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12.17 (화)

반성은 없고 ‘배신자 색출’ 목소리만··· 8년 전보다 퇴행한 국민의힘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경향신문

국민의힘 의원들이 16일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해 권성동 원내대표의 발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반성은 없고 배신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목소리만 높다. 다시 탄핵의 강 앞에 선 국민의힘의 행태가 8년 전 탄핵 때와과 비교해 오히려 퇴행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2016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와 분위기가 다르다. ‘최순실 국정농단’ 파문에 당시 여당인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의원 다수가 청와대와 날을 세웠다. 사태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모임도 따로 꾸려졌다.

박 전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압도적 찬성으로 가결됐다. 재적 의원 300명 중 234명이 찬성표를 던졌다. 여당 의원 128명 중 절반에 가까운 62명이 찬성 투표했다. 지난 14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안은 찬성 204표로 간신히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를 넘었다. 여당 의원 108명 중 찬성표는 12표에 그쳤다. 표결 전날인 13일 나온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 국민 75%가 탄핵을 지지했는데, 여당은 의원 89%가 탄핵 반대표를 던졌다.

윤 대통령은 12·3 비상계엄 선포로 헌정 질서를 위협했다. 8년 전과 비교해도 탄핵 사유가 훨씬 더 엄중하고 명확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러나 여당 의원들은 ‘탄핵 반대’ 당론을 유지하며 오히려 더 뭉쳤다. ‘쥐새끼’ ‘레밍’ 등 이탈한 12명을 향한 비난이 거세고, ‘배신자’를 색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까지 이어진다. 탄핵안 가결 직후 열린 의원총회에서는 “한 명씩 일어나 찬반, 기권 등을 밝히자”는 주장까지 나왔다. 비난의 집중표적이 된 친한동훈계 의원들은 의총 분위기가 ‘인민재판’ 같았다고 했다.

반성은 사라졌다. 2016년 여당은 탄핵안 가결 직후 김성원 대변인 브리핑에서 “집권여당으로서 탄핵 정국을 예방하지 못한 데 대해 국민께 다시 한 번 사죄드린다”며 “결자해지의 자세로 오로지 국민 눈높이에서 환골탈태하겠다”고 했다. 헌법재판소를 향해서도 “일체의 좌고우면 없이 헌법에 따라 심판절차에 임해주기 바란다”고 당부했다.

그러나 2024년 국민의힘은 비상계엄 사태에 사과하면서도 윤 대통령 탄핵은 당론 반대를 택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16일 의원총회를 주재하면서 사과나 반성의 메시지 대신 “벌써부터 대통령이 다 된 듯한 대통령 놀음에 빠지지 않기를 바란다”며 야당 대표에게 화살을 날렸다.

여당 내부에선 ‘탄핵 트라우마’가 이유로 거론된다. 8년 전 탄핵 이후 국가 분열상을 생각하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의원 개개인의 유불리를 따진 선택이 아니냐는 반박이 이어진다. 수도권 의석이 크게 줄고, 영남 지역으로 의석이 편중된 것도 과거와 목소리가 달라진 요인으로 지목된다. 2016년 당시 여당은 수도권 의석만 30석이 넘었지만, 2024년 현재는 서울과 경기를 합쳐 17석에 불과하다.

이유를 막론하고 탄핵 국면에서 퇴행을 택한 국민의힘이 한층 더 큰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 안팎에서 나온다. 유승민 전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에서 탄핵을 반대하신 분들이 (극우세력에) 동조를 한다면 굉장히 심각한 상황이 될 수 있다”며 “탄핵 다 끝났는데 계속 반대하겠다고 그러면 국민의힘이 민주공화국에서 생존할 자격이 있느냐”고 말했다.

심진용 기자 sim@kyunghyang.com

▶ 매일 라이브 경향티비, 재밌고 효과빠른 시사 소화제!
▶ 계엄해제, 탄핵 순간 사라진 국회의원은 누구?

©경향신문(www.khan.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