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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6 (월)

尹탄핵 가결 순간, 떼창 울려퍼졌다…이시대 '아침이슬' 된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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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일보

우원식 국회의장이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대통령(윤석열) 탄핵소추안을 결정하는 제419회 국회(임시회) 제4차 본회의의 개회를 선언하고 있다(왼쪽), '다시 만난 세계'를 부르는 소녀시대. 사진 중앙포토, 온라인 커뮤니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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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可·찬성) 204표, 부(否·반대) 85표, 기권 3표, 무효 8표로서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가결됐음을 선포합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우원식 국회의장이 개표 결과를 발표하는 순간 이를 전광판으로 지켜보고 있던 국회 일대 주변에선 그룹 소녀시대의 데뷔곡 '다시 만난 세계'(2007)가 울려 퍼졌다. "사랑해 널 이 느낌 이대로. 그려왔던 헤매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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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MBC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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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가결되기까지 매일 열린 촛불 집회에서 들려왔다. SNS에선 이 노래가 '2024년 판 신 민중가요'로 부상한 분위기다. 최근 음원 플랫폼 멜론에 따르면 지난 3~9일 '다시 만난 세계' 청취자 수는 일주일 전보다 23% 증가했다. 캐럴과 같은 시즌 노래가 아닌 오래전 아이돌 노래의 청취자 수가 20% 넘게 늘어나는 건 이례적이라는 게 업계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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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이화여대에서 경찰과 학생들이 대치 중이다. 학생들은 '다시 만난 세계'를 불렀다. 사진 MBN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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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만난 세계'가 집회·시위 노래로 주목받기 시작한 건 2010년대부터다. 2016년 7월 이화여대 재학생·졸업생들이 학교 측의 직장인을 대상으로 하는 평생교육 단과대(미래라이프대학) 설립 계획을 반대하며 점거 농성을 벌이다 경찰과 대치하던 중 학생들은 이 노래를 함께 불렀다. 서로 팔짱을 끼고 있던 학생들은 두려움을 이기기 위해 이 노래를 불렀다고 전해진다. 당시 장면을 촬영한 영상은 SNS 등을 통해 퍼져나갔다.

2016년 11월 박근혜 당시 대통령에 대한 퇴진을 요구하는 대규모 촛불 집회에서도 이 노래가 흘러나왔다. 이런 사실은 태국에도 알려져 2020년 태국 민주화 운동 시위 때도 이 노래가 쓰였다.

'다시 만난 세계'는 불안을 극복하면서 미지의 세계로 나가는 소녀들의 모습을 담고 있다. 가사는 모두 한국말로 구성돼있다는 게 특징이다. SNS에선 '다시 만난 의 세계'라는 1절 가사가 2설에선 '다시 만난 우리의'라고 달라지며 '나→우리'로 확장되는 과정에 의미를 부여하는 분석도 나온다.



"원곡자 위엄" 반응 나온 소녀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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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녀시대 유리(왼쪽)와 서현. 사진 유리 S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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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노래를 쓴 김정배 작사가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앞으로 어떤 두려움이 와도 피하지 말고 헤쳐나가라는 메시지를 주기 위해 만든 노래"라고 밝혔다. 소녀시대 멤버 유리(본명 권유리)는 2016년 이화여대 집회 영상을 접한 뒤 한 언론 인터뷰에서 "영상을 몇 번이나 봤고, 가슴이 벅차서 울기도 했다. 가수로서 큰 자부심을 느낀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2차 탄핵소추안 표결을 하루 앞둔 지난 13일엔 집회에 나서는 팬을 위해 선결제를 한 뒤 "'다시 만난 세계' 잘 불러"라는 메시지를 남기기도 했다.

정치권에서도 이 노래를 주목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소속 정청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은 지난 3일 이 노래를 소개하며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세상 속에서 반복되는 슬픔 이젠 안녕"이라는 가사를 읊은 뒤였다. 박찬대 민주당 원내대표는 16일 "내란 사태를 겪고 우리가 '다시 만난 세계'는 그 전의 세상보다 나은 세상이 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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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서현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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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표결 당일 국회 집회 현장에 다녀왔다는 한 네티즌은 페이스북에 "'다시 만난 세계'는 이제 이 시대의 (민중가요인) '아침 이슬'이 된 것 같다"고 평했다. 소녀시대 멤버 서현(본명 서주현)은 탄핵소추안이 가결된 뒤 자신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작가 한강의 『소년이 온다』의 표지 사진과 함께 '다시 만난 세계'의 이 같은 가사 일부를 올렸다. "언제까지라도 함께하는 거야."

온라인에선 유리나 서현의 SNS 글을 놓고 "원곡자의 위엄" "감사하다"는 반응이 나왔다.

채혜선 기자 chae.hyes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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