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2024년 12월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과 관련한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정치, 경제, 사회, 국제 분야를 두루 취재하고 워싱턴 특파원을 지낸 권태호 논설실장이 6개 종합일간지의 주요 기사를 비교하며, 오늘의 뉴스와 뷰스(관점·views)를 전합니다. 월~금요일 평일 아침 9시30분, 한겨레 홈페이지(www.hani.co.kr)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① 차이의 발견 : 탄핵안 타결 이후 국민의힘과 한동훈
② Now and Then : Viva La Vida(콜드플레이, 2008)
① 차이의 발견
# 탄핵안 타결 이후 국민의힘
- 지난 토요일 ‘대통령 윤석열 탄핵소추안’은 총투표 수 300표 중 찬성 204, 반대 85, 기권 3, 무효 8로 가결됐습니다. 무기명 투표입니다만, 국민의힘 투표만 보면 반대 85, 찬성 12, 무효 8, 기권 3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당초 예상은 분위기가 워낙 기운 탓에 20표를 넘을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론 그보다는 훨씬 적어 국회 앞 시민들은 타결안 가결 직후 환호하면서도 국민의힘에 대한 비판 목소리도 꽤 많았습니다.
- 그런데 국민의힘에서는 ‘반대’가 절대 다수를 차지하고, ‘찬성’이 12표에 불과함에 따라, 윤석열 대통령은 탄핵됐는데, 오히려 ‘친윤계’의 목소리는 더 높아지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한겨레 ‘오늘의 스페셜’ 연재 구독하기)
1. 왜 생각보다 찬성 표가 적었나?
- 2016년 12월9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 가결 때는 재적 의원 299명 중 234명 찬성으로 전체 의원의 78.3%가 찬성표를 던졌습니다.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의 의석은 128석이었고, 당시 새누리당의 찬성표가 대략 63표로 추정됩니다.(반대 56, 무효 7, 기권 2)
- 2016년에는 새누리당 의원 49.2%가 찬성표를 던졌다면, 이번에는 11.1%만이 찬성표를 던진 셈입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윤 대통령의 ‘내란’은 죄의 경중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차이가 큽니다. 그만큼 국민의힘이 더 이상해진 것입니다. 2016년에는 의원들 개별 의사에 맡기는 자유투표였고, 이번에는 당론 부결이었습니다.
1) 추경호 원내대표 포함
- 민주당이 낸 탄핵소추안에 추경호 원내대표가 포함되자, 국민의힘 의원들 사이에서 심리적 부담을 더 느꼈다는 말이 많습니다. ‘동지’를 내어줄 수 없다는 생각, 그리고 찬성표 이후에 ‘동지를 내줬느냐’는 당내의 지탄 우려 등이 찬성 표를 위축시켰다는 말입니다.
2) 한동훈 대표 리더십 부재
- 한 대표가 ‘당론 부결’을 제안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고, 20여석으로 계산되는 이른바 ‘친한동훈계’ 의원들 사이에서도 표가 갈린 셈입니다. 한 대표의 정치적 미래를 확신할 수 없는데다, 한동훈계 의원들이 대부분 비례대표여서 정치적 입지가 약하고, 당을 지배하고 있는 친윤계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도 한몫 한 것 같습니다.
3) 소신은 부족, 이해관계만 충실
- 가장 큰 이유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정치적 소신’이나 ‘국민 여론’, 그리고 ‘무엇이 옳은가’를 살피기보단, ‘무엇이 내게 유리한가’를 먼저 살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12·12 사태 때도 없었던, 총을 들고 국회를 침탈한 대통령을 그 자리에 그대로 두자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입니다. 또 ‘윤 대통령 탄핵하면, 우리가 정권 잃는다’, ‘이재명이 대통령 되면, 안 된다’ 등을 이유로 내세우고, 실제로 그에 대한 위기감이 상당합니다만, 말이 안 되는 주장입니다. 그건 국민의힘이 아닌, 국민이 판단할 문제이고, 진정 그렇게 믿는다면 그건 탄핵 여부와 상관없이, 이후에 국민들에게 호소할 일입니다. ‘탄핵’은 ‘과거 잘못’에 대한 국회의 심판인데, 이를 ‘탄핵 이후 벌어질 상황’을 미리 염두에 두고 결정하는 것은 맞지 않습니다. 도둑이 옆집 가게에 들어와 물건을 훔치다가 붙잡혔는데, 도둑을 경찰에 넘기면 그 집이 더 장사가 잘 되면 우리 가게에 손해가 되니, 그냥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풀어주자는 게 말이 됩니까. 이는 도둑을 부르는 일이 됩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1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2. 탄핵안 가결 직후, 14일(토) 의원총회 풍경
- 탄핵안 표결이 끝난 직후인 그날 저녁, 국민의힘 의원총회가 열렸습니다. 비공개였습니다만, 참석 의원들을 통해 당시 상황이 생생하게 전해집니다.
