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미엄 스마트폰 정책을 고수하던 애플이 다시 '가성비' 시장에 뛰어든다. 구형 아이폰 부품을 재활용해 저렴하게 내놓는 라인업인 '아이폰SE'를 통해서다. 프리미엄 시장에서 잘나가는 애플이 굳이 가성비 모델을 선보이려 하는 건 왜일까. 답은 스마트폰 업계에 떠오르는 시장인 '인도'에서 찾을 수 있다. 공교롭게도 인도시장의 1인자는 삼성전자다.
애플이 조만간 가성비 아이폰을 출시할 거란 소문이 돈다. 사진은 2022년 출시했던 아이폰SE3.[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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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이 자사 가성비 모델인 '아이폰SE'의 신작을 출시할 거란 소문이 돌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는 애플이 내년 봄에 '아이폰SE4(가칭)'를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사실이라면 2022년 아이폰SE3를 출시한 지 3년 만의 후속작이다.
이를 위해 애플은 부품 단가도 낮춘다. 기존에는 퀄컴으로부터 모뎀 칩을 받았는데, 아이폰SE4에는 자체 개발한 칩 '시노페'를 탑재한다. 애플은 2019년 인텔의 모뎀 사업 부문을 1조4000억원에 인수해 자체 5G 모뎀을 개발하기 시작했다. 완성도가 만족스럽지 않았는지 아이폰SE3엔 퀄컴 모뎀 칩을 넣었지만, 아이폰SE4엔 자체 개발 칩을 넣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면 아이폰SE4의 가격이 이전 모델과 동일하거나 거의 오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애플이 '가성비' 카드를 다시 만지작거리는 이유가 뭘까. 답을 찾기 전에 애플의 상황부터 살펴보자.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에서 애플은 자타공인 1인자다. 애플의 텃밭인 북미에선 말할 것도 없고, 경쟁사인 삼성전자나 화웨이‧샤오미 등 중국 제조사가 나름 선전하는 유럽에서도 압도적인 입지를 구축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지난해 4분기 기준 유럽 시장에서 판매된 800달러(약 114만원) 이상 스마트폰 중 77.0%가 애플 제품이었다. 더구나 800달러 이상 스마트폰의 시장점유율이 2020년 33.0%에서 2023년 40.0%로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프리미엄 폰'에 특화한 애플로선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상황이다.
그런데도 애플이 가성비 모델을 다시 한번 출시하는 건 최근 휴대전화 인구가 급격히 늘고 있는 인도 시장을 의식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인도의 휴대전화 가입자는 2023년 기준 11억4700만명으로 중국에 이어 세계 2위를 기록하고 있지만, 휴대전화 보급률은 83.3%로 높지 않은 수준이다. 포화상태에 다다른 스마트폰 업계에서 인도 시장은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블루 오션'인 셈이다.
공교롭게도 인도 시장을 선도하고 있는 건 삼성전자다. 카운터포인트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인도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에서 삼성전자는 22.8%로 애플(21.6%)을 제치고 1위를 달렸다. 지난해 3분기에도 삼성전자(22.6%)는 애플(21.8%)을 근소한 차이로 눌렀다.
[자료 | 카운터포인트, 참고 | 3분기 기준, 사진 | 뉴시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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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는 10만~20만원대 초저가 스마트폰으로 이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지난해 인도에서 출시한 갤럭시A14 출고가는 1만3999루피(약 23만7000원)로 무척 저렴하다. 올해 초 선보인 갤럭시A15의 가격도 1만9499루피(약 34만원)다. 갤럭시A14보다 39.2% 올랐지만 여전히 저렴한 편에 속한다. 애플이 아이폰SE4가 출시하면 삼성전자로선 인도 시장에서 강력한 경쟁자를 만나는 셈이다.
노태문 삼성전자 사장(MX사업부장)은 지난 7월 '삼성 갤럭시 언팩' 행사에서 "올 연말까지 2억대의 갤럭시 제품에 갤럭시 AI를 적용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떠오르는 가성비 시장에서 애플과 삼성전자 중 어느쪽이 승기를 잡을까. 내년 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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