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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이시바 안 만난 트럼프, 아베 배우자는 대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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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사저서 비공식 만찬 예정

조선일보

2019년 5월 일본을 방문한 도널드 트럼프(왼쪽에서 둘째) 미국 대통령과 배우자 멜라니아 트럼프(맨 왼쪽) 여사가 도쿄 중심가 롯폰기에 있는 유명 로바다야키(손님 앞에서 요리사가 직접 음식을 구워주는 식당) 음식점 이나카야에서 아베 신조(오른쪽에서 둘째) 일본 총리, 배우자 아베 아키에 여사와 함께 식사하고 있다. /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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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故)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의 배우자 아베 아키에(安倍昭惠·62) 여사가 미국을 방문해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인과 만찬을 갖는다고 미국 언론이 보도했다. 현직 이시바 시게루 총리의 면담 요청을 거절한 트럼프가 과거 재임 시절 각별했던 아베의 배우자를 먼저 따로 만나는 것이다. 아키에 여사는 현재 일본 정부에선 아무런 공식 직함도 없는 민간인 신분이다.

NHK와 로이터·CNN 등은 아키에 여사가 15일(현지 시각) 플로리다주 팜비치에 있는 트럼프의 사저에서 트럼프 당선인, 배우자 멜라니아 여사와 비공식 만찬을 갖는다고 보도했다. 전날 마이애미 국제공항에 도착한 아키에 여사는 취재진을 향해 인사하고 손을 흔들었으나 질문에는 답하지 않았다.

CNN은 “이번 만남은 개인적(private)인 만찬”이라며 “정부 공식 경로를 통하지 않고 양측이 연락을 주고받아 마련한 자리”라고 했다. CNN 케이틀런 콜린스 앵커는 X에 “트럼프는 아키에 여사의 남편이 암살당한 이후 정기적으로 전화해 그녀의 안부를 묻곤 했다”고 썼다. 2022년 아베가 피격 사망했을 때 트럼프는 “세계에 아주 나쁜 소식”이라며 “많은 사람들이 그를 그리워할 것”이라고 했다.

대통령 재임 시절 트럼프는 당시 일본의 총리였던 아베와 각별했다. 2018년 9월 뉴욕에서 미·일 정상 만찬을 마친 뒤, 트럼프는 촛불이 켜진 케이크를 들고 “해피 버스데이(생일 축하합니다)” 노래를 불렀다. 그날은 아베의 64번째 생일이었다. 2019년 4월 멜라니아 여사의 49번째 생일 때는 아베 부부가 36시간 일정으로 동반 방미해 ‘생일 기념 부부 동반 만찬’을 했다. 영어 농담에도 예의 바르게 대응하는 아키에 여사를 여러 차례 만나며 깊은 인상을 받은 트럼프가 일본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됐다는 이야기도 있다.

로이터는 “일본 정부가 트럼프 측과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기 위해 전력을 다하는 가운데 마련된 자리”라며 “일본에 미국은 가장 중요한 경제와 안보 파트너이며, 미국에 일본은 중국의 앞마당에 군사기지를 둔 주요 동맹국”이라고 했다. 로이터는 “아키에 여사가 일본 정부와 차기 트럼프 정부 사이에서 가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현재 일본 이시바 내각엔 다음 달 취임을 앞둔 트럼프 차기 정권과 직접 연결되는 ‘파이프 라인’이 없다. 이시바 총리는 지난달 트럼프에게 면담을 요청했다가 ‘취임 전에 외국 정상과 만날 수 없다’는 이유로 거절당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이후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등 각국 정상과 연이어 면담했다.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측에 내년 대통령 취임 전 면담을 재차 요청한 상태다. 이시바의 측근인 나가시마 아키히사 총리비서관이 지난달 하순 미국을 방문, 주일 미국 대사를 지낸 빌 해거티(공화당) 상원의원 등과 만났지만 여전히 확답은 받지 못한 상황이다.

아키에 여사는 국익을 우선해 이시바와 트럼프를 이어주려고 노력할 가능성이 크지만, 개인적으로는 이시바와 ‘악연’이다. 과거 이시바는 자민당 의원이면서도 같은 당의 아베를 비판하는 반(反)아베 세력이었다. 2017년 ‘모리토모학원 스캔들’이 불거졌을 때는 아키에 여사가 연루 사실을 부인했음에도 비판했다. 사학재단 모리토모학원이 아키에 여사를 ‘명예 교장’으로 내세워 국유지를 헐값에 사들였다는 이 스캔들에 대해 아키에 여사는 지금도 억울하다고 주장한다. 아키에 여사는 지난 총선 때 이시바가 공천하지 않은 옛 아베파 의원의 지역구를 돌며 지원 유세를 했지만 옛 아베파의 절반 이상이 낙선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이시바의 아베파 학살’이라고 부른다.

산케이신문은 “이시바 총리는 아베 정권 당시 뒤에서 총질한 인물”이라며 “트럼프는 내년 봄쯤 총리 자리에서 내려올지도 모르는 이시바를 만날 가치가 없다고 봤을 것”이라고 했다. 일본 정치권에선 낮은 지지율로 고전하는 이시바가 내년 7월 참의원(상원) 선거 때까지 국민 지지를 회복하지 못하면 선거 간판을 교체하자는 여론에 직면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산케이는 “당황한 이시바 정권이 아키에 여사에게 부탁해 ‘트럼프 면담’을 추진할 모양”이라며 “정적(政敵)의 부인에게 기대야 할 정도로 한심한 정권”이라고 했다.

[도쿄=성호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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