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장형진 영풍 고문, 김병주 MBK파트너스 회장,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 News1 김지영 디자이너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6일 15시 50분 조선비즈 머니무브(MM)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놓고 영풍-MBK파트너스 연합과 대치 중인 최윤범 회장 측이 오는 23일 임시주주총회 소집 공고를 내기로 했다. 양측은 그동안 주총 소집 공고일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왔다.

영풍-MBK 입장에선 소집 공고가 나와야만 최 회장 측 안건이 무엇인지 파악하고 위임장 대결을 시작할 수 있으며, 반대로 최 회장 입장에선 공고를 늦게 해야 영풍-MBK 측에서 대응할 수 있는 시간을 단축하고 유리한 입지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 최 회장 측이 소집 공고를 다음 달로 미루지 않고 이달 중에 내기로 해, 영풍-MBK는 해를 넘기지 않고 빠르면 오는 30일부터 위임장 쟁탈전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

16일 투자은행(IB) 및 법조계에 따르면, 최 회장 측 고려아연은 오는 23일 주주총회 소집공고를 내겠다는 내용의 서면을 서울중앙지법에 제출했다. 앞서 영풍은 지난달 25일 법원에 임시주총 소집 허가를 구하는 가처분을 냈고 결국 내년 1월 23일 주총을 여는 것으로 결론이 났지만, 아직 고려아연 측 소집공고가 나오지 않았다는 이유로 가처분을 취소하지 않은 상태다.

영풍-MBK와 최 회장 측은 소집공고 시기를 놓고 최근까지 대립해 왔다. 영풍-MBK는 앞서 지난 6일 입장문을 내고 고려아연이 주총 소집공고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고 촉구한 바 있다. 최 회장 측이 주총 안건과 목적사항을 빨리 확정 공시하고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공시해야만 영풍-MBK 측에서도 해당 내용을 검토한 뒤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를 시작할 수 있다. 위임장 용지 및 참고서류를 제출하고 2영업일이 지나서부터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 행위가 가능하다.

고려아연에서는 빨라야 다음 달 2일에나 임시주총 소집 공고·통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주주확정 기준일(주주명부 폐쇄일)이 오는 20일로 예정돼 있어 한국예탁결제원이 27일에나 소유자명세를 줄 것이며, 따라서 그 이후 소집 공고 및 통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지분을 1% 이상 보유한 주주에게는 개별적으로 소집 통지를 해야 하며, 1% 미만 주주에겐 별도로 통지하지 않고 소집 공고를 내면 된다. 때문에 소집 ‘통지’를 하려면 주주가 누군지 파악해야 하고, 그러려면 소유자명세를 받은 뒤 빨라도 다음 달 2일에나 통지 혹은 공고가 가능해진다는 게 고려아연 측 입장이었다.

그러나 영풍·MBK 측에서는 소집 통지가 아닌 ‘공고’의 경우 27일까지 기다리지 않고 20일에 바로 할 수 있다고 주장해 왔다. 주주가 누구인지 파악이 안 된 상황에서도 불특정 다수를 향한 공고는 가능하기 때문이다. 상법에 따라 소집 통지와 공고는 꼭 동시에 이뤄질 필요가 없다. 다만, 공고가 통지보다 늦어선 안 된다.

그동안 IB 및 법조계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주총 소집 공고를 내년 1월 8일에나 낼 가능성이 있다고 봐 왔다. 주총 소집일(1월 23일)로부터 2주 전까지만 이뤄지면 되기 때문이다. 고려아연 측이 소집 공고를 늦게 내서 안건을 천천히 공개하면 영풍·MBK가 위임장 쟁탈전을 시작할 수 있는 시점도 그만큼 늦어진다.

한 자본시장 전문 변호사는 “만약 고려아연 측 소집 공고 및 의결권 대리행사 권유가 오후 늦게 나온다면 상대 측은 아무리 빨라도 그 다음 날에나 대리행사 권유 참고서류를 낼 수 있는데, 그러면 2영업일이 지난 다음에나 프록시파이트(위임장 쟁탈전)가 가능해진다”며 “이런 이유로 주총 소집공고를 전략적으로 수요일에 내는 회사가 많다”고 말했다. 만약 고려아연이 1월 8일(수요일) 오후 늦게 소집공고를 내면 2영업일이 지난 뒤인 1월 11일(토요일)부터 프록시파이트를 할 수 있다. 이 경우 영풍-MBK는 아무리 빨라도 1월 9일(목요일)에나 권유 참고서류를 낼 수 있고, 그러면 2영업일이 지나고 1월 14일(그 다음주 화요일)에나 프록시파이트가 가능해진다. 그만큼 시간적 손해를 보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 고려아연 측이 오는 23일 주총 소집공고를 내기로 함에 따라, 영풍-MBK는 빠르면 이달 27일에는 프록시파이트를 시작할 수 있게 됐다. 다만 고려아연 측 안건을 검토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현실적으로는 이달 30일에나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노자운 기자(jw@chosunbiz.com)

<저작권자 ⓒ ChosunBiz.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