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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4 (토)

2025년 전세계 관세전쟁 예고… ‘트럼플레이션’ 공포에 떠는 美 [세계는 지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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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취임 이후 인플레이션 우려

트럼프 “관세, 가장 아름다운 단어” 찬양

加·멕시코 25% 이어 中 60% 인상 예고

“물가 안오른다 보장 할수 없다” 답변도

“2025년엔 동일한 상품 가격 두 배가 될 것”

美 업체 연말 일제히 관세 마케팅 나서

소비자들은 생필품 등 사재기 늘어나

CNN “2025년 휴대폰 26%·가전제품 20%↑”

텍사스주 등 총생산 급격한 타격 전망

일각 ‘스태그플레이션’ 가능성 경고도

“나는 관세를 믿는다. 관세는 가장 아름다운 단어라고 생각한다. 관세가 우리를 부자로 만들어줄 것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8일(현지시간) NBC 방송과의 대선 승리 이후 첫 인터뷰에서 관세를 찬양했다. 최근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밝힌 트럼프 당선인은 “우리가 왜 멕시코와 캐나다를 지원해야 하느냐”며 “나는 공정한 경쟁의 장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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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 AP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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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는 인플레이션을 끝내겠다는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을 언급하며 수입품에 대한 관세 부과의 대가를 소비자가 치를 것이라는 경제학자들의 진단이 있다고 질문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그럴 리가 없다”고 답하고, 미국의 가구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장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나는 아무것도 보장할 수 없다”고 모호한 답변을 내놓았다. 대신 자신이 취임했을 당시 중국에 많은 관세를 부과했지만 인플레이션은 없었다고 말했다. 실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인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물가상승률은 전년 대비 적게는 1%대 후반, 많게는 2%대 중후반으로 3%를 넘긴 적은 없다.

모든 수입품에 10∼2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고, 중국산 제품에는 6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장담한 트럼프 당선인의 내년 1월 취임을 앞두고 미국이 인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2022년 6월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전년 동월 대비 9.1%나 상승하며 40여년 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은 미국 국민들은 최근 2%대까지 떨어진 물가상승률이 트럼프 당선인의 복귀와 함께 또다시 치솟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ke America Great Again)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재선에 성공한 트럼프 당선인의 등장으로 전 세계가 ‘무역 전쟁’을 우려하는 가운데, 미국도 ‘트럼프’와 ‘인플레이션’의 합성어 ‘트럼플레이션’ 공포에 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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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오리건주 오스웨고 호수에 있는 앨버트슨 식료품점 앞 카트 반납 구역에 카트가 놓여있는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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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마케팅에 물건 사재기까지

관세 인상에 따른 물가상승 우려는 이미 시장에서 나타나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의 한 가구업체는 최근 블랙프라이데이를 앞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관세 전 세일!’(Pre-Tariff Sale!)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다. 업체는 “이것은 훈련이 아니다”라며 “지금 보는 것과 동일한 상품이 관세가 부과되면 가격이 두 배로 인상될 것이다. 우리는 4년 전에 이런 일을 겪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당선인의 1기 행정부 당시 이미 관세 부과에 따른 가격 인상이 있었다는 것을 강조하고 관세 부과 후에는 상품의 가격이 두 배로 뛸 것이니 빨리 구매하라는 것이다.

일리노이주 시카고의 오토바이 판매 업체도 ‘관세 전 겨울 세일’에 나섰다. 업체는 내년에 관세가 부과될 경우 250달러에서 최대 850달러까지 가격이 인상될 수 있다는 설명과 함께 “다가오는 관세를 극복하라. 지금이 방아쇠를 당길 시간”이라고 광고했다. 캐나다 몬트리올을 기반으로 미국과 캐나다에 빈티지 장식품을 판매하는 한 업체는 관세 부과 전 25% 세일을 홍보하며 할인 코드를 ‘TARIFF25’(관세25)로 설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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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의 한 식료품점에서 사람들이 물건을 고르고 있다. 신화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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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 인상 전 물품 사재기도 시작됐다.

