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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치마 자꾸 돌아간 여중생 대인기피증까지…성장기 'S자' 공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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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스PICK] 청소년 척추측만증



방학은 학기 중 시간이 없어 미뤘던 자녀의 건강 문제를 점검하고 해결하기에 좋은 시기다. 이때 많은 부모가 자녀의 치아, 시력, 척추 교정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 이중 척추 교정을 필요로 하는 대표 질환은 척추측만증으로 소아·청소년기에 흔하게 발견되는 근골격계 질환이다. 실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21년 척추측만증으로 진료를 받은 9만4845명 가운데 10대(10~19세)가 41.6%(3만9482명)로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했다.

건강한 척추는 정면에서 봤을 때 일직선으로 보이며 머리가 몸의 중심에 위치한 게 특징이다. 척추측만증일 때는 다르다. 머리가 중심에 있지 않거나 어깨높이에 차이를 보이는 등 몸의 비대칭성이 나타난다. 가톨릭대 인천성모병원 재활의학과 김재원 교수는 “척추가 틀어지고 휘어져 정면에서 볼 때 ‘C’나 ‘S’자의 형태가 나타난다”며 “이때 일반적으로 10도 이상의 척추 변형을 보이면 척추측만증이라고 한다”고 설명했다.

외모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큰 스트레스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다. 척추측만증은 크게 특발성·선천성·신경근육성으로 나뉘는데 원인을 알 수 없는 특발성이 전체의 85~90%를 차지한다. 주로 사춘기 전에 발생하고 여자아이에서 더 심하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이 외에 선천성은 태어날 때 척추뼈가 기형적으로 잘못 생겨서, 신경근육성은 신경 질환이나 근육 질환에 의해 발생하는 척추측만증이다.

중앙일보

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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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발성일 땐 척추가 자연적으로 펴지는 일이 극히 드물다. 오히려 성장 과정에서 기형적 증상이 더 심해지는 경향이 있어 조기에 제대로 관리를 해줘야 한다. 청소년기 적절한 치료를 시행하지 않은 경우 한 달에 평균 1도씩 변형이 진행되고, 50도 이상의 만곡(척추가 꺾인 기울기)일 땐 골격이 성숙하고 난 뒤에도 변형이 진행될 위험이 높다고 알려져 있다.

이러한 체형 변화는 외모에 민감한 청소년들에게 큰 스트레스로 작용한다. 고려대안암병원 정형외과 양재혁 교수는 “한 연구에 따르면 치료의 종류와 나이, 변형 정도와 관계없이 청소년기 특발성 척추측만증으로 진단된 환자의 32%(총 92명 중 29명)가 심리적 고통을 받는 것으로 확인됐다”며 “심지어 이들은 종양 혹은 심장 수술을 받은 청소년과 비슷한 수준의 걱정을 갖고 있었다”고 말했다. 달라진 외모에 심리적 위축을 넘어 대인기피증까지 겪는 아이들도 있다. 척추측만증은 중년 이후 허리 통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들의 삶에 연쇄적으로 영향을 미치지만, 문제를 조기에 발견하기는 쉽지 않다. 외관상의 문제 외에 대개는 특별한 통증 등을 겪지 않는 탓이다. 당사자는 물론 부모들도 주의 깊게 관찰하지 않으면 조기 진단을 놓치기 쉽다. 따라서 부모들이 평소 아이의 체형과 좌우 대칭 양상 등을 세심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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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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척추측만증일 때는 양측 어깨와 골반 높이가 달라진다. ▶유방 크기의 비대칭 ▶양측 갈비뼈 높이의 차이 ▶한쪽 갈비뼈의 돌출 등도 척추측만증의 의심 신호다. 평상시 아이가 입는 옷과 신는 신발 등을 통해서도 이상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데, 척추측만증일 때는 신체의 균형이 맞지 않아 걸을 때 치마나 벨트가 자꾸 한쪽으로 돌아간다. 신발 한쪽 굽이 유독 닳는가 하면 가방끈이 한 방향으로 흘러내리기도 한다. 바지 한쪽이 짧아 보이거나 길어 보일 수도 있다.

조기 발견에 유용한 또 다른 방법은 전방굴곡검사(Adam‘s forward bend Test)다. 자녀로 하여금 무릎을 펴고 허리를 앞으로 굽혀 손끝이 땅바닥에 닿게 한 다음 부모가 양쪽 어깨와 등, 허리의 대칭 양상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척추측만증이 있다면 몸통의 어느 한쪽이 높게 솟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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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이윤채 lee.yoonchae@joongang.co.kr


대부분의 척추측만증은 성장이 완료되면 더는 심해지지 않는다. 따라서 아이의 성장 잠재력을 예측하고 이에 맞춰 적절한 치료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치료법은 크게 정기 관찰, 보조기 착용, 수술 등으로 구분되며 만곡의 형태와 위치 등도 치료법을 선택할 때 고려하게 된다.

정기 관찰은 말 그대로 특별한 치료 없이 주기적으로 경과를 관찰하는 방식이다. 보통 척추 만곡이 20도 미만이거나 성장이 종료된 환자에서 만곡이 50도 미만일 때 적용한다. 관찰 기간에는 척추측만증 진행을 예방하기 위해 운동·교정치료 등을 시행할 수도 있다. 운동치료는 경증 척추측만증(25도 미만의 척추 만곡) 환자에게 척추 변형의 악화를 막아주는 효과를 낸다.

운동치료·보조기, 척추 변형 예방 효과

만곡의 진행을 방지하는 보조기 치료도 요긴하다. 과거만 해도 치료 효과에 대해 이견이 있었지만, 최근에는 보조기 착용이 척추측만증의 진행 방지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본다. 일반적으로 보조기는 하루 22~23시간 착용을 원칙으로 한다. 김 교수는 “만곡 각도가 낮을 때 척추측만증을 발견하면 재활 치료와 보조기 착용 등의 비침습적인 치료를 시행하지만, 척추측만증이 급하게 진행하거나 척추가 아주 큰 각도로 휘어진 상태에서는 척추를 고정하는 수술이 필요할 수 있다”고 했다.

척추측만증 발생 시 치료 못지않게 중요한 건 아이들을 향한 주변인들의 정서적 지원이다. 양 교수는 “보조기 치료를 받는 환자 중에는 외형상 보이는 차이 탓에 또래 만나기를 꺼리며 심리적 고통을 호소하는 아이들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척추측만증 치료를 받는 청소년의 보호자라면 아이들이 정서적으로 위축되지 않도록 좀 더 깊은 관심과 격려를 해줄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간혹 아이들 가운데 허리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는 특발성 척추측만증 이외의 척추 또는 신경 내 잠재적인 이상이나 다른 질환이 함께 있을 수 있어 MRI(자기공명영상) 또는 CT(컴퓨터단층촬영) 등 정밀 검사를 진행하는 게 좋다. 척추 변형과 통증을 함께 일으킬 수 있는 질병으로는 척추 후만증, 척추 전방 전위증, 척추 부위의 종양 등이 있다.



하지수 기자 ha.ji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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