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 시각) 사우디아라비아가 2034년 국제축구연맹(FIFA) 월드컵 단독 개최지로 확정됐다. FIFA는 이날 211개 회원국이 화상회의로 참가한 임시 총회에서 2030년과 2034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 안건을 의결했다. 2030년 대회는 유럽의 스페인·포르투갈, 아프리카의 모로코 3개국이 공동 개최한다. 2034년 대회는 애초 공동 개최 의사를 밝혔던 호주·인도네시아가 경쟁에서 빠지면서 사우디 개최가 예상됐지만, 사우디의 월드컵 개최를 두고 여러 분야에서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11일(현지 시각) 국제축구연맹(FIFA)이 2034년 월드컵 개최지로 사우디아라비아를 확정하자 팬들이 환호하고 있다.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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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 뉴욕타임스(NYT)는 사우디 월드컵이 논란이 되는 이유 중 하나로 월드컵 겨울 개최를 꼽았다. 월드컵은 통상 유럽 리그가 열리지 않는 여름철에 열리는데, 중동의 더운 날씨 때문에 겨울철에 사우디 월드컵이 개막할 가능성이 크다. 사우디의 여름 평균 온도는 40도를 넘나든다. 중동 최초이자 아시아 통산 두 번째 월드컵인 2022 카타르 월드컵도 더운 여름 날씨를 이유로 그해 11~12월에 치러졌다.

겨울 월드컵은 보통 8월에 개막해 이듬해 5월에 마무리되는 유럽 시즌 도중에 열린다. 유럽 각국 리그들은 월드컵 기간에 열리지 못하는 경기를 미리 소화하기 위해 빡빡한 일정을 강행하고, 그만큼 선수들의 부상 위험도 높다. 카타르 월드컵 직전 한국 대표팀으로 나서는 손흥민도 리그 경기에서 안면 골절을 입었고, 포르투갈 이미 디오고 조타(리버풀)와 페드로 네투(울버햄튼)도 부상으로 월드컵 출전이 좌절됐다.

중동 국가에서 열리는 월드컵인 만큼 사우디에선 축구 팬들이 주의해야 할 사항도 많다. 사우디는 이슬람 율범에 따라 음주가 엄격히 금지된다. 사우디에서는 허가 받지 않고 알코올을 소지하는 것만으로도 추방될 수 있다. 올해 초 사우디가 수도 리야드에 외교관을 대상으로 한 주류 판매장을 열긴 했지만, 수량과 품목이 제한돼 있고 비(非)무슬림만 구매 가능하다. 카타르의 경우 외국 팬들을 고려해 정해진 시간, 정해진 장소에서만 음주를 할 수 있도록 했다.

사우디의 월드컵 준비 과정이 FIFA의 기후 변화 대응과 반대되는 점도 문제다. FIFA는 2016년 유엔 스포츠 기후 행동 협정에 가입한 이후 203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50% 감축하고, 2040년까지 순배출량 ‘제로(0)’를 달성하겠다고 약속했다. 2034년 월드컵 입찰서에서는 이 부분에 대한 언급이 없지만, “입찰자는 가능한 경우 기존 건물과 인프라를 사용할 것을 제안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사우디는 월드컵 경기를 치를 총 15개 스타디움 중 11개를 신축한다. NYT는 “8개의 스타디움은 사우디의 ‘장기 경기장 전략’에 따라 이미 계획됐던 것”이라면서도 “이미 계획된 경기장이 지속가능성 계산에 포함될지는 불분명하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2034 월드컵 개최를 위해 필요한 자금을 화석 연료 판매로 조달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 또한 FIFA의 기후 변화 대응 기조와 배치된다.

11일 사우디아라비아 월드컵 유치 전시회에서 전시된 킹살만 국제 경기장 후보지의 모형 /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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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에서 오랫동안 지적돼 온 사우디의 인권 문제도 이슈로 떠올랐다. 사우디 월드컵은 대규모 외국인 인력에 의해 준비될 전망이다. 국제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원치의 보고서에 따르면, 사우디에는 전체 인구(3396만명)의 46%에 달하는 1340만명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다. 사우디의 면적이 카타르에 12배에 달하는 만큼, 월드컵 준비 과정에서 이주 노동자는 더 늘어날 예정이다.

문제는 중동 지역에서 노동자 인권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당장 지난 6월에도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있는 중동 최대 전자상거래 플랫폼 ‘눈닷컴’의 물류창고에 현대판 노예제가 존재한다고 미 스포츠전문매체 디 애슬레틱이 보도했다. 카타르 월드컵에서도 무더위 속에 저임금을 받으며 경기장 건설에 투입된 외국인 노동자 6700여 명이 사망한 사건이 발생해 국제사회의 비판이 쏟아진 바 있다.

사우디는 지난 2021년 외국인 노동자의 이직·이사·출국 등을 제한하는 ‘카팔라(kafala)’를 개혁했지만, 인권 단체들은 여전히 사우디의 외국인 노동자 인권이 보호되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외에도 사우디는 여성이 남성 후견인의 의지에 따라 행동해야 하는 ‘후견인 제도’, 샤리아 법에 따른 동성애 금지, 반체제 인사 자말 카슈끄지 살해 등의 이슈로 비판을 받고 있다.

사우디 월드컵을 둘러싼 다양한 논란들로 사우디가 자국을 둘러싼 부정적 이미지를 스포츠로 세탁하는 ‘스포츠 워싱(sports washing)’을 하고 있다는 비판은 이어질 전망이다. NYT는 “스포츠는 ‘비전 2030(국가 개조 프로그램)′의 핵심 요소 중 하나가 됐고, 2034년 월드컵은 그 최고의 영광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스포츠 확대 이유로 투자 기회 창출, 국가 공중 보건 개선, 스포츠 인프라 개발, 인구의 60%가 과체중 또는 비만 등을 들며 ‘스포츠 워싱’을 부인하고 있다.

김송이 기자(grape@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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