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5 (일)

열대섬 바다·사막에서 누리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ESC]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인도네시아 빈탄섬에 있는 소금사막. 이곳은 모든 방문자가 사진 모델이 되고, 모든 장소가 포토존이 될 정도로 풍경이 아름답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크리스마스트리가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었다. 코끝에 열대 나라의 다스한 공기가 훅 끼쳐왔다. 그런데 이 조합, 왠지 낯설다. 여행이 매력적인 것은 이런 낯선 경험 때문이 아닐까. 낯섦은 신선함으로 다가오고, 신선함은 쉼과 삶의 원료가 된다.



지난달 28일부터 사흘간 여행한 북위 1도에 위치한 인도네시아 바탐섬과 빈탄섬 곳곳은 각종 크리스마스 장식과 트리, 관광지 직원들의 산타 모자와 루돌프 머리띠 등으로 여행자의 눈길을 끌었다. 머무는 동안 이곳은 27~32도의 전형적인 여름 기온을 보였다. 0도 안팎을 오가는 추운 겨울 나라 한국에서 117년 만에 펄펄 내린 눈을 뚫고 온 터라, 처음 경험하는 ‘한여름의 크리스마스’는 더욱 반가웠다. 인천국제공항에서 6시간40분 걸려 28일 새벽 5시55분(이하 현지시각) 바탐섬에 있는 항나딤국제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의 폭설로 5시간 넘게 연발한 뒤였다. 공항에서 들이마신 바탐의 첫 새벽 공기는 상쾌함과 함께 3일간의 여행에 대한 설렘을 안겨줬다.







‘또 하나의 발리’ 꿈꾸는 섬





한겨레

빈탄섬 불랑링기 항구에서의 저녁놀.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탐은 인도네시아의 1만8천여개의 섬들 중 북부 리아우제도에 속해 있는 한 섬이다. 제주도의 85% 크기이지만, 인구는 제주도(약 70만명)보다 두배 가까운 130만명이 산다. 최초의 주민은 231년 들어온, 오랑라웃으로 알려진 말레이족이다. 이들은 이 섬 인구의 약 10% 비중을 차지하고 있고 나머지 90%는 외부에서 유입된 인구인데, 이 중 30%가 화교이고 나머지가 인도네시아인으로 알려져 있다. ‘또 하나의 발리’를 꿈꾸는 바탐은 1970년대에 공업화 구역으로 지정된 산업도시이자 자유무역지대로 비관세 지역이라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이에 배로 45분~1시간이면 닿을 정도로 가까운 나라인 싱가포르 관광객이 가장 많다. 이들은 주로 골프와 쇼핑, 휴양을 위해 바탐을 찾는다.



바탐 관광청 자료를 보면, 올해 1~9월 싱가포르 관광객이 49만명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말레이시아인 19만명, 중국인 3만2천명, 인도인 3만명, 일본인 7300여명 등 순이었다. 한국인 관광객은 2019년 3만명이 바탐을 찾았으나 코로나19 이후 크게 줄어든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제주항공이 지난 10월16일부터 주 4회(수·목·토·일) 인천~바탐 직항 노선을 운행하고 있다. 한국 여행객에게 이전까지는 바탐이 싱가포르 여행 중에 하루 정도 잡아 다녀오는 여행지였지만, 이제는 바탐으로 바로 가 바탐섬과 바탐의 이웃 섬인 빈탄섬(바탐에서 보트로 15~30분 거리)을 직접 즐길 수 있게 됐다.



