엎친 데 덮친 '영화계 한파'
지난해보다 관객수 120만명 줄어
정치에 쏠린 관심…개봉일 다시 만지작
영화 '1승' 스틸. 콘텐츠지오·키다리스튜디오·아티스트유나이티드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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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상계엄 사태 이후 탄핵 정국을 맞아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자 극장 관객수가 줄고 개봉이 연기되는 등 영화계 시름이 깊다. 팬데믹 이후 불황에 시달리던 영화계는 이러한 분위기가 장기화할까 우려하며 예의주시하고 있다.
한국영화 5편 이달 개봉 '직격탄'
12월은 여름방학과 연말 휴가철, 성탄절에 이어지는 신정 휴가가 맞물리는 극장가 대목이다. 영화 '1승'과 '소방관'이 4일 개봉했고, '대가족'(11일), '하얼빈'(24일) '보고타: 기회의 땅'(31일)을 비롯한 한국영화 5편이 이 시기 관객과 만난다.
팬데믹 이전에는 개봉 첫 주 흥행 여부를 가늠했지만, 이제 최소 2주, 길게는 한 달 이상 극장에 간판을 걸고 관객을 기다리는 시장이 됐다. 영화계가 12월부터 1월까지 이어지는 연말연시 특수를 기대하며 개봉일을 정했지만, 지난 3일 비상계엄 발령과 해체 이후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보면 지난 3일부터 11일까지 극장을 찾은 전체 누적 관객수는 293만7330명이었다. 이 시기 관객수 1위는 '소방관'(100만8801명), 2위 할리우드 애니메이션 '모아나2'(88만8135명), 3위 '위키드'(32만6205명) 등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누적 421만7998명이 극장을 찾았다. 전체 관객수가 120만명 이상 줄어든 수치다. '서울의 봄'(318만4715명)을 가장 많이 봤고, '3일의 휴가'(23만9304명), '싱글 인 서울'(16만2454명) 등이 관객을 모았다. 지난해 천만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하면서 관객수가 늘어난 영향을 고려하더라도 전체 관객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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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일 손보고 성명 발표
영화계는 사태가 장기화할지 주시하는 분위기다. 탄핵 정국을 맞아 국민적 관심이 정치로 쏠렸다. 구글 트렌드 검색 데이터를 보면 지난 2일부터 9일까지 일주일간 국내 검색량이 가장 많이 늘어난 단어는 '계엄령'과 '윤석열'이었다. 일주일 사이 각각 50만번 이상 검색됐다. 평상시 대비 1000% 늘어난 수치다. 관객몰이에 화제성이 중요한데 이 시기에는 개봉작들이 관심 밖으로 밀려날까 업계는 주시하고 있다.
여의도 국회 앞 촛불 집회에 극장 주 관객층인 20~40대 여성의 참여 비중이 높아진 점도 영화 소비 위축에 영향을 주고 있다. 최근 촛불 집회는 젊은 세대가 주도하며 촛불 대신 응원봉을 들고 아이돌 유행가를 부르는 등 축제처럼 열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2016년 국정농단 사태 당시 촛불집회에 사람이 몰리면서 극장 관객수가 감소한 일을 떠올리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급박하게 일정을 손보고 있다. CJ ENM은 제작비 300억 대작 '하얼빈'을 오는 25일 개봉하려 했으나, 24일로 변경한다고 9일 알렸다. 같은 날 영화 '괜찮아 괜찮아 괜찮아'도 변경된 개봉 일정을 공지했다. 당초 이달 12일 언론시사회를 열고 오는 24일 개봉하려 했으나, 내년으로 개봉을 미뤘다.
'하얼빈' 스틸. CJ ENM 제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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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그래도 어렵던 극장가에 악재가 겹치자 영화계는 반발하고 있다.
봉준호·박찬욱 감독과 배우 문소리, 81개 영화단체 등 영화인 3007명은 지난 8일 윤 대통령 직무 정지와 파면, 구속을 요구하는 성명을 냈다. 영화인들은 "이제 대한민국의 영화인들에게 윤석열은 더는 대통령이 아니다. 내란죄의 현행범일 뿐"이라고 했다. 이어 "마치 정권의 치적인 양 홍보하기 바빴던 한류의 위상은 나락으로 떨어졌다"며 "작금의 혼란한 상황을 극복하고, 추락한 위상을 극복할 수 있는 제1의 전제조건은 윤 대통령 직무수행을 정지시키는 것"이라고 했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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