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세현 검찰 특별수사본부장이 지난 8일 서울 서초동 서울고등검찰청 기자실에서 브리핑을 마친 뒤 안경을 고쳐쓰고 있다.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검찰 비상계엄 특별수사본부(본부장 박세현 서울고검장)가 12일 여인형 국군방첩사령관을 내란 피의자 신분으로 2차 소환조사하고 있다. 12·3 비상계엄 사태에서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과 함께 ‘키맨’으로 지목된 여 사령관은 수사기관들끼리도 ‘신병 쟁탈전’을 벌이는 핵심 피의자다. 검·경이 동시에 이날 출석을 요구했는데, 여 사령관은 고심 끝에 검찰에 출석했다. 여 사령관 측은 “군사법원법에 따라 군검찰에 조사받기 위해서”라고 설명했다.
━
검찰·군검찰 vs 경찰·공수처·군경찰 2파전 양상
(왼쪽부터) 심우정 검찰총장, 우종수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 오동운 공수처장. 김성룡 기자, 뉴스1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 국가수사본부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국방부 조사본부(군경찰)는 지난 11일 공조수사본부(약칭 공조본)를 출범했다. 닷새 전에 국방부 검찰단(군검찰)과 함께 특별수사본부를 가동해 영장청구권, 기소권, 현역 군인 조사권을 모두 가진 검찰에 맞서겠다는 전략이다. 검·경·공이 각자 난립하던 수사 형국이 일차적으로는 검찰 대 경찰·공수처 진영으로 정리된 셈이다.
수사 주도권 다툼이 격화한 이번주부터 중복수사는 심각한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 경찰과 검찰에서 연달아 조사를 받은 군 관계자는 “너무 지친다”며 “기관끼리 자료가 공유됐으면 좋겠다”고 피로감을 호소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신속하게 정리하지 않으면 내란 피의자들이 자신에게 유리한 수사기관을 택해 쇼핑하는 꼴을 보게될 것”(김후곤 전 서울고검장)이란 경고도 나온 상태다.
‘내란 수괴’ 혐의를 받는 윤석열 대통령 조사 국면에서는 경쟁이 더 격렬해질 전망이다. 불발되긴 했으나 경찰은 지난 11일 대통령실 압수수색을 시도하며 윤 대통령 조사를 위한 포석을 깔았다. 검찰은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시점을 기초적인 사실관계를 먼저 다진 뒤로 할 것인지, 엄중한 시국을 고려해 곧장 착수할 것인지를 두고 고심하고 있다. 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대통령 직무정지) 시점이 전환점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이 12일 용산 대통령실에서 대국민 담화를 하고 있다. 대통령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
검찰 빠진 공조본 구성 막전막후
경찰의 공조본 구성 과정에서 검찰은 철저히 배제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대검찰청 고위관계자는 검찰 특수본 출범 당일인 지난 6일 경찰 국수본 고위관계자에게 전화를 걸어 “본부도 세팅됐고, 군도 합류하기로 했다”며 공식적으로 합동수사본부를 제안했다. 당시 경찰은 “내부 회의를 해보겠다”고 답한 뒤 한참이 지나서야 “그냥 각자 가자”고 회신했다고 한다. 같은날 특수본 출범 이후 또 다른 대검 고위관계자가 공수처에도 합동 수사 의향 등을 물었지만 공수처는 거절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은 지난 9일 경찰과 공수처에 다시 한 번 공문을 보내 수사협의를 하자고 제안했지만 양 기관은 ‘내부 협의 중’이라고 회신하고선 공조본을 출범시켰다. 검찰은 뒤늦게 “언론을 보고 알았다”고 한다.
이재승 공수처 차장이 지난 9일 경기도 과천 공수처에서 비상계엄 관련 사건 이첩요구권 발동에 관한 언론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이 공수처·군경찰과 손을 잡은 건 검찰의 영장 기각 등에 불만이 쌓인 결과로 풀이된다. 영장청구권을 가진 공수처 검사를 통해 검찰을 우회하고 새로운 ‘영장 창구’를 마련해보겠다는 복안이다. 일례로 지난 9일 경찰이 특수전사령부와 수도방위사령부 등을 압수수색하기 위해 신청한 영장을 검찰은 법원에 청구하지 않았다. 서울중앙지검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은 특수본과 독립된 별도의 전담부서가 통상의 절차에 따라 처리하고 있다”며 “현역 군인에 대해선 군사법원이 재판권을 갖고 있고, (특수본의) 군검찰이 수사를 진행하는 등 중복수사의 우려가 있어 기각했다”고 밝혔다. 형평성 논란이 없다는 주장이다.
━
안 끝난 수사권 경쟁…檢만 대통령 기소 가능
비상계엄 사태 관련 내란 혐의를 받는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 뉴시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경찰의 공조본 출범에도 난관은 여전히 남아 있다. 먼저 대통령 기소권을 가진 곳이 검찰 뿐이다. 공수처 검사는 수사권·영장청구권은 있지만 대통령을 직접 기소할 순 없다. 결국 검찰에 수사기록을 넘겨 기소(공소제기)를 요구해야 하는 구조다.
경찰이 신청한 체포·구속영장은 공수처를 통해도 청구가 어려울 수 있다. 현행 공수처 사건사무규칙상 경찰이 신청한 압수수색·통신 영장 등에 대한 절차는 규정돼 있지만, 체포나 구속영장은 명시된 규정이 없어서다. 실제로 경찰은 이날 조지호 경찰청장과 김봉식 서울경찰청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경찰 관계자는 “이번까지는 검찰에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라며 “특히 압수수색 영장 등은 (공수처를 통해도) 법원이 내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검찰 고위관계자는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때부터 검찰은 형사사법시스템 붕괴를 수없이 경고하고 우려했다”며 “그 일이 지금 현실이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
박근혜 2배 규모 역대 최대 ‘윤석열 특검법’ 국회 통과
12일 오후 국회 본회의에서 윤석열 정부의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를 통한 내란 행위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이 통과되고 있다. 전민규 기자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한편 10일 통과한 상설특검에 이어 ‘윤석열 비상계엄 특검법’(일반 특검)이 12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특검 출범 전 검경 수사가 마무리될 지도 주목된다. 이 특검은 파견검사 40명, 파견공무원 80명, 특별검사보 4명, 특별수사관 80명 이내 박근혜 국정농단 특검의 두 배인 역대 최대 매머드 특검법이다. 수사 기간도 준비 기간 20일을 제외하고 최대 150일이다. 다만 상설특검과 달리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앞서 세 차례 폐기된 김건희 특검법 역시 이날 본회의를 통과했다.
김정민 기자 kim.jungmin4@joongang.co.kr, 석경민 기자 suk.gyeongmin@joongang.co.kr
▶ 중앙일보 / '페이스북' 친구추가
▶ 넌 뉴스를 찾아봐? 난 뉴스가 찾아와!
ⓒ중앙일보(https://www.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