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겸 국무총리가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을 예방하고 있다. 국회사진취재단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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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 국무총리가 '농업 4법' 등 6개법 처리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사용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법적으로 거부권 행사가 가능하다는 의견이 대체적이지만 더불어민주당의 '중립적 행동' 요구와 정치적 편향 비판, 기존 국정 운영 기조 사이에서 부담이 상당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한 권한대행이 당장 거부권 행사를 고민하는 법안은 모두 6개다. 양곡관리법·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농어업재해대책법·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 등 농업4법을 비롯해 국회법과 국회 증언 감정법이다. 이들 법안은 17일 국무회의 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양곡관리법은 쌀 가격이 급락하거나 쌀이 초과 생산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매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다. 농안법으로 불리는 농수산물 유통 및 가격 안정법 개정안은 농산물 가격이 기준선 아래로 떨어지면 정부가 차액을 보전하는 '농산물 가격안정제' 도입을 골자로 한다.
농어업재해대책법은 농어업 재해대책 기본계획을 5년마다 수립해 시행하는 내용이다. 농어업재해보험법 개정안은 농어업 재해보험 대상에 병충해 등을 포함하는 내용 등이 포함됐다. 재해가 발생하면 발생 이전 생산비를 보장하는 게 법안의 핵심이다.
이들 법안은 지난달 28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해 이달 6일 정부로 이송됐다. 법안이 정부로 이송된 다음 날부터 15일 이내에 거부권을 써야하는 만큼 행사 시한은 21일이다.
정치권에선 한 권한대행이 전날 우원식 국회의장에게 "모든 판단 기준을 헌법과 법률, 국가의 미래에 둘 것"이라고 말한 것을 고려하면 그간의 국정운영 기조를 이어갈 가능성이 있지 않겠냐는 해석이 나온다.
한 권한대행은 헌법 71조에 따라 대통령의 권한을 다 이어받아 거부권을 행사하는 데에 법적인 문제가 없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2004년 탄핵소추로 대통령직 직무가 정지됐을 때 고건 총리가 권한대행 중 거부권을 행사한 바 있다. 한 권한대행은 당시 국무조정실장으로 재직하고 있었다.
문제는 정치적 부담이다. 앞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한 권한대행과의 통화내용을 공개하며 "여당이 지명한 총리가 아니라 여야를 가리지 말고 중립적인 정부 입장에서 국정을 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고, 한 권한대행도 전적으로 흔쾌히 동의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 권한대행에게) 어느 한쪽을 거부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정치적 편향일 수 있다는 말씀도 함께 드렸다. 대행의 한계를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사실상 거부권 행사를 경고한 것으로 해석된다.
한 권한대행이 거부권을 행사할 경우 민주당 반발이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한 총리를 탄핵하지 않겠다는 결정을 번복하고 곧바로 탄핵소추안을 발의, 권한대행 직무까지 정지시키는 카드를 꺼낼 가능성이 제기된다. 한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사태와 관련한 피의자 신분이라는 점 역시 거부권 행사에 부담으로 작용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을 경우 여당의 비판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그간 정부는 농업4법을 두고 장기적인 농업 발전에 초점을 맞추지 않은 미봉책인 데다 국가의 재정 부담이 키운다며 반대해 왔다. 앞서 농업4법이 국회를 통과했을 당시 추경호 국민의힘 전 원내대표는 농업 4법을 '농망(農亡) 4법'으로 규정했다. 대통령실 역시 "재정 부담이 가중되고 쌀 공급 과잉을 고착해 장기적 가격 하락을 심화하는 부작용을 안고 있다"고 지적했다. 만약 정치적 부담 때문에 거부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면 기존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의 국정 기조에 선을 그었다는 지적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정 주도권을 민주당에 넘기는 것이라는 비판도 나올 수 있다.
한 권한대행은 12일 국회를 통과한 내란특검법, 김 여사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 행사에 대한 부담 역시 안고 있다. 두 법안은 이번주 정부로 이송될 것으로 보인다.
[이투데이/김동효 기자 (sorahosi@e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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