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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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를 비롯해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이 문구는 지난 3일 윤석열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한 뒤, 박안수 전 계엄사령관 명의로 나온 포고령의 일부다.

포고령 전문은 다음과 같다.

자유대한민국 내부에 암약하고 있는 반국가세력의 대한민국 체제전복 위협으로부터 자유민주주의를 수호하고, 국민의 안전을 지키기 위해 2024년 12월 3일 오후 11시부로 대한민국 전역에 다음 사항을 포고합니다.
1. 국회와 지방의회, 정당의 활동과 정치적 결사, 집회, 시위 등 일체의 정치활동을 금한다.
2.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부정하거나, 전복을 기도하는 일체의 행위를 금하고, 가짜뉴스, 여론조작, 허위선동을 금한다.
3. 모든 언론과 출판은 계엄사의 통제를 받는다.
4. 사회혼란을 조장하는 파업, 태업, 집회행위를 금한다.
5. 전공의를 비롯하여 파업 중이거나 의료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은 48시간 내 본업에 복귀하여 충실히 근무하고 위반 시는 계엄법에 의해 처단한다.
6. 반국가세력 등 체제전복세력을 제외한 선량한 일반 국민들은 일상생활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조치한다.
이상의 포고령 위반자에 대해서는 대한민국 계엄법 제 9조(계엄사령관 특별조치권)에 의하여 영장 없이 체포, 구금, 압수수색을 할 수 있으며, 계엄법 제 14조(벌칙)에 의하여 처단한다.

2024.12.3.(화) 계엄사령관 육군대장 박안수

포고령을 살펴보면 '처단'이라는 극단적 표현은 단 2차례 등장한다. 이 두 차례 모두 대상자가 된 경우는 '전공의를 비롯한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이탈한 모든 의료인'뿐이다.

올해 초 윤 대통령의 파격적인 의대 증원 정책이 발표되자, 전공의 단체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를 중심으로 의료 현장을 벗어나는 행렬이 이어졌다. 정부와 의료계가 팽팽한 대치 정국을 이뤘다. 그 결과 윤 대통령은 국민 생명이 위협받는 의료 공백을 초래했다는 비판을 들어야만 했다.

결국 윤 대통령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면서 '파업 중이거나 의료 현장을 벗어난 전공의를 비롯한 의료인'들을 처단하겠다고 나섰다. 이에 의료계는 황당하다는 입장이다. 전국 수련병원 전공의 대부분이 지난 2월 병원을 떠났고, 이미 6월에 사직서가 수리돼 파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이 중 절반가량이 이미 다른 의료기관에 취업한 사실도 나타났다.

대한의사협회장 선거를 앞둔 의협 비대위 측은 12일 전날 열린 4차 회의와 관련한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반헌법적이고 비상계엄을 통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처참하게 무너뜨렸다"면서 "계엄 농단을 통해 온 국민은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역시 독단적이고 강압적으로 진행됐음을 알게 됐다"고 입장을 내놨다. 그러면서 "계엄사령부 포고령은 전공의들을 '처단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을 국민이 아닌 '도구'로 취급했다"며 반발했다.

더욱이 이날은 윤 대통령이 갑작스럽게 대국민 담화문을 내놓았기에, '전공의 처단'에 관한 사과가 이뤄질지 관심이 모였다. 그러나 윤 대통령은 이날 계엄을 발령한 이유로 '야당 폭거', '선관위의 시스템 문제' 등을 들었지만, 전공의 얘기는 쏙 빠졌다. 유일하게 '처단'이라는 단어가 명확히 적시되며 불안에 떨었을 전공의들은 윤 대통령의 사과도 듣지 못하는 상황에 더욱 분노할 것으로 보인다.
아주경제=이건희 기자 topkeontop12@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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