‘보글 보글 보글’ 거품을 뿜어내며 바닷속으로 헤엄쳐 들어갔다. 바닷물은 따스했고, 바다 한가운데였음에도 수심이 2m 정도로 깊지 않았다. 고요한 물속 바닥은 산호들의 세상이었고, 그 위에서 손바닥 반만한 물고기들이 옹기종기 노닐고 있었다. 주황색 바탕에 하얀 띠를 두른 흰동가리(아네모네피시. 영화 ‘니모를 찾아서’로 유명해진 물고기)와 이름 모를 귀여운 검은색과 줄무늬 모양 등의 물고기 떼는 침입자들을 보자 이리저리 재빠르게 흩어졌지만, 멀리 가지는 않았다. 버스 타고 이동해 온 바탐 갈랑바루섬에서 보트를 타고 서남쪽으로 물살을 가르며 달리자 20분 만에 라노섬에 도착했다. 라노섬에서 이처럼 스노클링을 즐겼다. 이곳에서는 또 바나나보트, 카누, 제트스키 등의 해양 액티비티도 가능하다. 라노섬 주변 지역엔 이산화탄소 저장 능력이 뛰어난 맹그로브 나무가 울창하다. 고운 백사장에 야자수들이 우뚝 솟아 있는 라노섬은 아담했다. 노천카페에서 맥주와 음료를 마시며 여행객들은 나른한 휴식을 즐겼다.



샤워장에서 소금기를 씻어내고 다음 장소로 이동했다. 버스를 타고 이동하는 내내 곳곳에 붉은 속살을 드러낸 황토가 눈에 띄었다. 곳곳에서 공사가 이뤄지고 있는 바탐은 한창 개발 중인 관광지다. 스노클링을 한 뒤 점심을 먹었지만, 여행자는 늘 배고픈가 보다. 도로변에 있는 지역 카페에 잠시 버스를 멈춰 감칠맛 나는 구운 옥수수와 싱싱한 야자수 열매 음료로 에너지를 보충했다.







불교사원·모스크도 볼거리





한겨레

바탐 중국식 불교사원에 있는 관우상. 사진 왼쪽에는 관우의 부하인 주창, 오른쪽에는 관우의 아들 관평이 서 있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내 버스는 중국식 불교사원에 도착했다. 1991년 바탐의 중국인 공동체가 지은 이 사원은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큰 불교사원이라고 한다. 이곳에는 크게 세개의 별도의 공간이 있다. 가운데 공간에 ‘석가모니’, 왼쪽엔 ‘관공’(‘삼국지연의’에 나오는 관우), 오른쪽에 ‘관인’(관음)의 상이 있고, 각각 제단이 있다. 이 불교사원 가이드인 안나는 “하루 평균 관광객과 현지인 400명이 이곳을 찾아오는데 주로 먼저 석가모니에게 본인과 가족의 건강을 빌고, 그다음 왼쪽 공간으로 가서 관공에게 언제 어디서든 안전하고 탈 없이 지내기를 빌고, 마지막으로 오른쪽 공간의 관인에게 가서 사랑과 자비의 마음을 가질 수 있도록 빈다”고 설명했다. 이곳은 예배 공간이기도 하지만 학교이기도 하다. 유치원부터 대학교까지 있어, 이날도 교복 입은 학생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중국인과 인도네시아인 등 4천여명의 학생들이 이곳에서 공부하고 있다고 한다.



이곳을 나설 즈음 굵은 빗줄기가 세차게 쏟아졌다. 열대성 기후인 인도네시아는 사계절이 아니라 건기와 우기로 나뉜다. 우기는 대체로 11~3월로 지금은 우기에 해당하지만, 기후변화로 예측은 더 어려워졌다고 한다. 한국말을 잘하는 인도네시아인 가이드 에릭 산토소(28)는 “오늘 일기예보에서 비가 안 온다고 했는데, 바탐 날씨는 변덕스러워서 예측할 수가 없다”며 어깨를 으쓱했다.