- 친윤계의 기세가 등등했습니다. 2016년과는 정반대 상황입니다.
- “한 명씩 일어나서 찬성, 반대, 기권 등을 밝히자” “종이 나눠주고 표결을 적어보게 해야 한다”고 하는 의원이 있었습니다. 국민의힘은 앞서 ‘반대 당론’도 거수로 결정했습니다.
- 의총 분위기가 험악했던 이유는 ‘친윤계’는 부결 가능성에 기대를 걸었기 때문입니다. 애초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밝힌 7명 가운데 막판에 진종오·한지아 의원으로부터 ‘기권’ 의사를 받아냈고, 대략 반대를 9표 정도로 계산해 2명 정도만 더 ‘반대’로 끌어들이면 이번에도 부결 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바깥 세상과는 전혀 다른 예상을 하고 있었던 셈입니다.
- 그러다 보니, 의총에서는 표결 전에 찬성 의사를 밝혔던 고동진 의원과 진종오 최고위원이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고 ‘양심 선언’(?)을 할 정도였습니다.
- “대표 나오라 그래”라며 분노(?)한 ‘친윤계’ 의원들의 요청으로 의총 중간에 한동훈 대표가 들어왔습니다.
한 대표 = 오늘 결과에 마음 무거우실 줄 압니다. 하지만 탄핵이 불가피하다는 건 여기 의원들도 다 알지 않습니까
임이자 의원(경북 상주·문경) = 당 대표가 왜 당론을 따르지 않습니까. 누굴 위한 당 대표입니까
한 대표 = 대통령은 직무정지가 돼야 했습니다. 탄핵은 예견된 일 아닙니까
친윤계 의원 = 한 대표만 협조했으면 탄핵은 안 됐다
한 대표 = 이걸 지킬 수 있었다고 생각하십니까.
친윤계 의원들 = 왜 못 지키냐. 우리가 단결하면 됐다. 대표가 왜 반대 당론을 어기고 혼자서 찬성한다고 떠들었냐
한 대표 = 저는 당 대표로서 의견을 냈을 뿐입니다
의원들 = 그게 무슨 당 대표 의견이냐. 당신 개인 의견이지
한 대표 = 제가 투표를 했습니까. 헌법기관 한분 한분이 투표해서 결과가 나온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이 말이 친윤계 의원들을 격분시켰으며, 권영진 의원은 단상까지 뛰쳐나갔고, 의원들의 고함 소리가 터져나왔습니다.
김민전 최고위원(비례) = 한 대표가 윤 대통령 직무수행이 더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한 대표도 더는 당 대표 직무수행이 불가능하고 부적절하다고 생각한다. 그만두셔라
한 대표 = 여러분, 비상계엄은 제가 한 게 아닙니다. 저는 (계엄을) 막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김정재 의원(경북 포항시 북구) = (한 대표는) 우리 당이라고 할 수 없다.
- 친윤계 의원들이 한 대표를 향해 “여기서 당장 나가라”고 하고, 물병을 집어던지고 울고불고하는 의원도 있었다고 합니다. 친윤계 의원들끼리 “(한 대표의) 정신 상태가 이상한 것 아니냐”는 말도 오갔다고 합니다. 음... 정신상태가 이상한 쪽이 어디일까요.
