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재훈 기자(nowhere@pressian.com)]
국민의힘이 의원총회에서 '지도부 총사퇴' 권고를 결의하고,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하면서 한동훈 지도부 붕괴가 현실화됐는데도 정작 한동훈 대표가 사퇴 입장을 밝히지 않고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밝힌 배경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당일인 14일 저녁 의원총회에서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를 했다. 김대식 원내수석대변인은 의원총회 결과브리핑에서 "오늘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가 있었다"며 "총사퇴 결의 전에 장동혁·김민전·인요한·진종오 최고위원이 현장에서 책임지고 사퇴했다"고 밝혔다.
김 원내수석대변인은 한 대표가 사퇴 거부 입장을 앞서 밝힌 데 대해 "의총에서 당 지도부 총사퇴 결의를 했기 때문에 한 대표가 거기에 대한 답이 있을 것"이라며 "지도부 체제는 월요일(16일)에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고 했다.
한 대표는 그러나 이 의총 결과브리핑 직전, 하지만 이미 최고위원 4인 이상의 사퇴 의사는 명백히 밝혀진 시점에서 기자들과 만났음에도 "저는 후회하지 않는다"며 사퇴 여부에 대해 "저는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당헌상 의원총회는 "원내 최고 의사결정기구"(당헌 53조)로, 국회운영·입법 관련 사무에서는 사실상 최고 결정권을 가지지만 일반 당무에 대해서는 "의견개진 및 보고 청취"(당헌 55조) 기능만 있다. 다른 당무를 의총을 통해 처리하려면 최고위의 회부가 있어야 한다.
즉 의총에서 지도부 총사퇴를 결의한 것은 단순한 "의견 개진"에 불과하고, 당 대표나 최고위원이 이 결의를 순순히 따라 사퇴해야 할 의무는 없다. 실제로 장동혁·김민전·인요한·진종오 최고위원은 의총 결의 이전에 사의를 밝혔고 그 이후 SNS로 사퇴 의사를 밝힌 김재원 최고위원의 경우도 자진 사퇴 형식을 취했다.
물론 당헌 96조에 따라 비대위 구성은 불가피하다. 국민의힘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출범 조건을 정한 이 당헌 조항에서 "다음 각 호의 경우 비상대책위원회를 둔다"며 "1. 당 대표 사퇴 등 궐위 2. 선출직 최고위원 및 청년최고위원 중 4인 이상의 사퇴 등 궐위 3. 그 밖에 최고위원회의에서 전원찬성으로 비상대책위원회의 설치를 의결한 경우"로 규정했다.
비대위 구성은 '~의 경우 둘 수 있다'가 아니라 '둔다'는 강행규정으로 돼있다. 한 대표가 사퇴할 뜻이 없다 해도, 2호 요건(선출직 최고위원 등 4인 이상 사퇴)이 충족됐기 때문에 비대위 출범은 기정사실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당 소속 정치인들이나 당직자들, 당 출입기자들도 그다지 주목하지 않았던 96조 후단의 규정들이다.
친한계 박상수 대변인은 SNS에 쓴 글에서 "당 대표가 사퇴나 궐위되지 않았는데 장동혁 등 최고위원 4인의 사퇴만으로 권성동 원내대표가 당 대표 권한대행까지 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당헌 제96조 제1항은 비대위 구성 요건을 두고 있으며, 동조 제4항은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이 임명하는 것으로 규정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민의힘 당헌 96조 4항은 "비상대책위원회의 위원장은 전국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당 대표 또는 당 대표 권한대행 또는 당 대표 직무대행이 임명한다"고, 동조 6·7항은 각각 "비상대책위원회는 비상대책위원 임명 즉시 설치가 완료된다", " 비상대책위원회 설치 완료와 동시에 당 대표(당 대표 권한대행 및 당 대표 직무대행 포함)와 최고위원은 그 지위와 권한을 상실한다"고 규정한다.
박 대변인은 이를 근거로 "최고위원 4인 사퇴는 당대표 권한대행 또는 직무대행 발동 요건이 아니라 비대위 구성 요건"이라며 "이에 비대위원장 임명자로 당대표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선출직 최고위원 전원이 사퇴를 표명했기에 비대위 출범은 피할 수 없지만, 한 대표가 끝까지 물러서지 않으면서 비대위원 인사권을 쥔 비대위원장 임명권을 행사할 경우 당이 '탄핵 반대' 내지 친윤 일색으로 물드는 것은 끝까지 막으려 할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가 1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의원총회장에서 나와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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