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통화하고 있다. 사진 총리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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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7일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농업 4법(양곡관리법,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안정에 관한 법률, 농어업재해대책법,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과, 국회법 개정안, 국회증언감정법 개정안 등 6개 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할 방침이다. 한 총리는 15일 오후 국무위원과 간담회를 열고 해당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 여부를 논의했다.
앞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업 4법 통과 뒤 “남은 쌀을 강제매수하는 농망 4법”이라 비판했고, 최상목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국회 예산안 자동 부의 폐지가 담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예산 심사 지연 우려가 있다”며 거부권 행사를 건의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지난 13일 위 6개 법안에 대해 정부에 공개적으로 거부권을 요청했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법안 거부권은 노무현 정부에서 고건 권한대행이 행사했던 전례가 있다. 다만 실제 한 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야당의 반발이 이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5일 기자회견에서 한 대행과 전날 통화한 사실을 공개하며 “거부권 행사는 정치적 편향일 수가 있다는 말씀도 드렸다. 직무대행은 현상 유지와 관리가 주 업무로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권한대행의 업무 범위를 좁게 해석했다. 하지만 정부 고위 관계자는 “야당에서 한 대행에게 헌법재판관 임명을 요구하면서, 거부권을 행사하지 말라는 것은 다소 모순적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한 대행은 최근 참모들에게 “야당과 협의해 이견은 좁혀가되, 헌법과 법률, 국익을 근거로 하는 국정 철학은 포기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가결과 관련, 국정안전협의체 구성 등을 제안하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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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위 6개 법안에 대한 거부권 행사가 끝이 아니라는 점이다. 한 대행은 곧 정부에 이송될 내란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거부권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탄핵 전 윤 대통령과 야당이 대치했듯, 한 대행도 비슷한 상황에 놓이게 되는 것이다. 농업 4법 등 6개 법안은 정책 법안이고, 찬반이 극명히 엇갈려 야당에서도 수위를 조절해 대응할 가능성이 높지만, 특검법의 경우 거부 시 민주당이 한 대행에 대한 탄핵을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한 대행은 총리 시절 세 차례에 걸쳐 김건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를 윤석열 대통령에게 건의했다. 그때마다 야당의 일방적 특검 추천권이 담긴 법안 내용이 삼권분립을 위배하는 위헌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정부 이송을 앞둔 내란죄 특검법과 김건희 특검법 모두 특검을 야당이 추천하고, 대통령이 거부 시 자동으로 연장자가 임명되는 독소조항이 담겨있다. 정부 핵심 관계자는 “법안에 위헌적 요소가 있어 한 대행의 고심이 깊을 것”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 전 한 대행이 국회 긴급질의에서 비상계엄의 절차적 하자 등 위법성을 강조했던 만큼, 한 대행이 김 여사 특검법은 거부하고 내란 특검에 한해 법안을 수용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법안 모두 이미 여당의 이탈표가 5~6표씩 나온 상황이라 거부권 행사 뒤에도 재의결로 통과될 가능성도 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를 만나 업무조정 협의 후 청사를 나서고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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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한대행 첫날인 지난 14일 임시국무회의→대국민담화→국가안전보장회의(NSC) 주재 등을 소화한 한 대행은 15일엔 정부서울청사 집무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16분간 통화하며 “한·미동맹이 흔들림 없이 유지,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노력해 갈 것”이라며 “북핵 위협과 러·북 협력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한·미 연합방위태세를 그 어느 때보다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한국의 민주주의를 신뢰하고, 한국 민주주의의 회복력을 평가한다”며 “철통 같은 한·미동맹은 여전히 변함없다”고 답했다.
한 대행은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성태윤 정책실장으로부터 대통령실의 권한대행 보좌 방안도 보고받았다. 한 대행은 면담 뒤 “이제부터 모든 조직은 권한대행을 지원하는 조직으로 변해 대통령 비서실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제게 보고했다”고 말했다. 그 뒤 권한대행으로서 첫 외부일정으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한 자리에서도 한 대행은 “정부가 하는 모든 판단과 실행은 헌법과 법률에 따른 것이어야 하고 우리가 사랑하는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한 것이어야 생각한다”며 “정부는 오로지 국민만 바라보고 위기 극복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저녁엔 폴 라캐머라 주한미군사령관과 통화하고 “비상상황에서 북한이 탄도미사일, 사이버 공격 등 다양한 형태의 군사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있다. 한ㆍ미 간 소통을 강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날 마지막 공개일정으로 집무실에서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접견했다. 권 원내대표는 “대통령 권한대행 중심으로 내각이 흔들림없이 국정을 관리해달라”며 고위 당정 협의 재개를 요청했고, 한 총리도 적극 동의한다는 뜻을 밝혔다고 한다.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이 15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김현동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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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관저서 수사·헌재 탄핵 심리 대비=윤 대통령은 이날 관저에 머물며 비상계엄 선포에 대한 수사와 헌법재판소의 탄핵 심리에 대한 법률적 대응 준비에 집중했다. 여권 관계자는 “윤 대통령이 김홍일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중심으로 변호인단을 꾸리는 것으로 안다”며 “서울대 법대 및 사법연수원 동기들에게 법률적 조언도 구하는 것으로 들었다”고 전했다. 윤 대통령은 자신이 헌재에 직접 나서 셀프 변론을 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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