해 설명하는 커뮤니케이션 노력을 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건 예측 가능성을 높여줄 수 있는 뚜렷한 당국의 조치다.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빨리 해소돼야 외국 기관들의 국내에 대한 평가도 나아질 것이다."

-원·달러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 심리를 안정시키지 못한다면 환율이 1500원 이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는데.

"정치권에서 어떻게 대처하느냐가 환율 변동성이나 레벨을 좌우할 것 같다. 11일 기준 1430원대인데 최근 전고점은 1444원까지 올랐었는데 다시 높아진다고 해도 이 정도 레벨을 유지할 것으로 본다. 투자은행(IB)들도 1400원 초중반대까지 바라본다. 이 수준은 트럼프 정책 불확실성에 대한 우리 경제적 이슈와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이슈가 맞물리면서 나타난 것인데 현재로선 정치적 이슈에 의한 상방 압력이 센 만큼 정치 이슈가 안정되면 레벨이 다운될 것으로 본다. 과거 노무현·박근혜 정권 탄핵 당시를 봐도 외부의 강한 충격으로 온 환율 쇼크는 한때 크게 올라가지만 어떻게 빨리 대처하느냐에 따라 안정화도 빠르게 될 수 있다."

-내년 본격적으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집권이 시작되면서 대내외 경제여건이 불확실성에 잠긴 모습이다. 내년 세계 경제 전망은.

"내년 키워드는 '트럼프 피벗(전환)'이다. 바이든에서 트럼프로 넘어가는 정책 전환 과정에서 어떤 충격이 올 것인지 이 부분에 어떻게 대응할 건지가 가장 큰 과제일 것이다. 2025년 세계경제는 3.0% 성장하며 전망 자체는 양호한 편이지만 잠재한 불확실성과 위험은 큰 해다. 미국 새 정부 정책의 강도, 시점, 우선순위 등이 아직 불투명하지만 '레드 스위프'에 따른 관세, 이민 등 강력한 'MAGA 정책'이 연 중반 이후 본격화되면서 글로벌 경제에 하방위험이 가중되고 유사시 큰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가장 크게 우려되는 것은 역시 무역정책이다. 혹시라도 모든 교역국에 대한 보편관세를 부과하게 된다면 보복관세 등 전면적 무역전쟁이 발생하며 글로벌 성장이 1%포인트 이상 크게 악화될 수 있다."

-미국 경제만 잘나가는 ‘미국 예외주의(US Exceptionalism)’ 현상이 짙어지고 있다. 내년 미국 경제 전반 흐름은.

"
미국 경제는 견조한 성장세를 지속하며 올해 연간 2.7%, 내년에도 2.0% 내외 수준의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가 올해 3%에 육박하는 높은 성장률을 나타낸 가장 큰 이유는 견조한 고용시장이 소득 증가로 이어져 소비를 뒷받침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내년엔 선행지표들로 볼 수 있는 구인배율, 신규 채용률, 퇴사율 등이 냉각되고 있는 속도를 감안할 때 미국의 고용시장이 다소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 관세와 이민정책이 제시되고 각국의 맞대응도 윤곽이 드러나는 내년 2분기와 3분기에 성장둔화와 물가상승 등 부정적인 영향이 클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2기 행정부 집권 이후 한국 경제의 하방 리스크를 꼽는다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및 이민 장벽 강화로 물가 상방 압력이 커지고 연준의 금리인하에 대한 기대가 축소되면서 강달러 기조가 이어질 경우 한국 경제는 수입 원자재 및 자본재 가격 상승, 외채 상환부담 증가 등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고환율 지속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 확대, 외환보유액 감소 압력에 대한 우려가 향후 한국은행의 통화정책 결정에 어려움을 가중시킬 수 있다. 통상 관련 리스크도 상당하다. 트럼프의 보편적 관세 부과, 대중 첨단기술 수출통제 및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폐기가 현실화 될 경우 철강, 자동차, 반도체, 배터리 등 한국 주요 수출산업에 미칠 직간접 타격이 불가피하다. 트럼프의 거래관계에 기반한 접근 방식은 한반도의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키워 한국 경제와 국가신용도에 중요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 경제가 마련해야 할 대응책은.

