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정치 리스크 견디는 금융시장…당분간 ‘방어적 투자’ 필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한겨레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등 단체 회원들이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한남동 대통령 관저 입구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 국민의힘 해체를 촉구하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갑작스러운 계엄 선언과 해제, 탄핵 추진이 이어지고 있는 극단적 정치 리스크 아래서도 국내 금융시장이 조금씩 안정을 찾고 있다. 코스피는 사태 발발 뒤 며칠 동안 큰 폭으로 내렸지만 일주일 뒤부터는 반등에 성공했다. 원-달러 환율도 사태 전에 비해 2~3% 정도 오른 수준에 머물고 있다. 특히 채권시장은 큰 변화 없이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며 금융시장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번 사태의 의외성과 엄중함에도 금융시장이 예상보다 안정적인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것은 일단 정부와 공적 기관, 그리고 한국은행의 신속한 대응 때문으로 판단한다. 일단 한은의 무제한 유동성 공급 선언으로 금융기관 유동성 리스크가 통제됐고, 채권안정기금을 이용한 채권 매수 의지가 확인되며 금리가 안정세를 보였다. 주식시장에서는 연기금의 매수가 이어지며 지수 하락을 방어했다. 외환시장에서도 필요시 즉각적인 개입이 이뤄지고 있는 걸로 판단한다.



단기적 대응보다 더 주효했던 것은 우리의 우수한 기초 체력이라고 본다. 실제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의해 정치적 혼란이 야기됐던 과거 신흥국 사례를 보면, 외환보유고와 경상수지 등 국가신용도를 평가하는 데 활용되는 주요 지표가 안정된 나라일수록 금융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고 짧게 나타나는 경향을 보인다. 우리나라는 세계 9위 규모의 외환 보유고와 안정적인 경상수지 흑자 기조로 이들 신흥국과 비교할 수 없이 양호한 체력을 유지 중이다. 또한 지난 3분기 말 기준 대외순자산 규모는 1조달러에 이른다. 현재의 정치 리스크가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의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고 보는 이유다.



한겨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공격적인 위험자산 투자를 권유하기엔 아직 상황이 녹록지 않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의 원인인 정치 리스크가 장기화할 가능성 있다. 리더십 공백, 정치적 갈등이 길어지면 각종 정책의 결정과 집행이 지연될 수밖에 없다. 향후 정책 기조의 변화와 관련된 불확실성이 관료와 기업의 집중력을 떨어뜨릴 거다. 리더십 공백기가 미국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초기와 겹친다는 점도 우려된다. 과거 경험으로 볼 때 트럼프 대통령은 국가 간 협상으로 실리를 추구하려 할 가능성이 높은데, 이런 상황에서 국가적 리더십 공백 상태는 치명적이다.



현재의 사태가 경기 둔화기와 맞물려 있다는 점도 걱정스럽다. 최근 몇개월간 2025년 성장률 전망치는 수출 둔화 예상과 함께 계속 하락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소비와 투자가 위축되면 내수 부진이 성장률을 더 끌어내릴 수 있다. 나아가 국내 투자의 위축은 장기적으로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현재 금융시장 불안을 막기 위해 꺼내 든 카드 역시 시간에 걸쳐 부담으로 바뀔 수 있다. 대표적으로 무제한 유동성 공급은 물가·환율 상승이라는 부작용을 내포하는 정책이다. 적극적인 통화가치 방어는 외환보유고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흐르면 지금의 혼란도 안정을 되찾고, 우리 경제와 금융시장 역시 회복될 것이다. 그렇지만 불확실성이 더 큰 현 시점에서 투자자에게는 공격보다 수비, 즉 위험자산 비중을 줄이는 방어적인 투자가 필요하다.



최석원 이코노미스트·SK증권 경영고문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