- 한 대표는 친윤계 의원들의 고함 속에 9분 만에 회의장을 떠났습니다.
- 그 직후 친한계 장동혁 진종오, 그리고 친윤계 김민전 인요한 김재원 최고위원 등 선출직 최고위원 5명이 전원 사퇴했습니다. 국민의힘 당헌·당규상 선출직 최고위원 5명 가운데 4명 이상이 사퇴하면 최고위는 해산하고 비대위 체제로 전환됩니다.
- 그리고 권성동 원내대표의 제안으로 한동훈 지도부의 거취에 대한 표결이 이뤄졌는데, 의원 93명 가운데 73명이 지도부 총사퇴에 찬성했습니다. 권성동 의원이 원내대표 선거에서 얻은 표가 72표였습니다.
3. 친윤계 의원들의 원색적 성토(?)
- 유영하 의원(대구 달구갑) = “쥐XX마냥 아무 말 없이 당론을 따를 것처럼 해놓고 그렇게 뒤통수치면 영원히 감춰질 줄 알았나. 더럽고 치졸한 당신들 이름은 밝혀질 것이고 밝혀져야만 한다”(페이스북)
- 김승수 의원(대구 북구을) = “‘단일 대오’가 아닌 배신자가 속출하는 자중지란의 무기력한 모습을 보여드려 당원과 지지자 분들께는 얼굴을 들 수 없는 참담한 심정”(페이스북)
- 이상휘 의원(경북 포항시남구울릉군) = 신념과 소신으로 위장한 채 동지와 당을 외면하고 범죄자에게 희열을 안긴 그런 이기주의자와는 함께할 수 없다(페이스북)
- 권영진 의원(대구 달서구병) = 탄핵에 앞장선 배신자 한동훈은 더이상 우리 당의 대표 자격이 없다(페이스북)
- 친윤계 재선 의원 = 자해정치를 하는 민주당 부역자들은 덜어내자. 90명이라도 똘똘 뭉쳐야 한다(의원 단체대화방)
- 홍준표 대구시장 = 그 12표는 정치권에서는 대강 추측할 수 있다. 비례대표야 투명 인간으로 만들면 되지만 지역구 의원들은 제명하라
- 공개적으로 탄핵을 성토하는 의원들 상당수가 대구를 중심으로 한 TK지역 의원들입니다.
4. 한동훈 대표 사퇴
- 한 대표는 의총 직후에도 “대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했으나, 다음날인 15일(일)에는 침묵을 지켰고, 그리고 오늘 오전 10시30분에 거취 표명 기자회견을 잡았습니다. 사퇴를 밝힐 것으로 보입니다.
5. 한동훈 대표는 왜 실패했나?
1) ‘한동훈 체제’ 자체가 모순
- 한동훈 체제는 불과 5개월 만에 막을 내리게 됩니다. 한 대표는 지난 7월 전당대회에서 압도적 표차로 대표에 당선된 뒤, 이후 윤석열 대통령과 대척점에 있었고, 강력한 여권의 차기 대선주자이기도 했습니다.
- 그런데 한 대표는 검찰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후배”였습니다. 윤 대통령과 손발을 맞춰가며 함께 지내왔습니다.
- 그리고 정부 출범 때는, 서울지검장 얘기가 나왔는데, 파격적으로 법무부 장관에 임명됐습니다. 이후 정부 출범 초기에 윤 대통령 체제를 옹호하고, 야당을 향해 날선 비판을 쏟아냈습니다.
- 그리고 윤 대통령에 의해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으로 사실상 임명됐습니다. 그리고 초기에 ‘윤석열 후계자’로 상당한 대중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 한동훈의 한동훈됨은 모두 ‘윤석열 대통령’이 만들어 준 것입니다.
- 그러나 총선 공천 과정에서 마찰을 빚으면서 둘 사이가 갈라졌고, 이후 대표 출마 때에는 한동훈은 ‘비윤’ 또는 ‘반윤’으로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이후 점점 사이가 멀어지고, 갈등의 골이 점점 깊어졌습니다.
- 그리고 계엄 선포 이후 1주일간 오락가락하다, 최종적으로 ‘탄핵 찬성’을 주장해 ‘반윤’의 선봉에 섰습니다.