한겨레

바탐의 대표적인 이슬람 예배당인 ‘라자 하미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버스로 10분 거리에는 이슬람 예배당이 있다. 인도네시아는 인구의 약 87%가 무슬림인 이슬람 국가다. 그런 만큼 바탐 시내에 모스크가 많이 있는데, 그중 ‘라자 하미다’는 바탐의 대표적인 이슬람 예배당이다. 2년여의 대규모 보수 공사를 거쳐 지난 9월 다시 일반에 공개됐다. 1만명의 예배자를 수용할 수 있는 큰 규모다. 파란색과 흰색이 조화를 이룬 건물은 차분하면서도 엄숙하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예배 공간 바깥쪽까지 들어가볼 수 있었는데, 이 건물 외곽 계단 아래에서부터 신발을 벗고 맨발로 가야 했다. 비가 온 뒤라 미끄러워 조심조심 걸었다. 기도 시간이 아니어서인지 기도하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



한겨레

바탐의 원주민인 오랑라웃이 사는 발레발레 원주민 마을은 맹그로브 나무와 야자수가 많은 아름다운 어촌 마을이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탐의 원주민인 오랑라웃이 사는 발레발레 원주민 마을은 바탐의 주요 관광코스 중 하나다. 우리 일행이 탄 버스가 도착하자 이 마을 아이들이 몰려와서 두 손을 흔들며 한국말로 “안녕하세요”라고 말하며 반겨줬다. 예상치 못한 환대에 놀랐는데, 가이드는 코로나19 전에는 한국인 관광객들이 많이 왔었다고 했다. 이곳은 뿌리가 도드라진 맹그로브 나무가 빽빽하게 우거진 어촌이다. 고즈넉하고 자연의 아름다운 풍경이 인상적이었다. 200가구 정도가 거주하고 있다. 남자들은 바다에서 먹고사는 어부이고, 여자들은 30분 정도 떨어진 담배·초콜릿·전자제품 공장에서 밥벌이를 하는 노동자라고 한다. 이날 마을 한편 오두막에 앉아 있던 마을 주민 카르노(55)는 “주로 도미와 꽃게를 많이 잡는다”며 “어제부터 비가 오고 파도도 세서 배를 띄우지 못해 쉬고 있다”고 말했다.



한겨레

발레발레 원주민 마을의 아이들 모습. 제주항공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탐에는 인도네시아의 유명 관광지 발리와 풍경이 비슷하다고 해서 ‘미니 발리’로 불리는 곳도 있다. 미니 발리로 불리는 해변에 있는 투리 비치리조트는 크리스마스트리와 미니 전구로 장식한 사슴 모형, “당신의 메리 크리스마스를 기원합니다” 문구가 적힌 펼침막과 기둥장식 등으로 화려했다. 넓은 해변에는 말레이시아 쪽으로 향하는 긴 다리가 쭉 뻗어 있어 산책하기에 안성맞춤이었다.







일본군 군사기지가 번화가로





한겨레

바탐 ‘미니 발리’에 있는 투리 비치리조트에 있는 크리스마스트리. ‘한여름의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탐 시내에는 나고야 타운이라는 번화가가 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일본군이 군사기지로 사용했던 곳이어서 일본식 이름이 굳어졌다고 한다. 쇼핑몰·식당·호텔·환전소 등이 밀집해 있어 여행자들과 현지인들로 늘 붐비는 곳이다. 이곳은 야시장이 유명하다. 수십개의 테이블이 놓인 거대한 홀을 공동으로 사용하고, 그 둘레에 줄지어 있는 음식점에서 음식과 술을 주문해 먹는다. 2층에도 테이블들이 쭉 펼쳐져 있다. 인도네시아식 해산물 요리와 중국식 고기 요리 등 메뉴도 다양하다. 우리 일행이 방문한 밤에도 빈자리가 거의 없을 정도로 인산인해였다. 라이브 밴드가 팝송 ‘킬링 미 소프틀리 위드 히즈 송’을 부드럽게 부르고 있었다. 여행자들은 흥겨운 표정으로 바탐 야시장의 밤 정취를 즐기고 있었다.



