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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에 핫팩 붙이면 배탈 위험 줄여줘
실외에서 30분 이상 활동한 후에는
실내 찾아 휴식…체온 유지 해줘야
떨림·졸림·기억상실 발생 땐 위험
의식 없을 경우 음료 제공도 삼가야
해가 지고 거센 바람까지 몰아치면 체감온도가 더욱 내려가는 영하권의 겨울 추위에도 시민들은 거리에 선다. 내란을 획책하고도 권좌에서 내려올 줄 모르는 이들에게 가야 할 곳을 일러주기 위해서다. 또한 날씨만큼이나 한파가 몰아치는 경기 탓에 추위를 뚫고 생업의 현장으로 나서야 하는 시민들도 많다. 낮은 기온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면역력과 함께 몸 곳곳의 기능이 떨어져 크고 작은 질환으로 고생할 위험이 높아진다. 양·한방 전문가들로부터 겨울철 실외에서의 활동이 길어질 경우에 대비한 건강관리 요령을 들어봤다.
방한용품 든든히 |
저체온증 땐 단 음식 |
대규모 인파가 몰리는 집회 현장은 겨울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각종 호흡기 감염병에 취약해지기 쉬운 장소다. 많은 사람이 밀집해 있고, 구호를 외치며 침방울이 튀어나가는 등의 위험 요인이 적지 않다. 특히 기온뿐 아니라 습도도 낮아 매우 건조한 동절기에는 호흡기를 통해 바이러스나 세균 등 병원성 미생물이 침투하기 쉬워지고 그에 맞서는 인체 내부의 면역력도 떨어지기 쉽다. 그러나 이런 여건에서도 스스로 거리에 나서는 시민들의 열정이 식을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그렇기 때문에 최대한 호흡기 감염을 막을 수 있는 개인적인 대비책을 마련하는 것이 좋다.
소화기 약하다면 생강차 |
감염병 예방에 필요한 가장 필수적인 수칙은 이미 3년여에 걸친 코로나19 대유행을 통해 대부분 체득하고 있다. 정혜진 녹색병원 가정의학과 과장은 “독감(인플루엔자), 감기, 폐렴 등의 호흡기 감염병은 기온이 낮고 건조한 겨울철에 여러 사람이 모여있는 장소에 오랜 시간 머무를 경우 감염될 확률이 높아지므로 마스크를 착용하고 손 소독 등의 개인 위생에 주의해야 한다”며 “발열, 오한, 기침 등의 증상이 나타날 경우엔 비상약을 먹은 뒤 병원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노인과 어린이, 당뇨병 등 만성질환을 앓고 있거나 심뇌혈관 질환이 있는 환자는 추위에 오래 노출될 경우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 감기·몸살 기운이 있다면 타인에게 전파될 위험까지 있으므로 가급적 외출을 삼가고 집에서 증상을 완화하며 체력을 아껴두는 것이 좋다. 밖으로 나설 때는 특히 열이 많이 빠져나가는 목덜미와 머리 부분을 잘 감싸 보온할 수 있게 털모자와 목도리 등을 착용하는 한편 쉽게 차가워지기 쉬운 손·발·귀 등 신체 말단부에 장갑과 양말, 겨울 부츠, 귀마개 등을 준비하면 도움이 된다. 집회·시위 현장에서 바닥에 앉아야 하는 경우가 있다면 두꺼운 방석을 준비해 바닥의 냉기가 신체로 직접 올라오지 않게 예방하는 것이 좋다.