- 그러나 ‘한동훈의 탄생’ 자체가 ‘윤석열’로부터이고, 검찰 정부의 폐해가 다 드러난 상태에서 그 폐해의 한가운데 있었던 한동훈이 ‘반윤’의 기수가 되는 것은 한계가 많았습니다.
2) 갈팡질팡 - 약한 소신, 이기적 판단
- 지난 3일 계엄 선포 직후, 한 대표는 “위헌, 위법. 국민과 함께 막겠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처음 들었을 때, ‘이 계엄 상황이 끝나면, 한동훈은 보수의 지도자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이는 한동훈에게 드리운 ‘윤석열 검찰 후배’라는 그림자를 떨칠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이후 수도없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 만일 처음부터 이 스탠스를 꾸준히 유지했다면, 친윤계로부터 온갖 핍박은 받았겠지만, 대중들로부터 큰 지지를 얻었을 것이고, ‘윤 대통령 탄핵의 1등 공신’으로 우뚝 섰을 것이고, 중도표를 흡수했을 것입니다.
- 그러나 지금은 당내 핍박은 핍박대로 받으면서, 대중들로부터는 아무런 지지도 받지 못한 채 무시당하고 있습니다.
- 하루가 다르게 왔다갔다 하는데, 그 변경이 오로지 ‘자신의 이기적 상황’에 의해 움직인다는 인상을 너무 강하게 줬기 때문입니다. 더욱이 한 걸음도 떼지 못한 ‘한-한 체제 선언’이 결정적이었습니다.
- 그리고 종합적으로, 한 대표는 늘 `국민', `국민 눈높이'를 강조했지만, 이 말이 국민들께 다가오지 않았습니다. `한동훈은 왜 정치를 하려 하는지' 잘 납득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점점 많아졌습니다. 그리고 12.3 이후 지난 1주일이 결정적이었습니다. 사람은 위기가 닥쳤을 때, 그리고 큰 행운이 닥쳤을 때, 인격과 바닥이 드러나는 법입니다.
3) 정치적 경험 부족
-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은 개인 성향의 문제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정치 경험이 박약하기 때문입니다.
- 정치 이외의 분야에서도 어떤 결정을 할 때는, ‘이게 조직, 나 개인에게 어떻게 도움이 될 것인가’도 생각하겠지만, ‘이후 어떻게 될 것인가’를 예측하고, 그에 따라 결정을 내립니다. 그런데 경험이 부족하면, 이 예측이 잘 안 맞습니다. 더욱이 세계관이 자기중심주의에 빠져 있으면, 그 예측은 더욱 틀리게 됩니다. 그리고 예측이 계속 틀리는 지도자에게는 사람들이 잘 따르지 못합니다.
- 과거 YS, DJ 등이 대통령이 되기까지의 과정과 그들의 정치적 역량과 리더십, 그리고 지금의 윤석열·한동훈을 비교해 보십시오. 비교 자체가 좀 우습기는 합니다. 제3세계가 아닌 나라에서, 경험이 일천한 사람이 갑자기 정치 지도자가 되는 경우는 잘 없습니다. 미국의 경우 트럼프가 그런 경우이긴 한데, 그만큼 진영 갈등이 심하고 정치가 후퇴하는 모양새입니다.
- 작은 조직에서도 경험없는 사람이 갑자기 어떤 자리에 올라 잘 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무에서 유가 창조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경우, 딱 2가지 형태를 보입니다. 하나는 무조건 아랫사람 말에 따르는 경우입니다. 경험이 없으니 아는 바가 없고, 아랫사람은 신뢰를 않습니다. 그러니 자신이 살 길은 아랫사람 하자는대로 하는 것 뿐입니다. 이를 타개할 수 있는 곳은 ‘강력한 오너십’이 있는 조직입니다. 이런 경우에는 ‘오너’가 권한을 무경험 리더에게 위임하면, 조직이 그 리더를 따르게 돼 있습니다. 그러나 이때 그 리더십은 그 리더가 아니라, 그 위의 오너에게서 나오는 것입니다. 이런 오너가 없는 조직은 무경험자를 통해 혁신을 이뤄낼 수 없습니다.
