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6 (월)

UNIST "쥐 정자, 머리 갈고리로 내벽 찍어 이동"…최초 영상촬영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UNIST·교토대 연구진, 쥐 정자-생식기관 간 상호작용 분석

뉴스1

쥐 정자 무리의 동기화된 헤엄치기. (UNIST 제공)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울산=뉴스1) 조민주 기자 = 쥐 정자가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로 자궁벽을 찍어 이동하는 현상이 최초로 포착됐다.

울산과학기술원(UNIST)은 박정훈 바이오메디컬공학과 교수팀과 김재익 생명과학과 교수팀, 류흥진 교토대학교 박사가 공동 연구를 통해 쥐 생식기관 내부에서 일어나는 정자의 이동 영상을 실시간으로 분석한 결과, 이 같은 현상을 발견했다고 16일 밝혔다.

이번 연구는 설치류 정자 갈고리의 기능에 관한 두 가지 대립하는 가설을 생체조직 내에서 직접 확인하기 위해 이뤄졌다.

연구팀에 따르면 그간 쥐의 정자는 갈고리처럼 생긴 머리를 서로 기차처럼 이어 난자를 향한 이동속도를 높인다는 '정자협력' 가설이 유력했지만 이번 관찰에서는 이러한 현상이 확인되지 않았다.

대신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로 자궁과 난관 내벽을 찍어 빠르게 이동하는 현상이 관찰됐다. 이는 또 다른 가설인 '정자와 암컷 생식기관 간의 상호작용 가설'을 뒷받침하는 관찰 결과다.

연구팀은 정자가 머리의 갈고리를 암컷 생식기관 내벽에 찍어 이동함으로써 직진성을 높이고 강한 유체의 흐름에 저항할 수 있다고 봤다.

또 이번 연구에서는 정자들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정렬되거나, 정자들의 꼬리가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선수처럼 동기화돼 같이 움직이는 현상들이 처음으로 관측됐다.

연구팀은 정자 갈고리의 고정효과 덕분에 정자의 머리가 한 방향으로 배열돼 움직이거나, 더 나아가 동기화된 헤엄치기가 가능한 것으로 분석했다. 또 쥐 정자의 머리 갈고리가 이 같은 행동을 위한 진화의 산물일 수 있다는 새로운 가설도 제시했다.

연구진은 "'기차가설'은 여태까지 관측기술의 한계로 2차원 배양디쉬(dish)에서만 관찰됐다"며 "이번 실험에서 실제 생식기관 내부를 관찰해 분석한 결과 기차 형태로 모여 이동하는 소수의 군집이 발견되긴 했지만, 이들의 이동속도가 개별 정자에 비해 빠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지만 '기차가설'을 완전히 뒤집기 위해서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데이터를 확보하는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연구팀은 정자의 머리는 초록색, 꼬리 일부는 빨간색 형광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된 수컷 쥐를 암컷 쥐와 교미시킨 뒤 생식기관을 적출해 이 같은 현상을 관찰했다.

관찰은 이광자현미경 기반의 3차원 영상 획득 기술을 통해 이뤄졌다. 이광자현미경은 고에너지 광자 1개 대신 저에너지 광자 2개를 시료에 쏴 방출되는 형광을 분석해 이미지를 얻는 현미경으로, 광 에너지 때문에 시료가 손상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또 장파장 대역 빛을 이용하기 때문에 생체조직 깊은 곳까지 관찰할 수 있다. 연구팀은 이광자 형광 현상과 펨토초레이저 기반 고속 3차원 볼륨 이미징 기술을 결합해 이 같은 기술을 개발했다.

연구팀은 획득한 영상을 통해 정자의 이동속도와 이동특성을 정량적으로 측정하는 기술도 확보했다. 이는 정교한 난관모사 칩 개발, 난임연구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수행은 한국연구재단과 정보통신기획평가원의 지원을 받아 이뤄졌으며, 연구 결과는 생명과학분야 국제학술지인 '이라이프'(eLife) 11월 22일 자로 게재됐다.

minjuman@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