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처드 그레넬 전 국가정보국(DNI) 국장 직무대행이 지난 7월 14일(현지시간) 미국 위스콘신주 밀워키에서 열린공화당 전당대회에 참석해있다. 로이터=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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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넬은 ‘적성국과도 정상회담을 할 수 있다’는 트럼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옹호해온 인사로, 그의 지명은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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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일 맡을 것” 이틀만에 ‘북한 담당’ 지명
트럼프는 이날 자신의 소셜미디어(SNS)에 “그리넬을 특별 임무(special missions) 담당 대통령 특사로 발표하게 되어 기쁘다”며 “그는 베네수엘라와 북한을 포함해 세계에서 가장 위험한(the hottest) 일부 영역을 담당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는 특히 “그리넬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8년 간 북한과 일했고, 여러 나라와의 발전에 기여했다”며 그리넬의 역할 가운데 북한 관련 업무가 적지 않을 비중을 차지할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9월 23일(현지시간) 펜실베이니아주에서 열린 캠페인에서 리처드 그리넬과 함께 자신의 외교 구상에 대해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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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넬은 국무장관 또는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트럼프의 핵심 외교·안보 정책을 설계하는데 깊숙이 관여해 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그러나 주요 인선이 마무리될 때까지 그의 이름이 거론되지 않자 로이터는 지난 12일 그리넬의 ‘이란 특사’ 지명 가능성을 보도했다. 그러자 트럼프는 SNS에 “그리넬은 스타이고, 더 큰 일을 하게 될 것”이라며 보도를 직접 부인한 뒤 이틀만에 그를 북한 담당 업무가 포함된 특사로 지명했다.
“트럼프의 김정은 관여 사실을 사랑한다”
그리넬은 지난 7월 위스콘신에서 열린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열린 외신 기자회견에서 트럼프가 김정은과 3차례 만남을 가진 것과 관련 “트럼프가 김정은을 (만난 건 그를) 승인한 것이 아니라 그가 이웃 국가와 미국의 이익을 위협한다는 인식에 따른 것이었다”며 “나는 트럼프가 그 사람(김정은)과 관여했다는 사실을 사랑했고, 그게 트럼프가 할 일”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8년 6월 싱가포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에 앞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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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트럼프가 2기 행정부에서 북한과 대화를 재개할 가능성을 시사한 말로 해석됐다. 트럼프는 앞서 국가안보 수석부보좌관에 1기 행정부 때 국무부 대북특별부대표를 지낸 알렉스 웡을 지명하며 백악관에도 ‘지북(知北)’ 인사를 배치했다. 특히 지난 12일 타임과의 인터뷰에선 “북한이 (우크라이나 전쟁에)개입하면서 복잡해졌다”면서도 “나는 김정은을 알고, 김정은과 매우 잘 지냈으며, 나는 그와 제대로 상대한 유일한 사람”이라며 김정은과의 대화에 열린 자세를 보이기도 했다.
“北의 핵무기는 현실…김정은 교체 원치 않아”
다만 그는 지난 7월 미국 언론 인터뷰에선 “우리는 북한이 핵을 가지고 있다는 현실에 기반해 협상을 해야 한다”며 “반드시 ‘김정은이 교체돼야 한다’고 하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고 말하기도 했다. 북한이 극도로 거부감을 보이는 정권 교체(regime change)를 꾀하지 않는다는 취지로 읽히지만, 일각에선 트럼프가 재개할 가능성이 있는 김정은과의 대화가 ‘비핵화 협상’이 아니라 핵보유를 사실상 인정하는 ‘군축 협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전략미사일기지를 시찰하고 발사 관련 시설 요소별 기능과 능력, 전략 미사일 전투직일 근무(당직 근무) 상태 등 나라의 안전과 직결된 전략적 억제력의 가동 준비 태세를 점검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지난 10월 23일 보도했다.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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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 트럼프 2기의 대북 협상 구상과 관련 프레드 플라이츠 미국우선주의정책연구소(AFPI) 부소장은 지난 5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는 취임과 동시에 ‘아주 좋은 사람’을 대북특사로 지명한 뒤 그를 평양으로 보내 정상회담 방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주한미군 철수’ 언급…동맹엔 “청구서 돈 내라”
그리넬은 ‘안보 무임승차’ 반대론자로 더 유명하다. 2020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당시)트럼프 대통령이 주한미군 철수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킨 적이 있다. 주독 대사 재직 중에는 주독 미군 3분의 1의 철수 방침을 마련하는 데 관여하기도 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2019년 6월 30일 오산 공군기지에서 주한미군을 만난 자리에서 연설하고 있다. A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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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맹국에 대해서는 “트럼프 외교 기조는 동맹국 및 파트너국들이 제대로 된 비용 분담을 하는 것”이라며 안보 비용을 더 낼 것을 노골적으로 요구해왔다. 특히 전대 당시 외신을 대상으로 한 회견에선 “(회원제)클럽 중 회비를 안 내고 시설을 쓸 수 있는 곳은 한 곳도 없다”며 “간단하다. 청구서에 대한 돈을 내면 된다”고 말하며 유럽 기자들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취임식에 외국 정상 초청
한편 미 CBS 방송 등에 따르면 트럼프 당선인이 다음 달 20일 자신의 취임식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롯해 세계 각국 정상을 초청한 것으로 파악됐다. 초청자 명단엔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 나이브 부켈레 엘살바도르 대통령, 하비에르 밀레이 아르헨티나 대통령, 오르반 빅토르 헝가리 총리 등 그간 트럼프에게 각별한 친밀감을 보여온 극우 성향의 정상이 다수 이름을 올렸다. CNN은 “초청은 정식 초청장 발송 형태 외에도 측근들을 통한 비공개 채널을 통해 이뤄졌다”고 전했다.
이번 초청은 트럼프가 주도한 것으로 보인다. 한 트럼프의 보좌관은 CNN에 “트럼프의 열의가 상당하다”며 “글로벌 무대를 원한다”고 말했다. 트럼프 2기 첫 백악관 대변인으로 내정된 캐럴라인 레빗은 폭스뉴스에 “트럼프가 우리의 동맹국뿐 아니라 적대국, 경쟁국 지도자들과도 공개적인 대화를 만들어내는 예시”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14일 미국 플로리다주 마러라고 트럼프 별장에서 열린 미국우선정책연구소 주최 만찬에 참석한 하비에르 밀레이(오른쪽) 아르헨티나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왼쪽)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귀엣말을 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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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정상의 미 대통령 취임식 참석은 이례적인 일이다. 미 국무부 기록상 1874년 이후 미 대통령 취임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까지 참석 여부를 확정한 정상은 밀레이 대통령뿐이다. 아르헨티나 매체 인포바에는 “밀레이는 이미 비공식 채널을 통해 취임식에 초대받았으며, 참석이 확정됐다”고 14일 전했다. 시 주석은 주미 중국 대사나 베이징의 다른 고위 관리를 대신 보낼 것으로 보인다고 CBS는 전했다.
워싱턴=강태화 특파원, 한지혜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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