- 두번째 선택은 무경험 리더가 자만에 빠져 자기 고집을 부리는 것입니다. 결국 깨집니다. 오너십 없는 조직에서 무경험 리더가 혁신을 이뤄낼려면 엄청난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소통과 설득 능력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무경험자가 이런 능력을 지닌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백마타고 오는 초인’이 아니라면. 한 대표의 실패는 바로 이런 전철을 따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 경험없는 리더는 대개 이 둘을 왔다갔다 하는 경우도 많습니다. 한 대표는 두번째로 일관했습니다. 검찰은 정치를 좀 우습게 보는 경향이 있기 때문입니다. 검찰은 정치인들을 수사하고 잡아넣을 때가 많습니다. 수사 과정에서 비위 정치인들이 얼마나 형편없는지 혀를 찼을 때가 많았을 것입니다. 그래서 `정치는 다 나쁜 것'이라고 생각하고, 그렇게 말을 합니다. 윤석열이 그랬고, 한동훈이 그랬습니다. 그러나 제대로 된 정치의 오묘함은 일사불란한 검찰의 단순함과 비교할 수 없을만큼 고차원입니다. 윤석열이나 한동훈이나 이에 대한 이해도 없이 오만하게 접근한 탓입니다.
4) 누울 자리가 아니었다
- 한동훈 대표 체제의 실패는 한동훈 개인의 책임도 있지만, 한 대표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구조적 상황입니다. 이는 한 대표가 아무리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있었다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 한 대표는 총선에 기록적 참패를 한 비대위원장이었습니다. 그 책임이 윤 대통령에게 있다 하더라도, 어쨌든 선거 책임자였습니다. 그 책임을 지고 물러났다가, 두 달여만에 다시 대표직에 나섰습니다.
- 애초 명분이 없을 뿐 아니라, 그렇게 대표가 된다한들 현재의 국민의힘 구조에서 무얼 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소수로서 강고한 조직을 깨뜨리려면 바깥으로부터 강력한 지지를 얻어 내부를 흔들어야 합니다. 국민의힘 전신에서 대표적인 케이스가 ‘이명박’, ‘윤석열’이었습니다. 아마도 한 대표도 이런 경우를 염두에 뒀을 것입니다. 그러나 이명박은 박근혜와, 윤석열은 기존 국민의힘과 출발에서부터 대척점에 있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한동훈은 아니었습니다. 이를 불식시키는 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릅니다. 올초에 한동훈에 열광했던 많은 이들이 ‘반윤’이 아니었습니다.
- 정치적 때로 보자면, 지금은 한동훈의 때가 아니었던 것입니다. 아마도 한 대표는 ‘나중에는 잊혀진다’, ‘내가 살기 위해서라도 지금 나서야 한다’고 결정할 수밖에 없었겠지만, 결과적으로 미숙한 경험을 드러내고, 그나마 있던 정치적 자산을 다 탕진한 상황이 됐습니다.
5) 한동훈은 정치인에 적합한가
- 한 대표가 정치적 경험이 부족하기도 하지만, 정치에 적합한 인물인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
- 최소한 한 대표가 비교할 수 없을만큼 윤석열에 비해 합리적이고, 정상적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 그러나 윤석열과 비슷한 점은 모든 결정을 혼자서 내린다는 점입니다. 또 법리적 사고에 찌들어 있다는 것도 똑같습니다.
- 정치는 논의하고, 타협하고, 설득하는 과정입니다. 그러나 한 대표는 주로 혼자 결정하고, 갑자기 불쑥 선언합니다. 사람들을 깜짝깜짝 놀라게 합니다. 초기에는 이런 점을 신선하게 받아들이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는 ‘정치’가 아닙니다. 정치는 쇼무대의 배우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보다는 무대 아래 스텝에 더 가깝습니다. 한 대표는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면서 갑자기 애드립을 해 관객의 박수를 받으려는 것에 가깝습니다. 그렇게 해선 오래 가지 못합니다.
