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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5 (일)

[영상]"그날 그 순간, 하나된 시민들"···탄핵 집회서 피어난 '200만 연대' [尹대통령 탄핵 가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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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속 청년-기성세대 간 통합 기류

엄숙함 속 흥겨움···K시위 문화 확산

주최 측 추산 여의도 200만 명 운집

“이 정국 계기로 新 패러다임 열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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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음 한뜻, 한국인들이 제일 잘하는 거잖아요.”

연일 국회 앞에서 한 목소리로 “탄핵”을 외치던 이들 사이에선 연신 “감사하다”는 말이 이어졌다. 어떤 모녀는 종종걸음으로 길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고, 이름 모를 시민들은 핫팩과 간식 등을 나눠줬다. 어린아이가 지나갈 때면 기꺼이 길을 터줬다. 정치인·시민들이나 아이유, 뉴진스 등 연예인들의 ‘선결제’ 릴레이도 계속됐다. 이번 집회는 새로운 K시위 문화와 사회적 연대라는 자산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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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촛불 속 피어난 ‘세대 통합’ = “어머니, 아버지께서 ‘기성세대들이 이런 세상을 물려줘서 정말 미안하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대답했습니다. 부모님 세대가 있었기에, (기성세대가) 민주주의를 위해 싸워줬기에 우리가 지금 이 자리에 있는 것입니다.” 13일 밤 시민 무대에 오른 20대 청년 김모씨의 말이다.

이번 시위에선 세대 간 연대와 통합 기류가 확산했다. 청년들은 기성세대에게, 기성세대는 청년들에게 고마움을 표했다. 신림동에 거주하는 박모(50대·남)씨는 “집회 현장에 특히 젊은 세대들이 많다”라며 “그중에서도 특히 2030여성들이 많은데, 어두운 상황을 축제 분위기로 유도해주는 슬기로움이 인상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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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집회 만들어 낸 2030 = 이번 집회의 주축이 된 청년들은 ‘즐거운 시위’였다고 입을 모았다. 13일 밤 다섯 번째 집회에 참석했다는 현모(20대·남)씨는 호랑이 옷을 입고서 늠름한 자태로 서 있었다. 열흘 후 입대 예정이라는 현씨는 “계엄령 선포 이후 아직까지도 군 통수권이 대통령에게 있다는 게 무서워서 목소리를 내려고 왔다”라며 “사실 집회에 처음 왔을 땐 분노한 마음이 컸는데, 며칠 와보니 사람들이 응원봉을 흔들고 노래하며 즐겁게 시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이렇게 하면 ‘오래 싸울 수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전했다.

“2016년 박근혜 탄핵 시위 때는 정말 타오르는 촛불을 들고 행진을 했는데, 당시엔 좀 암울한 기분이었어요. 이번엔 사람들이 꺼지지 않는 응원봉을 들고 함께 함성을 지르고 있어 즐겁고 든든합니다.” 마포구에서 온 박모(25·여)씨는 이렇게 말하며 ‘함께라면 결코 지지 않을 것’이라고 확신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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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 순간, 하나된 시민들 = 시민들의 단결은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표결 당일인 14일 고점을 찍었다. 공식 행사가 진행되는 국회대로에는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소위 콘서트장을 방불케 하는 인파였지만 큰 사건사고 없이 행렬은 이어졌다. 집회 장소인 국회의사당역이 있는 9호선에 인파가 몰리면서 경찰은 주요 역사 내에 인파 관리 인력을 대거 투입, 서울교통공사는 무정차 통과 조처를 취하기도 했다. 지난한 이동 과정 끝에 집회 장소에 도착한 시민들은 어수선한 분위기 속에서도 질서를 유지했다. 이날 여의도 일대에는 주최 측 추산 200만 명 이상, 경찰 비공식 추산 20만8000명의 시민이 운집했다.

시민들은 저마다 손수 만든 푯말이나 응원봉, ‘고양이뱃살만지기운동본부’ ‘전국거북목쭉펴기협회’ ‘철이드는것도메탈이다’ 등 이색적인 문구가 적힌 깃발을 휘날리며 민주주의 수호를 외쳤다. K팝이 끊임없이 재생됐고, 박자에 따라 ‘윤석열은 퇴진해’ 등의 구호가 제창됐다. 이내 스피커를 통해 우원식 국회의장의 목소리가 울려퍼지자 탄핵을 연호하던 시민들은 일순 침묵했다. 곧이어 열화와 같은 환호가 국회대로 일대를 메웠다.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이 선포된 순간이었다. 이날 국회는 찬성 204표, 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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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만 연대의 ‘열매’ = ‘어두운 나라’에서 ‘가장 밝은 것’을 들고 나온 시민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기쁨을 만끽했다. 축제의 장으로 변모한 시위 현장을 배경으로 셀프카메라를 찍는 시민들도 있었다. 영상으로 현장을 기록하던 정모(20대·남)씨는 “시위가 문화가 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꺼리는 이들도 분명 있겠지만, 다같이 응원하는 문화처럼 보이면 시위에 대한 장벽이 낮아지고 마음 속에 내재된 목소리를 더욱 표출할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마련되리라 믿는다”는 소회를 전했다.

여의도 공원 광장에서는 풍물놀이가 한창이었다. 인근을 지나던 시민들은 풍물놀이단을 중심으로 만들어진 원형 행렬에 자연스럽게 합류해 춤을 추기도 했다. 파란 목도리를 맨 채 이 광경을 지켜보던 황모(60대·남)씨는 “국민들이 추운 날씨에 모두 수고한 것 같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면서도 “젊은 세대가 많이 와서 엄숙하기만 했던 시위 현장이 축제의 장이 된 것 같아 보기 좋다”며 미소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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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아닌 시작···“새로운 패러다임 열려야” = 윤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 가결은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이다. 직무가 정지된 윤 대통령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판과 검찰·특검 수사를 맞닥뜨리게 된다. 헌법재판소 심판의 선고 기한은 180일이지만 2~3개월 내 선고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황순찬 인하대 사회복지학과 초빙교수는 서울경제신문에 “앞으로는 이번 시위에서의 긍정적 에너지를 앞으로 어떻게 더 긍정적으로 가져갈 것인지 고민해야 한다”며 “서로를 향한 정치적 공세 등 악순환이 이어지지 않도록 이 정국을 계기로 새로운 패러다임이 열릴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교수는 이어 “기성세대들은 앞으로 건강한 정치 질서 구조를 어떻게 만들 것인지 좀 더 고민하고 방향을 제시해줘야 한다”고 부연했다.


김수호 기자 suho@sedaily.com문예빈 기자 muu@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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