한방에서도 인체에 들어와 병을 일으키는 원인과 그에 맞서는 고유한 면역력에 대한 개념이 있다. 풍(風), 한(寒), 서(暑), 습(濕), 조(燥), 화(火)의 육음(六淫) 중에서 겨울철 감기·독감 등의 감염병은 바람과 추위를 뜻하는 풍·한의 사기(邪氣), 즉 나쁜 기운이 몸에 들어와 생긴 것으로 본다. 하지만 이에 맞서는 위기(衛氣)도 있어서 외부 환경에 적응하고 몸속 영양분과 에너지를 필요한 곳으로 잘 순환시켜 인체를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 이런 인식에 따라 춥고 건조한 날씨에 몸을 침범하기 쉬운 외부 병원균을 막는 것 못지않게 몸이 가진 본연의 면역력을 잘 유지해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실내외 온도차 크지 않게 |
인체 내외의 조화와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시각으로 보면 바깥 기온이 낮을 경우 몸이 느끼는 온도차가 과도하지 않도록 대비할 필요가 있다. 고석재 강동경희대병원 한방내과 교수는 “여름철 더운 바깥에 있다가 에어컨을 세게 튼 실내로 들어오면 냉방병이 생기는 것처럼 겨울에도 단순히 바깥의 추위뿐만 아니라 실내외의 급격한 온도차를 주의해야 한다”며 “평소 가정에서 실내 온도를 과하게 높여놓으면 외출 시 그만큼 온도차가 커서 몸에 부담이 가중되므로 적정한 수준으로만 난방을 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추위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감염병 위험이 높아지는 데 국한되지 않고 온몸 구석구석까지 미치므로 평소 약하거나 자주 질환이 발생한 부위가 있다면 특별히 신경써서 보온할 필요도 있다. 특히 호흡기 외에 소화기를 포함한 인체 내부 장기 역시 낮은 기온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기능이 떨어지고 탈이 나기 쉽다. 고석재 교수는 “평소 소화기가 약했다면 밖으로 나설 때 배 부분에 핫팩을 여러개 붙여서 따뜻하게 해주면 배탈이 날 위험이 줄어든다”며 “날씨가 차고 건조하므로 보온병에 따뜻한 물이나 생강차, 도라지차 등을 챙겨서 자주 마셔주면 도움이 되지만 증상이 쉬이 낫지 않거나 심해지면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의욕이 넘치거나 부득이한 이유 때문에 추운 바깥에서 위험할 정도로 오랜 시간 머물렀다면 저체온증 등 한랭질환이 나타나진 않는지 주의 깊게 살펴봐야 한다. 체온이 35도 아래로 떨어지는 저체온증이 생기면 심장·폐·뇌 등 생명을 유지하는 중요한 장기의 기능이 저하돼 생명이 위태로울 수 있는데, 몸이 심하게 떨리고 피로감과 정신착란, 어눌한 말투, 기억상실, 졸림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환자가 온전히 의식이 있으면 따뜻한 음료와 초콜릿 같은 단 음식을 섭취하게 하지만, 의식이 없다면 질식 위험이 있으므로 음료를 마시게 해서는 안 되며 신속히 따뜻한 장소로 이동해 담요를 덮어주고 구급대를 불러 응급진료를 받아야 한다.
또 옷이나 신발, 장갑 등으로 감쌌어도 저온 환경에 지속적으로 노출된 피부의 말초 부위에는 혈류 장애 때문에 피부조직에 염증반응이 나타나는 동창이 생길 위험도 있다. 주로 손끝이나 발끝에 발생하기 쉬운데, 이 부위가 붉게 변하면서 가려운 증상을 호소한다. 더욱 정도가 심한 동상은 아예 피부와 피하조직이 얼어서 손상되는 심각한 상태까지 진행한 상태여서 절단이 필요할 수도 있으며, 피부색이 점차 흰색이나 누런 회색으로 변하는 증상을 보인다.
정혜진 과장은 “이런 한랭질환을 예방하기 위해선 바깥에 서 있을 때 수시로 팔다리를 움직여주고, 30분 이상 야외에 머물렀다면 이후 실내로 들어가 따뜻한 음료를 마시고 체온을 유지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동창 예방을 위해 휴대용 핫팩을 사용하길 권장하고, 만약 동창이 발생하면 따뜻한 물에 해당 부위를 담근 뒤 살살 주물러 혈액순환을 도와주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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