"미국에 대한 경제 및 안보 의존도, 인적 교류 상황뿐만 아니라 트럼프 실제 정책들의 추진 속도와 강도에 따라 국가별 영향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우리나라도 트럼프 정책에 상당한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므로 경제적으로는 주요 수출 산업에서 미국의 요구를 사전에 예측하며 공급망 변화를 준비하고 환율 안정화 및 외환보유액 적정 관리에 힘쓸 필요가 있다. 외교적으로는 방위비 분담금 협상에 대비해 합리적 전략을 마련하고 안보 및 경제 측면에서 동맹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설득을 지속해야 할 것이다."

-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내년 통화정책에 대해 전망한다면.

"현재 주요 IB 컨센서스는 올해 12월 25bp(1bp=0.01%포인트), 내년 75bp 인하 이후 내년 하반기 3.50~3.75%의 범위에서 금리 인하 사이클이 일시 중지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선물시장은 내년 금리인하가 50bp에 그칠 것으로 관측한다. 분명한 점은 물가 안정세가 확실히 재확인되지 않는 한 연준이 극히 점진적인 인하를 택하거나 동결 기조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트럼프의 규제완화와 감세 정책은 특히 공급망 병목현상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거나 노동시장 냉각이 완화된 상황에서 인플레이션 기대를 재차 자극할 수 있다. 연준 입장에서는 위험을 사전에 관리하기 위해 금리 인하의 속도와 폭을 신중히 조정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연준의 금리 인하 속도가 예상보다 늦어진다면 금융시장 지표와 실물경제는 어떻게 변화할까.

"미국 신정부의 정책 불확실성이 부각되는 상황에서 연준의 금리 인하가 지연되면 내년 중반 이후 세계 경제의 하방위험이 가중될 소지가 있다. 주식시장에서는 투자심리 약화 속 금리에 민감한 IT, 소비재, 부동산 부문 약세가 예상된다. 채권시장은 미국 경제의 확장국면 장기화와 맞물려 금리 하락이 제한되고 기업과 가계에 대한 신용압박이 강화될 소지가 크다. 실물경제는 성장·고용 측면에서 금융비용 감소 지연으로 소비 및 투자에 부정적 영향을 주고 고용 지표에도 악영향이 예상된다. 고금리로 인해 부채수준이 높은 가계·기업 및 국가들의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면서 소비와 투자가 둔화하고 신용위험이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원·달러 환율 향방은.

"반도체 수출국인 한국 원화는 선진국 경기에 민감한 저금리 통화로 지난 수년간 달러 인덱스에 대한 높은 동조성을 유지하고 있다. 달러화의 고금리·고환율 기조가 지속되는 한 원·달러 환율은 과거 낮았던 수준으로 돌아가기는 어렵다. 트럼프 2.0의 고율관세 위협은 1.0 때와 마찬가지로 원화 가치가 안정을 유지하는 데 부담으로 작용한다. 다만 내년 상반기까지는 반도체 경기의 확장 국면이 이어지고 하반기에는 WGBI(세계국채지수) 편입과 관련한 채권자금 유입이 예상되는 등 견조한 외환 유입 경로를 확보하고 있는 만큼 원화가 여타 통화들에 비해 큰 폭의 약세를 보일 가능성이 제한적인 측면도 있다."

-중국 부동산 침체가 계속되는 가운데 중국이 경기 부양책을 내놓고 있다. 내년 중국 경제 전망과 한국 경제에 미칠 영향은.

"주요 IB들은 내년 중국 경제가 정부의 재정지출 및 첨단산업 투자 확대 등으로 4.4% 내외의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부동산시장이 이전과 같이 회복세를 보일 가능성이 낮은 가운데 트럼프의 대중국 견제 본격화로 성장률이 1%가량 추가 하락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대중국 관세 60%가 현실화 될 경우 대미 수출이 최대 2000억 달러(약 40%) 감소하고 고용도 위축되면서 민간 부문의 경제 심리가 한층 더 악화될 가능성이 존재한다. 중국 경제 위축은 한국 경제에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올해 10월까지 기준 우리나라의 대 중국(홍콩 포함) 무역 비중은 23.5%로 미국과 유럽을 합친 25.3%에 육박한다. 트럼프의 중국 60% 관세 공약이 현실화될 경우 중국 경제를 경유한 우리 경제 성장률 하락폭은 최대 0.68%포인트 내외로 추정된다."

아주경제=서민지 기자 vitaminj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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