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두를 필요 없어"…日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 줄어들어
달러 대비 엔화 가치 5거래일 연속 하락…153엔 대로
엔 캐리 규모 다시 상승중…"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올 수도"
이번주 美·英·日 등 22개 중앙은행 금융정책 결정…'트럼프 귀환' 마지막 회의
우데다 카즈오 일본은행 총재(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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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BOJ)이 오는 18~19일 금융정책결정회의에서 금리를 인상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7월 전 세계 금융시장을 흔들었던 엔 캐리 트레이드가 오히려 활발해 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13일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달러-엔 환율은 한때 ‘1달러=153엔’을 넘어섰다. 달러-엔 환율은 일본은행의 12월 금리 인상 가능성을 반영해 지난달 말부터 150엔 아래로 내려가면서 엔화가치가 높아졌지만, 최근 금리 인상 가능성을 낮추는 일본은행 내부 발언이 나오면서 다시금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달러-엔 환율이 올라간다는 것은 엔화가치가 하락한다는 것이다.
日금리 인상 속도 줄어드나…“달러·엔 156엔 가능성도”
사실 시장은 지난달 30일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에 실린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의 발언에 따라 12월 금리 인상에 무게를 실어왔다. 당시 우에다 총재는 “데이터가 가정한 대로 변해 간다고 하는 의미에서는 가까워지고 있다고 할 수 있다”며 “물가 상승률이 2%를 향해 착실하게 올라간다는 확실성이 커지면 적당한 타이밍에 금융 완화 정도를 조정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류가 달라졌다. 나카무라 도요아키 일본은행 정책위원은 지난 5일 히로시마현 금융경제 간담회에 참석해 “금리 인상에 반대하지 않는다”면서도 “금리 인상 시점은 데이터에 따라 달라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정책결정회의에 앞서 결정을 뒷받침할 수 있는 여러 경제 지표가 나올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그는 일본은행 이사회에서 가장 비둘기파적인 인물로 꼽힌다. 지난 7월 금리 인상 결정에도 반대표를 던졌다.
여기에 지난 11일에는 일본은행 관계자 발언으로 “소비자물가 상승이 가속화되는 추세가 보이지 않고 해외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추가 금리 인상을 서두를 필요는 없다”며 금리 인상 시점을 내년 1월 이후로 미루더라도 큰 부담이 없다는 인식이 있다는 블룸버그 통신 보도가 나왔다.
이를 바탕으로 엔화 가치는 5일 연속 하락해 지난 11월 26일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일주일 전만 하더라도 금융 시장이 반영한 일본 금리 인상 가능성은 64%였으나 이후 16%로 줄었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일본은행이 어디까지 금리를 올릴 것이냐에 쏠려 있다.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의지가 의심받기 시작하면서 시장에서는 내년 한 차례 금리 인상에 그칠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반면 일본이 지향하는 2% 물가상승률 목표치가 지속적·안정적으로 유지될 경우, 1~2.5%가 중립금리라는 점을 고려할 때 적어도 연준이 2026년 말까지는 1.0% 하한을 맞출 것이란 전망도 많다.
뉴욕 미쓰비시 UFJ신탁은행에서 외환 판매 및 거래를 담당하는 오노데라 타카후미는 “연준이 내년 금리 인상 일시 중단을 암시하며 금리를 한 차례 인상하는데 그친다면 엔화 가치는 1달러당 156엔까지 내려갈 수 있다”고 말했다.
다시금 늘어나는 엔캐리, 내년도 변동성 확대 ‘트리거’ 되나
엔화 가치가 상당기간 강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적어지면서 엔 캐리 트레이드도 다시금 활발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의 10일 데이터를 바탕으로 헤지펀드가 최근 엔화에 대한 하락 베팅을 급속도로 늘리고 있다고 지적하며 엔 캐리 트레이드 규모가 올해 초 수준으로 돌아올 수 있다(미즈호 증권·삭소 마켓)고 밝혔다.
문제는 내년 전 세계의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트럼프 대통령 집권이 예정돼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은 지난달 취임 즉시 멕시코와 캐나다의 모든 수입품에 25% 세금을 부과하고 중국 제품에는 10% 추가 관세를 부과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 같은 정책이 시행될 경우, 미국 상품 가격 전반에 큰 상승압력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불법 이민자들을 즉각적으로 국경 밖으로 쫓아내는 정책 역시 미국의 저렴한 노동자들을 줄여 임금 상승을 끌어낼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1기 시절인 2017년 12월 시행된 ‘감세와 일자리법’(TCJA)을 연장하고, 미국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법인세율을 낮춰주는 것 역시 공약하고 있다. 이 또한 미국의 재정적자를 더욱 심화시키고 국채 발행 물량을 높여 달러 금리를 끌어올리며 전 세계 자금을 미국으로 흡수하는 ‘진공청소기’ 현상이 더욱 심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이는 엔화뿐만 아니라 전 세계 금융시장에 큰 변동성을 줄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에 대한 포지션이 커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변동성은 또다시 지난 7월처럼 급격한 시장 충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번 주에는 일본을 비롯해 미국, 영국, 스웨덴, 노르웨이, 파키스탄, 태국, 인도네시아, 필리핀, 뉴질랜드, 헝가리, 체코, 러시아 등 최소 22개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예정돼 있다. ‘트럼프의 귀환’을 앞두고 열리는 사실상 마지막 통화정책회의에서 주요 각국 중앙은행들이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된다. 18일(미국 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연준은 금리를 0.25%포인트 낮출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지만, 트럼프의 귀환이 내년도 금리 인하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분석에 시장은 내년도 연준의 통화정책 행보를 가늠할 점도표와 경제전망에 더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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