29일 오후에는 바탐 여정을 마치고 바탐 오른쪽에 있는 빈탄섬으로 향했다. 바탐 틀라가풍구르 항구 여객선 터미널에서 보트로 리아우해협을 가로질러 30분 만에 도착했다. 바탐이 자연과 함께 현지 도시의 맛을 느낄 수 있는 곳이라면, 빈탄은 휴양과 액티비티에 특화된 곳이다. 빈탄섬은 바탐섬보다 1.18배 크지만 인구는 40만명으로 바탐보다 훨씬 적다. 바탐에는 공장이 많지만 빈탄에는 공장이 없다. 대신 빈탄은 20개가량의 대규모 리조트 단지와 정글이 있는 섬으로, 휴양에 특화된 곳이다. 한국말을 잘하는 현지 가이드 아디(40)는 “이곳은 바탐보다 물가가 두배 가까이 비싼 곳”이라며 “리조트 단지에 들어오는 입구가 두군데뿐이라 여행객과 현지 직원 외에 현지인 입장은 제한돼 조용히 휴양과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고 소개했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수영복을 입고 바다에 들어가봤다. 구름이 햇볕을 두툼하게 가려 기온은 20도 후반대였지만 무덥지 않았고, 바닷물은 따뜻했다. 파도가 잔잔해 수영하기 좋았다. 해 질 녘이어서인지 수영하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다. 넓은 바다를 개인 풀처럼 즐겼다. 수영을 마치고 나오니 해변에 한 부부가 선베드에 편안한 자세로 누워 있다. 인도에서 온 40대 딥티는 “이번이 세번째 빈탄 여행이고 5일 동안 이곳에서 쉴 예정”이라며 “날씨가 너무 덥지 않아 산책하고, 맛있는 음식 먹고, 잠자고 릴랙스하기 딱 좋다”고 했다. 싱가포르에서 부모와 누나·매형과 함께 여행 온 수먼(34)은 바다에 들어가 물놀이를 즐기고 있는 부모님의 사진을 찍어주고 있었다. 2박3일 일정으로 여행 왔다는 그는 “빈탄에 두번, 바탐에 세번 여행을 왔었다”며 “빈탄은 가깝고, 싱가포르보다 물가도 저렴하다. 해산물 등 로컬 푸드가 맛있고, 바다와 해변이 좋아 재충전하기 좋다”고 말했다.



우기여서 그런지 여행하는 내내 하늘이 흐렸는데, 여행 사흘째 아침엔 마침내 모습을 감추고 있던 해가 모습을 드러냈다. 해가 뜬 열대 섬은 무덥고 습했지만, 마지막 날 인도네시아의 쨍쨍한 햇볕을 맛볼 수 있어서 반가웠다. 이날 첫 목적지는 트레저베이였다. 이곳에는 ‘크리스털 라군’이라는 이름의 인공 호수가 있는데 길이 1.6㎞, 깊이 최대 6m에 이르는 ‘동남아 최대 규모 수영장’이다. 수영은 물론 카야킹, 패들보드, 제토베이터 등 다양한 해양스포츠와 글램핑을 즐길 수 있다. 아이들이 얕은 물에서 까르르 웃으며 물놀이를 하고 있었다. 사진을 찍자 밝게 웃으며 춤까지 춰준 예쁜 아이들이었다. 인근에는 맹그로브숲이 있고, 이곳에 서식하는 원숭이들은 길가에 나와 버기카를 타고 구경하는 우리 일행을 반겨줬다.







