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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아를 수십 년 철권통치한 바샤르 알아사드 일가의 해외 은닉 재산 17조 원을 찾아내려는 국제사회의 추적이 시작됐다. 알아사드 일가는 그간 국민의 고혈로 축적한 자금으로 유럽 곳곳에서 호화 호텔 및 제트기 등을 사들이고 막대한 현금과 부동산을 숨겨 놓은 것으로 추정된다.

15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시리아 반군이 13년에 걸친 내전 끝에 8일 수도 다마스쿠스를 점령하면서 알아사드 일가가 러시아로 망명한 것과 맞물려 이들의 은닉 재산을 추적하는 움직임이 국제 인권 변호사를 주축으로 시작됐다. 은닉 자금을 회수해 시리아 국민에게 돌려주는 것이 목표다.

53년간 2대에 걸쳐 독재자로 군림하던 알아사드 일가는 권좌에서 물러났지만 그간 국영기업 독점, 마약 밀매, 국제법 회피 등으로 자금을 축적해 해외 곳곳에 숨겨둔 것으로 추정된다. 미 국무부는 2022년 보고서에서 알아사드 일가가 빼돌려온 재산이 최대 120억 달러(약 17조 2000억 원), 최소 10억 달러(약 1조 4000억 원)에 이른다고 집계했다.

알아사드 일가는 특히 1대 독재자인 하페즈 알아사드부터 2대 바샤르 알아사드로 내려오는 직계가족뿐 아니라 하페즈의 형제·처남·조카를 포함하는 방계 친인척까지 해외 재산 은닉에 동원한 것으로 국제사회는 보고 있다. 바샤르의 부인이자 하페즈의 며느리인 영국 태생의 아스마 알아사드는 세계적 투자은행 JP모건 출신으로 알려졌다.

이들 일가는 러시아 모스크바에 2230만 달러(약 320억 원) 상당의 초고층 빌딩, 두바이에 4300만 달러(약 620억 원) 상당의 개인 제트기, 프랑스에 9000만 유로(약 1290억 원)에 달하는 부동산, 오스트리아 빈에 호텔, 루마니아에 부동산 등을 거느린 것으로 전해졌다. 또 조세회피처인 케이맨제도에 18개에 달하는 HSBC 은행 계좌, 스위스에 크레디트스위스 계좌 등을 갖고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한편 알아사드 정권은 중앙은행을 통해 2년간 2억 5000만 달러(약 3580억 원)에 달하는 현금 뭉치를 모스크바공항으로 실어나른 것으로 드러났다고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 같은 움직임은 알아사드 정권이 러시아의 군사 지원에 의존하고 일가 친척의 재산을 러시아로 빼돌리던 와중에 이뤄진 것이라고 FT는 전했다.

김경미 기자 kmk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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