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개혁은 제도나 의식보다 개인의 신앙생활을 중시했다는 점에서 르네상스의 휴머니즘 정신을 종교적으로 적용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한 반종교 개혁은 종교 개혁으로 실추된 가톨릭교회의 권위 회복을 위한 움직임이었다. 로마 교황청이 나서서 종교 미술이란 신비스러운 경지에 이르게 하는 감정을 유발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고, 이 점이 바로크 미술의 특징과 잘 연결됐다.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 ‘성 마태오의 소명’(1597~1598년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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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 화가인 미켈란젤로 다 카라바조는 불균형적인 구도와 빛과 어둠의 대비를 통해서 화면 전체에 극적인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성서의 이야기를 주변에서 일어나는 평범한 사건처럼 묘사해서 친밀감을 주기도 했다.
‘성 마태오의 소명’에 그런 특징들이 잘 나타난다. 세금 관리인 마태오가 무장한 병사들과 함께 평범한 주점에 앉아 있다. 그리스도가 마태오를 향해 손가락을 뻗어 그의 소명에 관해 얘기하고, 그리스도 위로 강렬한 햇살이 쏟아져 들어와 손과 얼굴을 비추면서 극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진다. 밝음과 어둠의 대비를 맨발의 가난한 사람들과 화려한 의상의 마태오 일행들의 대비와 연관 지어 종교적인 믿음의 중요성을 암시하고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이 작품을 로마 교황청에서는 좋아하지 않았다. 카라바조가 그리스도의 모습을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만날 수 있는 것으로 그렸다는 점에서였다. 하지만 개인의 종교적 실천을 더 중요하게 여긴 가톨릭 신도들뿐만 아니라 신교를 믿는 신자들의 마음까지도 사로잡았고, 신교국 네덜란드 바로크 미술의 대표적 화가인 렘브란트의 빛의 묘사 방식에도 영향을 끼쳤다.
박일호 이화여대 명예교수·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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