‘소똥’ 반찬에 밥 두그릇 뚝딱





한겨레

빈탄 니모 수상가옥에서 낚시를 하고 있는 여행객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점심 즈음엔 보트를 타고 바다 한가운데 있는 니모 수상가옥으로 향했다. 스노클링, 낚시를 하기 위해서였다. 보이는 것은 푸른 하늘과 흰 구름, 바다와 윤슬이 전부인 곳이었다. 가는 길에 가이드 아디가 “니모 수상가옥에서 우리는 점심으로 ‘소똥’을 먹게 될 것”이라고 했다. 소똥이라고? 의아해하는 우리들에게 그는 “가서 보면 알게 될 것”이라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15분 정도 만에 니모 수상가옥에 도착했다. 이윽고 점심이 나왔다. 양념게장, 오징어 양념구이와 튀김, 새우, 생선구이, 모닝글로리볶음, 계란전 등 진수성찬이었다. 가장 인도네시아스러운 상차림이라고 했다. 이 가운데 우리가 아는 ‘소똥’은 어디에도 없었다. 아디는 “소똥은 이곳 말로 오징어라는 뜻”이라며 “소똥 맛있게 드세요”라고 웃으며 말했다. 니모 수상가옥의 해산물 요리 맛은 으뜸이었다. 나는 소똥이라는 발음에 대한 거북함은 생각할 새도 없이 밥 두그릇을 뚝딱 비웠다. 함께한 일행들도 게딱지에 밥을 슥슥 비벼 먹는 등 스노클링을 하기 전 맛좋은 음식으로 에너지를 든든히 채웠다.



한겨레

양념게장, 오징어 양념구이와 튀김, 새우, 생선구이, 공심채볶음, 계란전 등 니모 수상가옥에서 스노클링 하기 전에 먹은 점심.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바다 입수 직전 수상가옥 나무 난간에는 짙푸른 색의 작은 게 몇마리가 올망졸망 이동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바닷속에서도 이내 산호 사이를 이동하는 흰동가리 등 작은 물고기들을 볼 수 있었다. 빛깔이 아름다운 흰동가리를 따라서 물속에서 함께 유영했다. 다만 이날은 바람 탓이었는지 물이 다소 탁해 좀 더 깊이 들어가야 물속 친구들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우리 일행 중 일부가 스노클링을 즐기는 동안, 수상가옥에서 낚시를 하던 일행 중 한명은 팔뚝만한 크기의 펄떡펄떡 살아 있는 복어를 낚아올려 박수를 받았다. 옆에서는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여성 네명이 둘씩 짝을 지어 해맑은 표정으로 카야킹을 하고 있었다.



한겨레

니모 수상가옥 앞에서 싱가포르와 말레이시아에서 온 여행객들이 카약을 즐기고 있다. 김규남 기자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빈탄 여행의 마지막 코스는 울퉁불퉁 라인이 살아 있는 소금사막과 시리도록 푸른 에메랄드빛을 띠는 블루레이크였다.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은 모델이 되고, 이곳의 모든 장소는 ‘인생사진 포토존’이 되는 듯했다. 소금사막은 31년 장기집권을 한 수하르토 대통령(1967~1998년 재임) 시절 보크사이트 채굴 지역이었지만, 이후 채굴이 중단된 뒤 자연의 손길에 의해 매력적인 사막 풍경으로 변모했다. 이곳은 실제 소금으로 이뤄진 사막은 아니고, 모래 결정이 굳어진 모습이 마치 소금처럼 비쳐서 소금사막이라는 별명을 갖게 됐다고 한다. 블루레이크는 수십년 동안 방치된 이곳에 빗물이 차오르면서 자연과 시간이 신비스러운 물빛의 오아시스로 빚어냈다. 곳곳에서 연인과 친구, 가족들이 삼삼오오 모여 카메라 셔터를 누르느라 여념이 없었다.



이번 여행은 빈탄섬에서 바탐섬에 있는 항나딤국제공항으로 돌아가면서 막을 내렸다. 빈탄섬 불랑링기 항구에서 바탐섬으로 15분 만에 우리를 데려갈 스피드보트를 기다리는 동안 빈탄은 마지막으로 멋진 저녁놀을 선사했다. 물결치는 바다의 물비늘을 황금빛으로 덮고, 바라만 보고 있어도 마음이 평안해지는 이곳의 일몰을 보지 않고는 빈탄을 온전히 즐긴 것이 아니라는 듯이.



바탐 빈탄/김규남 기자 3strings@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