신용카드 및 금융 관련 정보 웹사이트인 크레디트카드닷컴이 지난달 미국인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결과 응답자의 34%는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나 불확실성’으로 인해 생필품을 비축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올 연말에 평소보다 더 많은 상품을 구매할 계획이라고 응답한 소비자 가운데 39%가 구매를 늘리는 이유로 ‘관세로 인한 물가상승에 대한 두려움’ 때문이라고 답했다. 사재기 물품은 휴지, 상하지 않는 식료품, 의료용품, 화장품 등이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지난달 미국의 기업들이 트럼프 당선인의 당선 이후 관세 인상에 대비해 최대 1년간 판매할 제품을 미리 주문하는 등 대비에 들어갔다고 보도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지난 3일 중국을 포함한 아시아 지역의 화물을 집중적으로 처리하는 미국 서부 항구가 중국산 수입품으로 넘쳐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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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26%↑, 가전제품 20%↑ 인상 예상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으로 실제 상품 가격이 크게 오를 것이란 전망도 이어지고 있다. 관세 인상에 따라 소매업체가 소비자에게 비용을 전가할 수밖에 없을 것이란 분석이다.

CNN은 미국 소비자기술협회(CTA)와 가전제품전국소매업연맹(NRF) 등을 인용, 트럼프 당선인의 공약대로 모든 수입품에 10∼20% 보편 관세가 부과되고, 중국산 제품에 60% 관세를 추가로 부과할 경우 아이폰을 포함한 스마트폰 가격이 약 26%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1000달러 스마트폰이 1260달러로 뛰는 셈이다. 미국의 스마트폰 및 전자기기는 중국산 제품이 78%를 차지하는데, 멕시코와 캐나다 수입품에 25% 관세가 추가 부과되면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세탁기를 포함한 대형 가전제품과 진공청소기, 헤어드라이어 등 가전제품 가격은 평균 19.4% 인상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CNN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인 2018년 1월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조치)를 발동해 한국의 삼성과 LG 등이 생산한 수입 세탁기에 고율의 관세를 부과해 가격이 인상된 것을 예로 들며 세탁기가 필요하다면 내년이 되기 전에 구매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미국 게임기의 87%는 중국으로부터 수입되고 있는데 관세가 부과되면 게임기 가격이 약 40% 인상될 것이라고 CTA는 전망했다. 컴퓨터 모니터의 경우도 30% 이상 가격이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트북과 태블릿PC 등 휴대용 전자제품 가격은 평균 45% 인상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중국 수입에 77% 정도를 의존하는 장난감 가격은 36%, 신발 가격도 18% 정도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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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경제 무너질 것… 전문가 우려도

관세 부과의 역효과가 미국의 지역 경제는 물론이고 국가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트럼프 당선인이 멕시코와 캐나다에 25% 관세 부과 방침을 발표하자 당장 멕시코와 인접한 텍사스주에서 일자리 수십만개가 사라지고 주(州) 총생산이 급격히 타격을 입을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는 경제분석기관 페리먼그룹을 인용, 텍사스주는 전체 연간 주 총생산의 1.7%에 해당하는 468억달러와 37만개의 일자리가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게리 클라이드 허프바우어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아보카도, 망고, 맥주, 테킬라 등이 텍사스 소비자들에게 더 비싸질 뿐만 아니라 국경을 넘는 트럭과 철도 교통량이 감소하면 많은 텍사스 주민이 일자리를 잃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멕시코와 캐나다가 보복 관세 대응에 나설 경우 미국 소비자들의 부담은 더 커질 수 있다. 캐나다는 2018년 캐나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미국의 관세 부과에 맞서 요거트, 위스키, 케첩, 세탁기 등에 수십억 달러의 관세 부과로 대응했는데 요거트는 위스콘신주, 위스키는 테네시주 경제에 영향을 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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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 EPA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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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예견한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미국 뉴욕대 교수는 지난 6일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당선인의 관세 인상 등의 정책이 미국의 ‘스태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물가는 상승하고 경기는 침체되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는 것이다. 루비니 교수는 관세 인상을 포함한 중국과의 무역 전쟁, 이민자 제한에 따른 고용 비용 상승, 감세와 그에 따른 재정적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독립성을 방해하려는 시도 등을 언급하며 내년도에 경제를 크게 악화시킬 수 있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박영준 기자 yjp@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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