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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연대도 있다···“탄핵 디자인 필요한 단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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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가 오는 2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 촉구’ 집회 이후 송년회를 연다. 홍보물은 그래픽 디자이너 김희경씨(26)가 박민영 친구사이 활동가와 협업해 만든 첫 ‘연대 작업물’이다. 친구사이·김희경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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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인 노동을 통한 연대를 제안합니다.”

지난 10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글이 올라왔다. 시민사회단체들이 ‘윤 대통령 탄핵 집회’와 관련한 그래픽 작업물을 만들 필요가 있을 때 연대하겠다는 그래픽 디자이너 김희경씨(26)의 제안이었다. 그는 동료 디자이너들에게도 ‘그래픽 디자인 노동으로 연대하자’고 제안했다. 하루 만에 경력도, 소속도 다양한 디자이너 12명이 모였다. 게이인권단체 친구사이의 의뢰로 만든 첫 ‘연대 작업물’도 공개됐다.

김씨가 연대에 나선 이유는 뭘까. 김씨는 디자인이 ‘예쁘게 꾸미는 것’ ‘힙하고 세련된 것’ 이상의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믿는다. 또 상업적 가치뿐 아니라 사회적 가치도 담아낼 수 있다고 본다. 김씨는 “먹고 사는 문제에 비해 ‘사치스럽다’고 생각되는 예술이지만,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장애인 단체의 이동권 투쟁이 지하철 엘리베이터를 만들어냈듯이, 지금의 연대가 멀리멀리 돌아서 내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씨가 이런 제안을 하게 된 건 12·3 비상계엄 사태 때 ‘국회로 달려 나가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한 부채감이 계기가 됐다. 김씨는 “국회로 가는 것 자체를 상상하지 못했다”며 “이번 프로젝트는 그래픽 디자이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더 상상한 결과”라고 말했다.

김씨는 인권단체 등이 필요한 그래픽 디자인으로 연대하는 게 할 수 있는 방법 중 가장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폭증한 단체 활동가들의 업무를 덜어줄 수 있고, 빠르고 아름답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디자인에 전문성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돈으로 후원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집회에 직접 참석하고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힘을 만들어내듯이 디자인 노동을 통한 연대도 단체들과 상호작용하고 목소리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주위 디자이너들의 호응도 있었다. 김씨가 평소 동경하던 디자이너를 비롯해 많은 사람이 김씨의 제안을 SNS에서 공유했다. 프로젝트에 참여하기로 한 박도환씨(30)는 “비상계엄이 발동되고 출판물이 제한되고, 언론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다는 포고령이 나왔다”며 “거짓된 정보를 위한 책을 디자인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가 있고, 내 삶과도 연관된 문제”라고 나서게 된 이유를 설명했다.

김씨는 “14일에 윤 대통령을 탄핵한다고 해도 갑자기 세상이 유토피아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오랜 싸움이 필요할 때 사람들을 모으고, 투쟁하는 사람들도 무게에 짓눌리지 않게 하는 방법이 예술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한들 기자 handl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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