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 하루 석유 생산량 약 17%↑
OPEC 소속 국가들 생산량 초과 규모
트럼프 화석 연료 활성화 약속 영향
내년 1월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미국의 화석 연료 생산을 대폭 확대하겠다는 약속에 힘입은 결정으로 풀이된다. 또 다른 미국 주요 석유기업 ‘셰브론’이 최근 설비 투자를 감축하겠다는 계획과는 정반대 행보로 관심이 쏠린다.
미국 메릴랜드주 베데스다의 엑손 주유소 앞에서 차량이 지나가고 있다.(사진=로이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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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엑손모빌은 자본 지출을 올해 280억 달러 수준에서 내년 270억~290달러, 2026년부터 2030년 사이엔 280억~330억 달러로 늘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계획에 따라 엑손모빌의 하루 석유 생산량은 현재 460만 배럴 규모에서 2030년엔 540만 배럴로 약 17% 늘리겠다는 목표다. 이는 알제리, 리비아, 베네수엘라 등 일부 석유수출국기구(OPEC)국가들의 생산량을 초과하는 규모다.
대런 우즈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는 FT에 “우리 투자자들은 엑손모빌이 보유 자산 가치를 증대시키는 것과 경쟁사들보다 우위를 점하며 이를 수행하는 데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엑손모빌의 이 같은 계획은 트럼프 당선인이 미국의 화석 연료 생산을 대폭 확대하겠다고 공언한 가운데 나왔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기간 동안 “드릴, 베이비 드릴 (Drill, baby drill, 석유를 시추하자)”을 외치며 화석 연료 활성화를 통한 경제 성장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을 약속했다.
반면 엑손모빌의 경쟁사인 셰브론은 최근 경제성을 이유로 내년 자본 지출 예산을 올해보다 7% 가까이 감소한 145억~155억달러로 책정했다. 셰브론이 자본 지출을 줄인 건 2021년 이후 처음이다.
또 엑손모빌은 글로벌 수요 부진과 앞으로 몇 년 동안 공급 증가가 시장을 압도할 수 있다는 우려에도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주목된다.
이러한 엑손모빌의 대규모 설비 투자 계획이 세계 원유 공급을 늘리고, 그 결과 OPEC를 좌절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석유 분석가 폴 샌키는 “사우디아라비아가 이번 발표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앞서 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의 협의체인 OPEC+(OPEC플러스)는 세계 경제 성장 둔화와 소비 약세를 이유로 감산을 내년 4월까지 연장했다. OPEC는 전날 월간 보고서에서 올해와 내년의 세계 원유 수요 증가 예측치를 각각 12%, 6% 하향 조정했다.
FT는 엑손모빌의 이 같은 낙관적인 지출 계획과 관련해 기후변화 대응 전략을 촉구하기 위해 엑손모빌의 지분을 취득한 행동주의 펀드 ‘엔진넘버원’의 반란이 성공한 지 불과 4년 만에 회사의 기조가 크게 바뀐 것이라고 짚었다. 실제 2021년 5월 엔진넘버원은 화석연료 중심의 경영을 지속하는 것에 ‘존재론적 위험’을 가져온다고 주장하며, 주주들의 지지를 얻어 엑손모빌 이사회 4명 중 3명을 교체하는 데 성공했고, 이후 엑손모빌은 경영 방향을 변경해야 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인의 화석 연료 활성화 계획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면 침공 이후 ‘에너지 안보’가 더욱 주목받으면서 에너지 전환에 대한 논의는 잠시 뒤로 밀려나게 됐으며, 석유에 집중한 기업들은 더 큰 보상을 받고 있는 모습이다.
우즈 CEO는 “트럼프 당선인은 업계에 간섭하지 않고 업계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도록 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며 “우리가 얼마나 멀리 갈 것인지,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는 정책 시행 초기에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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