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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칩톡]"AMD 살린 10년 반전 스토리"…AI칩 새 역사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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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지 '올해의 CEO'에 리사 수

2014년 10월 AMD CEO에 취임

엠비디드 시장 겨냥 사업 다각화

무너지던 회사 세계적 기업 탈바꿈

시총 20억달러서 2000억달러로

인스팅트 가속기 'MI325X' 공개

엔비디아보다 연산·추론 앞서

AI칩 독점시장 구도 깰지 주목

"미국의 현대산업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반전 스토리 중 하나다."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칩워’를 쓴 역사학자 크리스 밀러는 리사 수가 반도체 기업 ‘어드밴스드 마이크로 디바이시스(AMD)’의 최고경영자(CEO)에 오르고 10년간 보여준 성과를 이렇게 평했다. 다 무너지고 쓰러져 가던 AMD를 모두가 주목하는 세계적인 기업으로 탈바꿈한 그의 리더십에 보낸 찬사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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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은 밀러의 언급을 최근 리사 수를 ‘올해의 CEO’로 선정하면서 소개했다. 타임지는 여기에 하버드 비즈니스스쿨이 올해 가을부터 리사 수와 AMD의 스토리를 학생들에게 가르치기 시작했다는 사실도 덧붙였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 등 인공지능(AI) 시대의 문이 열리고 시장은 선도하고 있는 거물들을 모두 제치고 타임지가 리사 수를 올해의 CEO로 뽑고 조명한 건 그만큼 그가 10년간 보여준 여정이 강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리사 수는 지난 10월8일 CEO로 취임한 지 10년이 됐다. 2014년 3달러 안팎이었던 AMD의 주가는 리사 수가 CEO로 합류하고 10년이 지난 현재 증권가에서 140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그 사이 시가총액은 20억달러에서 2000억달러 이상으로 뛰었다. 2022년에는 회사 가치가 처음으로 인텔을 넘어 미국 전역을 놀라게 했다. 2022년 12월 기준 당시 시가총액이 AMD는 약 1249억달러, 인텔은 1231억달러였다. AMD가 만드는 제품들은 현재 세계에서 가장 빠른 10대 슈퍼컴퓨터의 50%, 가장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쓰는 10대 슈퍼컴퓨터의 40%를 구동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특히 AMD가 자랑하는 제품군 ‘AMD 에픽 프로세서’는 서버 수익 점유율이 1%에서 약 34% 수준으로 크게 높아졌다. AMD의 연구개발(R&D) 투자는 2014년 10억달러에서 지난해 59억달러로 5배가량 증가했다. 최근 1년 중에도 10억 달러 이상을 투입하며 AI칩 등 엔비디아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시장을 흔들 새 제품을 만드는 데 힘을 기울였다.

"AMD는 내게 기회였다"

리사 수는 프리스케일에서 최고기술관리자(CTO)로 일한 2012년 니콜라스 도노프리오로부터 AMD로의 이직을 제안받고 수락, 합류했다. 첫 역할은 글로벌 비즈니스 부문 총괄 부사장이었다. 능력을 인정받아 2014년 10월에 CEO로 취임했다. 도노프리오는 IBM에서 엔지니어로 일하다 퇴사 후 AMD 이사회 임원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IBM에 있을 때 멘토로 리사 수를 지켜봤다. 도노프리오는 그때 경험에 비추어 리사 수가 풍전등화에 놓인 AMD를 구할 인물이라고 판단했다고 한다. 리사 수는 "나 스스로 반도체 산업에서 의미 있는 무언가를 할 준비를 하는 과정에 있다고 생각했다"며 "AMD는 내게 기회(my shot)나 다름없었다"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CEO로 취임한 후 리사 수는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에만 몰두하다 정체돼 있던 회사의 사업 패러다임을 데이터센터, 기업용 솔루션 분야로 전환해서 다각화했다. 궁극적으론 내장형 시스템(엠비디드) 시장을 겨냥했다. 이를 기반으로 본래 강점을 보였던 GPU, CPU 시장도 섭렵하면서 AMD를 현재는 AI 시장에서 무시할 수 없는 회사로 성장시켰다.

리사 수의 뛰어난 경영 수완은 기술에 대한 빠른 이해와 시장 파악에서 비롯됐다고 업계는 본다. 남다른 부성애와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에서의 생활이 그 뒤에 있다. 리사 수는 1969년 대만 타이난시에서 태어나 3살 때 부모를 따라 미국으로 이민을 가서 성인이 될 때까지 자랐다. 통계학자였던 아버지의 교육열이 대단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7살 때부터 피아노, 산수 등을 배웠다. 리사 수는 10살 때 갖고 놀던 자동차 장난감이 고장 나자 이것이 어떻게 작동되는지 궁금해하기 시작하면서 엔지니어링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를 주목한 아버지는 리사 수의 호기심을 더욱 키워주기 위해 애플2 PC를 선물해주기도 했다. 리사 수가 브롱스과학고, MIT로 진학하는 데도 아버지는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MIT에선 반도체 연구소에서 실리콘 웨이퍼를 만드는 과제를 하면서 반도체를 처음 접했다. 작고 정교한 반도체의 매력에 빠진 그는 본격적으로 파고들었다고 한다. 리사 수는 2017년 MIT 박사학위 수여식에서 연설하며 "기술을 이해했기에 더 나은 비즈니스를 결정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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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MD가 공개한 MI325X. 사진=AMD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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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웰 대항마 MI325X

리사 수와 AMD는 새로운 AI칩들을 앞세워 시장에 새 지평을 열기 위해 노력 중이다. 지난 10월 공개한 인스팅트 가속기 ‘MI325X’에 대한 업계의 기대가 크다. AI의 빠른 연산을 돕는 이 제품은 엔비디아가 2025년에 출시할 예정인 ‘블랙웰’의 대항마로 평가받고 있다. 내부에는 5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 HBM3E가 256기가바이트(GB) 용량의 제품으로 탑재돼 초당 6테라바이트(TB)의 메모리 대역폭을 제공한다. 지난해 6월에 공개된 전작 ‘MI300X’보다 메모리와 대역폭이 각각 33%, 13% 향상됐다. 연산 성능은 엔비디아가 시중에 내놓은 H200보다 1.3배 좋다. 추론 역시 메타의 대형언어모델 라마 3.1에서 엔비디아 제품보다 최대 40%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AMD의 MI325X는 내년 1분기부터 본격적으로 주요 파트너사들에 판매된다. 호평을 받을 경우 엔비디아가 9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AI칩 시장 구도를 깨고 경쟁체제로 전환하며 엔비디아 제품들의 가격도 낮추는 효과를 만들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이후에도 AMD는 성능을 더욱 높인 새 제품들을 연달아 출시할 예정이다. 내년에 MI350, 2026년에 MI400 등 사실상 1년에 하나씩 출시하겠다는 청사진도 밝힌 상태다. 내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규모의 전자·정보통신(IT) 박람회인 ‘CES 2025’에선 CPU, GPU 관련 신제품들과 최신 기술들도 선보일 예정이다.

다만 AMD는 최근 데이터 센터 사업 매출이 122% 올랐지만, 게임, 임베디드 사업은 침체기를 겪는 등 난관들을 넘어야 한다. 지난달에는 글로벌 인력을 약 4% 감축하기로 발표했다. 타임지는 "리사 수에겐 여러 장애물을 헤쳐 나가며 회사를 이끌어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김형민 기자 khm19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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