- 이런 스타일은 천성적인데다, 인생을 살아온 경험으로 축적된 것이기에 잘 안 바뀝니다. 윤석열 대통령을 향해 최근까지 ‘대통령이 바뀌어야 한다’는 무수한 사설과 칼럼을 보면서, 무망하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많았던 것과 비슷합니다.
- 똑똑하다고 정치를 잘 하는 게 아닙니다. YS가 얼마나 똑똑했을까요. 한 대표가 똑똑한 건지도 의문입니다만.
- 그래서 한동훈 대표에게 정치적 미래가 있을 것인가, 하는 의문이 있습니다. 정치구도상으로가 아니라.
- 그럼에도, 비록 한동훈 대표가 탄핵 과정에서 이렇게 물러나게 되는 것은 한 대표보다 국민의힘의 현주소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 봅니다. 한 대표가 스타일에서는 다소 화를 부를 수는 있었다고 하지만, 지금 한 대표 말 중에 틀린 말이 하나도 없습니다. 한 대표로서는 많이 억울하리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어쨌든 윤 대통령 계엄 선포 직후와 대통령 탄핵 과정에서 비록 갈팡질팡하긴 했으나, 한 대표의 기여가 상당하고 때론 결정적이었다는 점을 인정합니다.
6. 사설
- 한겨레와 경향 두 곳이 국민의힘 관련 사설을 썼습니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② Now and Then
지난주 토요일 국회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습니다. 이로 인해 윤 대통령의 직무가 정지됐습니다. 아직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이 남아있지만, 상식적인 결정이 내려지리라 예상됩니다. 또한 이와 별도로 내란 혐의의 수사도 진행중입니다.
오늘 노래는 영국 록밴드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2008)입니다. 7월 혁명으로 왕권을 잃고 해외로 추방된 프랑스 부르봉 왕가의 마지막 왕 샤를 10세의 이야기를 담은 곡입니다.
“난 세상을 지배했었네 / 바다도 내 명령에 물러서곤 했지 / (…) / 내가 진군을 명령하면 / 적들은 두려움에 떨었건만 / 이제 백성들의 노래가 들리네 / “폭군이 죽었으니 새 왕께 만세” / 열쇠를 쥐고 있던 나 / 이젠 방에 갇힌 신세 되어 / 이제야 깨닫네 나의 성은 / 소금과 모래로 된 기둥 위에 서 있음을 / (…) / 저 높은 곳에 앉으면 / 진실함은 존재하지 않네 / 내가 통치하던 그때처럼 / (…) / 나도 날 감당할 수 없었지”
콜드플레이의 드러머로 코러스를 담당하기도 하는 윌 챔피언은 “힘이 있는 사람이 권좌에서 내려오는 혁명에 대한 노래”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최근 2016년과 2024년의 대통령 탄핵 상황을 ‘평행이론’에 빗대 비교한 내용이 있었는데, 한강 작가의 맨부커상 수상(2016)과 노벨문학상 수상(2024), 올림픽 종합 8위, 페이커 우승, 도널드 트럼프 대선 승리(2016, 2024) 등이 언급됐는데, 그중 하나가 콜드플레이 내한 공연 발표(2016년, 2024년)도 있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이후인 지난 2017년 4월 내한했던 콜드플레이는 이번에도 아마 윤 대통령 탄핵이 결정된 이후가 될 2025년 4월 내한 공연을 갖습니다. 그리고 그 공연장에서 아마 이 ‘Viva la vida’가 떼창으로 불려질 것입니다.
위 영상은 콜드플레이의 ‘Viva la vida’ 라이브 장면입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HosW0gulISQ
(*일부 포털에서는 유튜브 영상이 열리지 않을 수 있습니다. 유튜브 영상을 보시려면, 한겨레 홈페이지로 오시기를 권합니다. 기사 제목 아래 ‘기사 원문’을 클릭하시면 됩니다.) (끝)
권태호 기자 ho@hani.co.kr
▶▶한겨레는 함께 민주주의를 지키겠습니다 [한겨레후원]
▶▶실시간 뉴스, ‘한겨레 텔레그램 뉴스봇’과 함께!
▶▶한겨레 뉴스레터 모아보기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