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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노영우의 스톡피시] 누가 트럼프를 상대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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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내년 우리 경제의 가장 큰 위험 요인은 첫째가 '정치 불안'이고, 두 번째가 '트럼프 리스크'다.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안이 국회를 통과하면서 정치는 일단 헌법 절차 안으로 들어왔다. 반면 트럼프 리스크는 발등의 불이다. 문제는 단순하다. 누가 트럼프를 상대할 것인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정치 스타일은 독특하다. 우선 국가의 큰 문제들은 정상 간 담판으로 해결한다. 상대 국가 대표를 직접 만나 어르고 달래며 미국 이익을 챙긴다. 한국 대표가 트럼프와 눈을 맞대고 순간순간 전략을 바꿔가며 우리 입장을 관철하는 순발력을 발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때다.

트럼프 당선인은 모든 것을 거래로 본다. 주는 것이 있으면 받는 것이 있어야 한다. 트럼프는 이를 '상호주의'라고 불렀다. 거창한 이데올로기 같지만 시장에서 흥정하는 것처럼 단순할 수도 있다.

트럼프 당선 직후 만났던 한 고위 관료는 "트럼프가 장사꾼이라 별로 겁나지 않는다"고 했다. 하지만 지금은 상황이 180도 달라졌다. 트럼프 측은 또 "죽은 권력은 상대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자신과 나눈 말을 책임질 수 없는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시간 낭비로 생각한다.

트럼프 당선인은 내년 1월 20일 취임 때까지 향후 펼칠 정책의 윤곽을 결정한다. 이때가 골든타임이다. 많은 나라가 앞다퉈 온갖 끈을 대가며 트럼프를 만나 담판을 짓고 있다.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는 트럼프 당선인이 관세를 매기겠다고 하자 즉각 미국으로 건너가 그를 만났다. 무역전쟁 당사국인 중국의 시진핑 주석도 트럼프와 통화를 했다. 일본은 이시바 시게루 현 총리의 면담이 여의치 않자 아베 신조 전 총리 부인인 아베 아키에 여사를 내세웠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도 트럼프와 만났고,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인을 보내 트럼프와 접촉했다. 트럼프의 생각을 지금 고쳐놓지 않으면 훗날 어떤 일이 벌어질지 두렵기 때문이다.

트럼프에게 맞설 우리 측 파트너는 누가 있을까. 정상적인 상황이라면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대통령이 나설 일이다. 그런데 우리 대통령은 유고 상태다. 한덕수 총리가 대통령 권한대행이다. 그는 트럼프가 말하는 산 권력일까. 트럼프 측은 '반신반의'할 것 같다. 미래 정부가 어떻게 구성되든 한 총리의 영향력이 커 보이지는 않는다. 정부 다른 각료들도 비슷한 처지다. 그렇다고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트럼프를 상대할 명분도 없다.

한국의 권력 공백기에 트럼프를 상대할 인물을 찾는 것이 절실한 시점이다. 참고할 전례는 있다. 1997년 한국이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을 받을 때는 김영삼 정권 말기였다. 국가부도 사태를 겪은 데 이어 정권 말기까지 겹쳐 당시 정부는 '죽은 권력'에 가까웠다. 그러자 미국과 IMF는 정부와 협상하면서 김대중·이회창 등 대권주자들에게 향후 합의 이행에 대한 약속을 받아냈다. 어찌 보면 그때와 상황이 비슷하다.

정치권이 여야 합의로 트럼프를 상대할 유능한 인물을 찾아야 한다. 일본처럼 트럼프와의 개인적인 연이 있는 사람을 찾아 역할을 맡길 수도 있다. 트럼프와의 담판에서 정한 내용은 차기 정권에서 시행할 것임을 분명히 하면 협상에 힘이 실릴 수 있다. 그러려면 정치 안정이 필수적이다.

지금처럼 여야가 원수처럼 싸우는 시간이 길어지면 트럼프는 관세, 주한미군, 남북관계 등 민감한 문제에 대해 한국을 패싱하고 정책을 만들 것이 뻔하다. 그 피해는 앞으로 수십 년간 우리를 옥죌 것이다.

[노영우 국제경제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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